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워싱턴 공연 (2001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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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공연 리뷰
(2001년 8월 25일, 조지매이슨대 컨서트 홀)

역시 조수미였다. 다채로운 노래를 밀도있는 강약완급으로 펼쳐내어 청중들을 흡인해버리는 그녀는 진정 한국이 나은 세계적인 성악가였다.

반짝이는 자주빛 드레스를 차려입고 등장한 1부는 로시니의 '약속'으로 문을 열었다. 이 곡을 첫 번째로 배치한 이유에 대해, 무대와 청중의 소노리티를 점검해볼 수 있는 동시에 지난 봄 신병으로 연주일정을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만큼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동포들의 애정에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 했다. 이어 부른 조르다노의 '까로 미오 벤'에서는 오직 대가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와 피아노시모로 이어지는 다이나믹을 통해 교과서를 뛰어넘는 해석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애인의 창가에서 속삭이듯 부르는 노래인 구노의 '세레나데'에서는 프랑스어 딕션의 비성이 인상적이었으며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빳사죠나 음량을 아주 작은데서부터 키워오는 메사디보체 등 하이 테크닉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이어진 스테이지에서는 네곡의 서정적인 한국가곡을 선사했다. 특히 김동진곡 '진달래 꽃'은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는데, 님을 차마 보내고 싶지 아니한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중 'Ich grolle nicht'에 필적하는 강력한 '한'의 정서를 절절히 표출해내었다.

잠시의 휴식후 이어진 제2부에서는 몸에 달라붙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뮤지컬이나 CM으로 들을 법한 곡들을 마이크를 통해 선사했다. 이미 TV드라마의 주제가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 그녀에겐 이러한 류의 시도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악가라는 태생적 한계(?)는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미 체계적인 발성으로 풍부한 울림을 지닌 그녀에게 마이크를 통해 재생되는 소리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으며 오히려 사라 브라이트만과 같은 전문 뮤지컬 배우에 비해 명확한 딕션이 떨어지고 있었다.

2부의 중간에는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 익숙한 헨델의 리날도중 '나를 울게 내버려두오'가 삽입되었다. 영화에서도 그렇듯이 일반적으로 여성의 음역을 가진 카운터 테너들이 많이 부르는 곡인데 전형적인 다카포 형식의 아리아라 할 수 있다. 조수미는 이러한 바로크 풍의 곡에 낭만성을 가미하여 입체화 시켰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복되는 A'부에서 보다 기교적인 오나멘테이션을 첨가했으면 하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몇 번의 커튼 콜을 통해 앵콜이 이어졌다. 그 첫 번째로는, 얼마전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부를 때 마다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최영섭곡 '그리운 금강산'이었고 '이태리 거리의 노래', '어메이징 그래이스'가 이어졌으며 특별히 마지막곡인 윤용하작 '보리밭'에서는 노래가 아닌 그녀의 피아노 반주를 선사했는데 그 솜씨가 선의의 경쟁자인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에 못지 않았다.

이번 워싱턴 공연은 대성황을 이룬 성공적인 공연으로 평가되며, 그것이 한국 교민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주류사회와도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남는 점이 있다면, 일전에도 밝힌 바 있듯이 한국어 딕션에 관한 문제이다. 물론 아직까지 성악용 한국어 딕션의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고는 하나 적어도 예술가곡(Kunst Lieder) 입장에서 노래를 할 경우 가사가 주가 되어야한다. 특히 한국가곡에서는 단순한 가사라기 보다 시에 곡을 붙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래서 '작사(作詞)'대신 '작시(作詩)'라고 쓰기도 한다) 더욱 시의 발음을 명료히 새길 필요가 있으며 어떠한 음율적 기교도 이러한 기저하에서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곡인 베르디의 춘희중 '아 바로 그이인가'를 들으며는 왠지 그녀의 옆자리가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는 무대위에서의 상대역 테너 목소리를 기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얼마전 한 음악잡지에서도 밝힌바 있듯이, 생활속에서 그녀의 절반을 채워줄 배필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아서 인가보다.

<김종우>
작성 '01/09/17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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