당 타이 손(hand)=신의 손(hand)?^^
http://to.goclassic.co.kr/concert/1056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사리체프던가요? 하도 골을 잘 막는 골키퍼라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 귀화 명이 '신의 손'으로 지어졌었지요 아마?

자, 클래식 음악계에도 '신의 손'이 있으니 이름하여 당 타이 손이라는 베트남 출신의 피아니스트입니다. 당 타이 손은 클래식 음악계에는 198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이보 포고렐리치를 제치고 우승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게는 힘든 재수 시절 철제 이층 침대 위에서 달콤한 쇼팽 협주곡으로 제 마음을 위로해 준 연주가이기도 합니다. 오늘 연주회장에서 보니 그의 victor사 쇼팽 협주곡 1,2번이 EMI타이틀을 달고 팔리고 있었는데, 역시나 음반 표지는 제가 십 년 전 갖고 있던 앳된 당 타이 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쇼팽 콩쿨 위너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의 오늘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서 처음부터 약간의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었던 반면 애피타이저 위주로 먹은 것 같아 본 요리가 다소 아쉬운 메뉴였습니다.

제일 처음 연주된 드뷔시의 전주곡 2권의 1,6,4,7,12번은 실연의 감동을 잘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페달을 사용하여 길게 펼쳐진 화음 위에 점을 찍듯 새겨지는 오묘한 화성, 수 많은 트릴과 급격한 템포의 변화, 천의 얼굴을 가진 드뷔시 전주곡의 아름다움은 참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더군요. 연주 홀이 커서 몇몇 세밀한 표정의 변화를 놓치긴 했지만, 홀의 잔향이 많은 것이 때때로 더욱 영롱한 화음을 빚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크의 프렐류드,코랄과 푸가 역시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당 타이 손의 연주는 굉장한 파워나 스태미너는 부족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자의적인 템포나 음색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서 견실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점은 특히 후반부의 쇼팽 곡에서 많이 느껴졌는데, '뱃노래'의 유유자적한 흐름은 몇 주 전 다녀간 부닌의 연주보다 훨씬 듣기 편안한 것이었습니다. 네 개의 즉흥곡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역시 안정감 있는 템포 속에서 아기자기한 노래와 다이내믹한 곡상의 변화가 눈부시게 펼쳐졌습니다. 쇼팽 음악 중에서도 예쁘고 화려한 곡 위주의 선곡이 못내 아쉬웠기에, 발라드나 스케르초 전곡 연주였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연주자의 동물적인 템포 감각과 음색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었던 드뷔시 곡('image'중의 한 곡이라고 하는데 맞는지 확인 부탁)을 앙코르로 듣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연주장을 나왔습니다. 벌써 11월 중순. 올해 유난히 굵직 굵직한 피아노 연주자들이 많이 다녀간 것 같은데, 나름대로 아쉬움도 실망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만들어진 수 많은 레코드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저에게 실연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르쳐 준 소중한 기회를 준 그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1월에 베토벤을 들고 올 스테픈 코바체비치가 기다려집니다.
작성 '03/11/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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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첫번째 앙콜곡은 모르겠고 두번째 앙콜곡은 Debussy의 Images Livre 2 중에서 Poissons d'or입니다.

03/11/1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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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

Thank you!!^^

03/11/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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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어제 프로그램 중 마지막곡인 쇼팽의 OP 22 영화 "피아니스트"의 삽입곡이였죠.
영화와 겹치면서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 두고두고 기억될것 같습니다.
어제 참 아름다운 연주회였죠~

03/11/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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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

임재인님의 후기 항상 잼있게 읽고있습니다^^ 코바세비치는 티켓팍에서는 2주전쯤부터 예매 시작했구요,링크에서는 11월중순부터 표를 오픈한다고 했던듯,아믈랭도 일정이 잡혀있더군요^^ 콘서트홀은 독주회를 하기엔 좀 거시기-.-;하여 예매에 잔뜩 촉수를 곤두세워야하는..다소 행복한 곤란함이.. 암튼 피아노 공연의 골든에이지를 맞이한 듯*^^*

03/11/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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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

아믈랭이라고욧! 콘섯홀 일정에선 못찾겠던데...언제 어디서 하는건가요???

03/11/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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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아믈랭은 1월 말입니다. 1월 초에는 코바셰비치가 있겠고요. 자세한 사항은 마스트미디어에 문의하세요. 전화번호는 (02)541-6234 이고, 홈페이지는 http://mastmedia.co.kr/ 입니다. 홈페이지에 아믈랭 독주회에 대해서는 아직 안 나와 있네요.

03/11/1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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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

감사함다~^^

03/11/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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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첫번째 앵콜곡은 F. Mompou의 'Cancons i danses' 가운데 한 곡(칸치온 한 곡과 댄스 한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맘에 들었던 연주입니다.^^

03/11/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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