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서울시향 / 말러 교향곡 1번
http://to.goclassic.co.kr/concert/1582

# 청계천 완공기념 서울시교향악단 특별연주회 #

 

*일시: 2005.10.2(일) / 19:30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주자]

*정명훈/ 지휘

*서울시교향악단

 

[프로그램]

# F.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F.Schubert Symphony No.8 'Unfinished'

 

# G.말러 교향곡 1번 '거인'

G.Mahler Symphony No.1 'Ti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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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종로 한복판...

정확히 말하자면 얼마전 새롭게 개통한 청계천이었다.

왜냐하면 거대도시 서울, 그것도 마천루들이 즐비한 종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개울물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들 인간의 힘은 어디까지인가를 직접 목격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거기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허울과 허망함 역시 얼마나 큰 것인지를 지켜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내가 청계천을 바라보며 생각한건 오로지 하나였다.

'나중에 좋은사람들과 한밤중에 와보면 정말 멋지겠군' ㅡ,ㅡ;;

 

아니다, 그런 이유는 사실 갖다 붙이면 되는 것이고,

내가 이곳 청계천을 찾은건, 아니 찾을 수 밖에 없었던건 다름아닌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공연 때문이었다.

오늘의 연주회 의도(?)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기에...

 

공연장에 들어서니 깜짝놀라 넘어질만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공연이 '전석매진(Sold out)'이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아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 현상이다) 현실이 그랬고, 티켓박스엔 정말 남은 티켓이 한장도 없었다. 덕분에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분들도 제법 많이 목격됐다.

그런 사람들을 노렸음인지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선 몇몇 암표상들이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주변을 서성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다소 놀란가슴을 뒤로하고 말러카페 지인들과 함께 3층으로 올라갔다.(이날따라 3층동지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맨 앞좌석이긴 했지만 생각했던대로 무대와의 거리가 엄청났다.

세종 3층은 과연 없는자를 위한 구원의 공간인가?

아님, 짜릿한 고공강하식 음악감상을 위한 특별공간인가?

세종의 구조적인 문제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오늘공연의 티켓구성은 분명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무리는 아니었기에...

 

공연시간에 다다르고 서울시향의 단원들이 하나 둘 입장하자 객석에선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잠시 뒤, 오늘 공연의 '전석매진' 기록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명훈씨가 등장하자 예상대로 청중들은 광분의 도가니가 됐다.

그만큼 여기모인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도 컸기에, 오늘 진정한 서울시향의 데뷔무대를 갖는 지휘자 정명훈에 대한 환호는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그들이 보여준 두 곡은 다소의 실망스러움으로 다가왔고, 예전 덕양에서 느꼈던 그 서울시향의 느낌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어? 이거 내가 얼마전에 봤던 그 서울시향 맞아??'

물론 세종 3층에서 지켜본 느낌이므로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와 내가 들었던 소리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고 그로인해 나의 판단에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먼저 일려두려 한다.

 

 

#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

 

저현으로 깔리는 도입부터 뭔가 좋은느낌을 갖게했다.

서울시향의 현은 최근에 봤던 레머라이트와의 공연을 통해서도 느낀바 있지만 그들의 새로운 변화양상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척도로 생각된 부분이다.

그때 느꼈던 그들의 모습은 매우 유려하면서도 깔끔한, 게다가 금관의 힘에의해 결코 눌리거나 기죽지 않는 그들만의 강직한 사운드를 발산하는, 예전엔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고, 비록 세종이라는 악조건에서 울리는 소리였지만 여전히 그들의 활시휘는 허공에서 강렬한 춤을 췄다.

그러나 지휘자의 해석탓인지 단원들이 다소 긴장한 탓인지 연주내내 양자간의 밀고 당기는 지루한 공방만 계속됐고 그로인해 곡의 긴장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휘자의 의도(극단적인 완급조절패턴)를 시향단원들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보여진 현상이 아닌가 싶다.

이날따라 정명훈이 다소 흥분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양극단을 달리는 템포조절의 의도 역시 그리 적절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단원들이 아직 정명훈 자신의 지휘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는 슈베르트에서 뿐만 아니라 말러에서도 결코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도시바 EMI)의 연주에서 보여지는 휘몰아치는 강렬함 속에서의 엑스터시나 클라이버/빈 필하모닉(DG)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이고 적극적인 템포감각은 그들의 연주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목관파트는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잔실수가 많아 역시 아쉬움이 남겼고 금관은 좀더 폭발적인 모습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무난했지만 지루하다는 인상만 남긴, 말그대로 '미완성'인 연주로 봐야하겠다.

 

 

#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

 

사실 슈베르트를 비롯해서 베토벤, 모짜르트와 같은 소위 '스텐더드 레퍼토리'는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구조적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곡목들인게 사실이다.

특히나 모짜르트는 모두가 인정하듯 그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게 하는 종목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연주회 경향이 말러를 포함한 후기낭만주의 경향으로 흘러가는 추세고 그런 곡들에 대해 제법 강세를 보이는 것은 곡이 갖는 성향이나 구조적 특징이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나 애호가들의 성향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오늘의 말러도 그런 의미에선 일단 성공적인 연주였다고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요즘들어 말러 1번이 심히 남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정명훈이 의도한 극단적인 쾌락과 절망감, 그 사이를 오고가는 격정 속 말러의 세계는 일단 시향단원들의 완급조절 실패로 인해 매우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주고야 말았다.

특히 1악장 도입부터 시작된 이완패턴은 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했는데 후반부 들어 갑작스래 몰아치는 과격한 긴장패턴은 어딘지모르게 언밸런스했고, 다소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는 앞서 슈베르트에서처럼 지루함 만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고, 감각역치의 충격량에는 결코 미치지 못했다.(물론 이런 점 또한 내가 세종 3층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수도 있다고 본다)

 

2악장에선 중간부분 튜티(tutti)에서 강하게 끝맺는 인상을 주지않고 현파트 위주로 진하게 마무리해 매우 좋은효과를 보여줬다.

지금도 그 점이 내게 매우 인상깊게 기억되는데 마지막 튜티에서는 그 점이 오히려 강렬함을 더해주어 효과가 배가되었다.

완급이라 함은 바로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완급조절이 아닐까 싶다.

 

3악장 도입부의 콘트라베이스 솔로는 상당히 훌륭했고 전체적인 현악파트를 다루는 정명훈의 기막힌 솜씨 또한 절묘함을 더해 가장 괜찮았던 연주로 기억되는 부분이다.

첼로파트가 들려준 사운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지휘자와 단원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각적인 호흡은 가히 일급수준이었다.

그러나 목관, 금관파트의 잦은실수(한두번은 그렇다고 하지만 잊을만 하면 터지는)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물론 연주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공연장에서도 가능하다면 그런 사소한 잡음들이 들려오지 않았으면 한다.

 

4악장 피날레.

강렬한 총주로 시작되는 피날레 악장의 도입부는 금관, 현악, 타악의 몸부림이 강하게 소용돌이 쳐 거대한 대혼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제1팀파니주자의 특이한(허공에서 한번 돌리고 내리치는 예비스텝(?) 타법) 연주모습은 오늘의 말러에서는 왠지 불안감만 안겨주는 결과를 남겼고 왜 조금 더 불타오를 수는 없었던건지 의아함을 남겼다.

금관은 대체로 선전했으나 9대의 혼파트는 역시나 불안감을 노출했다.

전체적으로 소리는 괜찮았으나 주자들 간의 호흡에 있어 문제가 있었고 조금은 민망한 삑사리까지 보여져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더군다나 몇몇 객원주자들은 연주 전에 서로에게 잡담하는 모습까지 보여져 나에게는 첫인상부터 구겼던 것 같다.(내 시력은 꽤 쓸만해서 세종 3층에서 바라봐도 볼건 다 보이는 정도는 된다. ㅡ,ㅡ;;)

여전히 정명훈의 낙차 큰 완급을 시향은 포용하지 못했고, 마지막 악장에서조차 지루한 인상을 떨져버리지 못했다.

정명훈은 예의 그 강렬하고도 절도있는 지휘스타일로 코다에 이르러서는 역시나 가히 폭발적인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시향의 연주는 정명훈의 지휘만큼 절도있진 못했고 어느정도는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던 점도 있어서 코다의 폭발적 튜티에 대해 냉정하게 대처하진 못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와같은 강렬한 마무리는 뜨겁게 달궈진 객석의 청중들을 심히 열광케했고 제법 많은 수의 기립박수를 유도해냈다.

 

글쎄... 오늘의 연주가 과연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것이었는가?

아님, 정명훈이라는 이름앞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이미 마음 속으로 충분히 감동받을 준비를 하고왔던 것일까?

씁쓸했다. 아니 나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나 역시도 정명훈의 말러에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보여준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니었다.

 

홀을 빠져나오면서 카페지인들과 했던 말이기도 하지만 서울시향은 운그랑세, 레머라이트, 정명훈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이는 어찌보면 서울시향이 매우 '감각적'이다는 점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감독과 두명의 부지휘자 사이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면 이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나 역시도 오늘 공연을 통해 위 세사람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을 모두 접하게 된 터라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운그랑세의 경우 개편되기 이전의 서울시향 연주이긴 하지만 말이다)

과연 그들이 '정명훈의 부지휘자'인지 아님 '수석객원지휘자'적 성격인지 그 선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오늘 정명훈이 보여준 서울시향의 모습이 너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었을테다.

 

정명훈이 연주회를 마치고 객석을 향해 던졌던 말처럼,

'서울시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가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3년여 안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키우겠다는 그의 포부가 오늘 이 한번의 연주회로 결정나는건 아니기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나 성급한건 사실이다. 

그저 '앞으로 그들을 좀 더 지켜보자'가 맞는 얘기가 될터이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내일이 있기에, 그리고 지휘자의 큰 비젼이 있기에 그들을 계속 지켜봐야 함이 옳지 않겠는가.

그가 그리는 큰 밑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우리도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갖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을거라 믿고싶다.

그래서 그가 우리나라에서, 그의 오케스트라로 녹음한 음원들이 세기의 명반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런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초가을의 세종로는 아직 그리 차갑진 않다.

다만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 매섭다.

그래서일까? 세종로를 걸어나오며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이 그렇게 씁쓸함으로 남지는 않는다.

그 허무함이 음악으로, 그리고 따뜻한 만남으로 승화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공허함, 허무감... 그러나 결국 이런 공간들도 사람과 사람의 향기로 메워져 떨어지는 발걸음이 결코 무겁진 않다.

함께하는 따뜻한 존재가 있는한 내게 공허는 없을 것이다.

 

 

10.3

 

 

# P.S :

 

제가 다음카페 "말러를 위한 작은모임"에 올렸던 글을 여기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작성 '05/10/03 18:32
ka***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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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05/10/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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