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인 부천]브라보~~부천필!!!
http://to.goclassic.co.kr/concert/1509
 

부천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주하여 지금은 거의 붐으로 일고 있는 말러를

들어러 갔다.

이름하여 '말러 인 부천1'.........


부천필이 부천에서 연주하는 음악회에는 거의 다 가지만  클래식 음악 감상에

초보인 나로서는 공연 감상문 적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제의 말러 연주회를 보고 나서는 꼭 공연 감상문을 적어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부천필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부천필을 사랑하는

음악팬의 한 사람으로서....


6월의 마지막날,

말러가 연주될 시민회관의 분위기는 여느 음악회때와는 달랐다.

공연 시작전의 그 분주함과 어수선함 대신 차분하고 어떤 기대감으로  들떠있는

묘한 설레임이 장마중의 습한 공기중에서도 느껴졌다.

위대한 심포니스트 시리즈의 여섯번째 공연이자 마지막 연주인 오늘 연주는

2010년 개관 예정인 부천의 전용 음악당 개관에 맞춰 연주되는 첫번째

연주회이기도 했다.

2003년 주빈 메타와 빈필이 내한해서 연주한 말러 1번을 녹화해 두었다가

틈틈이 보며 말러 교향곡 1번에 대한 예습을  해두었다.


오늘 프로그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 라장조'-연주시간 23분

인터미션 10분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1번 다장조 '거인'-연주시간 52분


순으로 진행되었다.


연주회장에 들어가서 보니  평소와는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달랐다.

활의 양쪽 끝에 제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이 배치되었고

그 사이에 첼로와  비올라가 앉고 첼로의 뒤에 콘트라 베이스가 배치되었다.

말러1번을 연주하기에는 시민회관의 무대가 너무 좁아서 나름대로 최선의

오케스트라 배치를 한 것 같았다.


부천필의 수석 오보에 주자인 이명진님의 협연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부천필의 오케스트라석에 묻혀 있을때 잘 몰랐던 이명진님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연주였던 것 같다.

연보라빛의 의상만큼이나 산뜻하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오보에 소리가

잠시후 듣게 될 말러의 무게를 잊게 해준 연주였다.


2부의 말려 교향곡 1번 거인.....

이번 연주는 여느 말러 교향곡 1번과는 다른 1악장과 2악장 사이에 ‘꽃의 악장

(Blumine)'이 삽입되어 있었다.

말러가 처음 이 곡을 작곡했을때 다섯악장의 교향시로 작곡을 했는데 이 꽃의 악장을

빼고 지금처럼 4악장 형태의 교향곡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오늘 부천필의 연주는 말러가 처음 작곡했을때의 형식대로 꽃의 악장의 포함해서

연주한다고 하니 ‘일관성 속의 변화’를 모티브로 하는 임헌정 선생님의 음악철학을‘

엿보는 거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언제나 새로운 레파토리를 찾아서 연구하는 자세로 연주에 임하는 부천필의 한 단면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최근 말러를 연주하는게 유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서 말러는 말러이되 예전과는

다른 말러를 선보이는 부천필의 연주에서 부천필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

지난번 교향악 축제에서도 슈만의 교향곡3번을 말러 버전으로 연주해서 깜짝 놀랐지만...


악장석에 앉은 양고운님의 모습도 보이고 교향악 축제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 호른

주자의 모습도 조금은 낯설었다.


시민회관의 좁은 무대가 연주자들로 꽉 들어차면서 2부가 시작되었다.


공연장에서 직접듣는 말러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가슴이 뛰었고 객석에 앉아서 말러가 연주되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럴진대 연주자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싶었다.

다른 연주회때는 단원들간의 대화도 나누고 웃는 모습도 자주 보았는데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없이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뿐이었다.


오늘의  말러 교향곡 1번은 관객과 연주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연주한 아주

보기드문 연주였다고 말하고 싶다.

53분의 연주시간 동안 악장간 박수 한번 나오지 않았고 기침소리, 핸드폰 소리 한번

울리지 않았다.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아이들도 진지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는지 분위기로 느꼈는지 거의 음악감상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앞쪽 자리에 앉아서 뒤쪽 분위기는 어땠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주위의

분위기는 그랬다.

부천필의 말러를 듣기 위해 서울에서 오신 분도 많았고, 그만큼  준비된 관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53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실을만큼 몰입해서 들은 연주회였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세세한 평은 하기가 힘들지만 녹화해서 본 빈필의 연주와

비교해보아도 결코 손색이 없는 연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3악장에서는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심금을 울리는 애잔한 선율은 내 가슴 밑바닥에 잠재되어

있던 슬픔의 감정을 아낌없이 끌어올려 주었다.

깊은 슬픔을 담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담담한...그래서 더 슬퍼지는 그런 정제된

슬픔이 있었다.

3악장이 연주되는 내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듯 아름다운 봄날의 소박한

장례식 장면을 떠올려 보았는데 이런 음악속에서 영면의 세계로 떠난다면

그래도 참 괜찮은 인생의 마지막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념에 잠겨 음악을 듣고 있는데  들려오는 팀파니의 강렬한 타격은 나를

다시 현실로 데려다 놓았다.

4악장의 시작은 그렇게 강렬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거인이라는 부제는 아마 이 4악장 때문에 붙여지지 않았나 싶을 만큼 고통과

불안과 공포가 한데 섞여있는 천지를 진동하는 포효가 담겨 있었다.

관악기와 현악주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주가 한동안 이어진 후에 다시 찾아오는

숨쉬기조차 곤란한 압박상태....그리고 또다시 점점 한곳을 향해 응집되어 가는

불안과 고통....이어지는 1악장의 전원풍의 맬로디....

금관의 팡파르가 울려퍼지며 결국은 환희로 이어지는 한편의 드라마는 지휘자의

동작이 멈추어지는 것과 함께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부천시민회관을 가득매운 관객들의 박수소리로 연주회는 끝이 났다.

너댓번의 커튼콜이 이어지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퇴장했다.

앙코르가 없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연주회장을 나오니 임헌정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뛰어가서 사인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다.

그냥 가까이에서 뵌 것으로 만족했다.

너무 마르신 것 같아 내 살이라도 떼어서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헌정 선생님의 표정도 아주 밝으셨고 내내 웃음을 띠고 계서서 기분이 좋았다.

연주회장 밖에서도 연주자들이나 관객들의 표정이 환하고 기쁨에 차 있어서

오늘의 연주가 성공적이라는 걸 피부로 느꼈다.


그냥 집으로 가기가 아쉬워서 함께 간 언니랑 집까지 밤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그래도 허전해서 남편을 불러내서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갔더니 어느듯 7월로

달이 바뀌어 있었고 시간은 새벽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蛇足:부천필을 너무나 사랑하는 초보음악팬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기 보다는 제 주관과

감정에 치우쳐서 적은 글입니다.

음악회에 가서 직접 보신 분들중 저와 다른 느낌을 가지고 보신 분들이

계시더라도 너무 몰아세우지는 말아주세요.

이 글을 적는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답니다.

여기는 고수분들이 너무 많이 계신 까닭에...


작성 '05/07/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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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동감입니다.^^ 저는 임헌정 지휘자님 바로 근처에 있었답니다.^^ 연주에 만족하신 표정이었습니다.

05/07/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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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어제의 감동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저는 집이 화곡동인 관계로 편한 맘으로 부천필 들렀는데..물론 흠도 찾을수 있었지만 인근주민으로서 이런 연주를 접할수 있었던 자체가 감격입니다. 정말 어른들 따라온 아이들 조차 그리 관객매너(?)가 좋던지..역시 "예향 부천"이라고 말할만합니다.

05/07/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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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그러게요. 그렇게 매너있는 관객들은 일찍이 본 적이 없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이제 막 클래식 을 듣기 시작한 사람이라 레코딩 된 말러를 듣고 나서도 지루하고 난해한 줄만 알았는데, 어제 1악장이 끝나고 나니 헉, 하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더군요. 특히 3악장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감상평 감사하고요, 말러의 세계로 진입하는 데 앞으로 많이들 도와주시길^^

05/07/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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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

작년에 독일서 여러 관현악 연주회들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베이스 첼로 비올라
1바이올린 2바이올린

이 배치가 완전히 대세더군요.

꼭 협소한 무대를 고려한 조치만은 아닐듯합니다^^

05/07/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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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그런가요?저는 그런 편성을 처음 보아서....호른 주자들도 활 오른쪽의 제2바이롤린 뒤쪽에 앉았길래 저는 좁은 무대를 고려한 조치인줄만 알았습니다.주어진 여건에서 언제나 최상의 음을 끌어내기 위해 오케스트라 자리 하나에까지 신경쓰신다는 임헌정 선생님의 인터뷰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의견 감사드립니다^^

05/07/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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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문혜정님. 부천필 연주에 대한 글을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콘서트가이드 때 제가 오케스트라 배치에 관한 얘기를 빼먹었군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마주보고, 제1바이올린 옆에 첼로, 그 뒤에 베이스가 있는 배치는 옛 유럽 스타일 배치로서, 독일 쪽에서는 이런 배치를 아직도 고집하는 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지휘를 해주신 아르프 선생님께서 이런 배치를 워낙 좋아하셔서 그날은 배치를 좀 다르게 해보았습니다. 옛 유럽식 배치의 장점이라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대화를 나누듯 서로 음악을 주고받을 때 보는 재미도 있고 입체 음향이 강조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 2바이올린이 옥타브 더블링을 할 때는 불리합니다. 그래서 이런 배치는 특히 1, 2바이올린이 주고받기를 잘하는 하이든 교향곡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군요.

05/07/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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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

"어떤 기대감으로 들떠있는 묘한 설레임" 공감입니다.

다만 흥미롭게도 저는..공연중에 그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실상, 근래 말러 1번과 5번의 연주가 잦아서인지 특별한 기대는 없었거든요. 이런면에서는 문혜정님의 마음가짐이 참으로 멋지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관객도 노력해야죠!

음정은 많이 불안했습니다만.. 특히 4악장 혼의 튜티에서는 (기분좋은?) 웃음마저 나더군요.^^ 하지만 그런것을 떠나서 단원들의 의욕이 상당했다고 할까요?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감정에만 치우친 말러도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독기라고 할까요, 그런것이 어느정도 필요한 것이 말러의 교향곡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반기때의 부천에서의 모차르트와 예당에서의 브루크너. 기회되면 모든 공연 갈 생각입니다. 아주 멋진 기획입니다. 부천필, 힘내십시요! ^^

05/07/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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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국내오케스트라들중 부천필이 돋보이는건 정교한 물리적 합주능력이나 고른 음향과 같은,그런것 외에도 또 중요한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에스트로 임헌정님의 그 맥시멈까지 치닫는..그 전투력과(!) 마찬가지로 단원들 하나하나가 온몸의 구멍에서 불을 토하며 치닫는 순간의 그런 연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런 느낌을 청중들이 받을 수있을때쯤이면 물리적 합주력같은건 잊게 되더군요..혹시 저만의 착각인지..어쨋든 부천 필에는 뭔가 특별한것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심하기짝이없는 국내 관현악단의 창작곡 발표회에가서 그 끔찍한, 타성적인, 공무원적인 연주와 곡에 '잊지앉겠다'고 이를 갈며 돌아온적이 있습니다. 그때에 그 악단의 물리적 합주력은 사실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딱 욕먹지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 부천 필의 연주를 들으니 -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그런생각이 드는겁니다.'이 오케스트라는 죽을 각오가 되어있다'이렇게 말이죠..아이러브 부천필입니다.^^

05/07/0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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