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 최희준/수원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수원SK아트리움)
http://to.goclassic.co.kr/concert/3125

지난 목요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있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공연을 보려고
일찌감치 나섰습니다.
사당역에서 7780번을 타려고 보니 퇴근시간이 가까와서
길게 늘어선 줄에 놀라기도 했지만, 연달아 좌석버스가 도착해서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고
티켓을 받은 뒤에 근처 상하이 중국식당에서 짜장면으로 저녁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수원 물가가 싸더군요.
팜플렛을 1천원에 샀는데 짜장면이 6천원.
곱배기를 시켰는데도 주인아주머니는 그냥 6천원을 결제하셨더군요. 팜플렛 값 벌었습니다.

 

잡설을 접고,
저로서는 수원SK아트리움이나 최희준 지휘자, 수원시향 그리고 말러 교향곡 2번 "부활"까지
모두 실연으로 접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날 대공연장에는 빈 자리가 없이 객석이 꽉 찰 만큼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앞에서 6번째 열 가운데에 앉았는데 제 앞으로 딱 한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이 곡은 대규모 합창단과 무대 밖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해서
인기에 비해 자주 연주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수요의 한 원인일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다수의 분들이 멀리 서울서 수원까지 "부활"을 듣기 위해 오셨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이하게 2대의 팀파니는 무대 맨 좌측, 바이올린 바로 뒤에 앞뒤로 놓여있고
같은 선상으로 뒤 쪽에 큰 북이 위치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타악기는 모두 무대 왼쪽 벽 쪽에 세로로 몰아두었습니다.

 

객석에서 보아 호른이 왼편에, 가운데에 트럼펫이, 오른쪽에 트롬본이 위치한 것은 통상적인 것이고
첼로보다 비올라가 객석 쪽으로 앉는 배치였습니다.

 

1악장 몇 소절을 듣고 일단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의 음향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올린 파트는 꽤나 명료하고 진한 음색을 들려줬고, 대음량에서도 해상도가 유지되서
나름대로 괜찮은 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첼로 및 콘트라베이스 음색은 기대만큼 진하지 못해서 다목적홀의 한계가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1악장, 유명한 첫 대목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또 무대 깊숙히 위치한 관악기들에는 오보에 소리를 닮아가는 음색에 착색이 있었습니다.
오디오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일부 스피커의 사운드에 대해 '쏘는 소리'라고 말하는
그런 사운드가 되버리기 쉬운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만큼 열렬한 호응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5악장이 끝나자 마자 객석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는데 그 첫 브라보의 주인공은
제 바로 오른쪽에 앉으신 남성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커튼 콜이 끝나고 제가 자리에 일어서는 순간,
그분이 '홀이 너무 작다'라고 혼잣말처럼 같이 오신 아내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그분의 말씀과 행동이 이날 공연을 딱 요약해주는 것 같습니다.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공연이었지만 2대의 팀파니와 부천과 수원의 시립합창단까지 모두 소화해내기에는
무대가 비좁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날 공연을 듣고 집에 와서 맨 처음 한 일은
이 곡의 악보를 다운로드 받아 전곡 중 포르티시시모(fff)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체크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지겹도록 fff가 자주 등장하더군요.

 

저로서는 흡사 이탈리아 오페라를 듣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너무 자주 거대한 투티가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작곡가 말러의 탓이지만,
연주 홀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fff를 모두 최대 음량으로 연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올 2월달에 취임연주회를 가진 최희준 지휘자로서는 이토록 큰 편성의 곡이
SK아트리움의 객석에서 어떻게 들려질지 계산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리허설 중 지휘자는 지휘자석을 떠나 객석에 앉아서 청중들이 실제 듣는 음을 체크하기도 한다는데
실제 1층의 가운데 정도에서 수원시향의 포리티시시모가 어떻게 들리는지 꼭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공연을 보고 와서 주말동안 이 후기를 쓰기 전까지 총 4종의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번스타인/런던 심포니 (DG DVD)와 하이팅크/베를린 필 (PHILIPS DVD)는 익히 봤던 것이지만
거기에 넬손스/빈 필 (C Major DVD)과 불레즈/슈타츠카펠레 베를린 (EUROARTS DVD, 2008년 베를린 실황)을
새로이 봤습니다.

 

각기 개성이 다른 위의 4종 중에
이날 최희준과 수원시향의 연주는 번스타인/런던 심포니와 가장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희준 지휘자는 흡사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상시킬 만큼 중요한 대목에서 점프를 하면서
열정적으로 지휘했고 팀파니가 왼쪽 앞에 위치한 배치도 그 1973년 실황과 유사했으며
그 전체적인 해석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지휘자는 악장별로 표제가 선명히 느껴지는 해석을 들려주었습니다.
1악장의 죽은 영혼에 지내는 제사를 지나
2악장에서는 꽁꽁 얼어붙었던 땅에서 봄이 되어 새싹이 돋는 듯한 느낌을 선명하게 받았습니다.
2악장이 음반에서 듣던 평범한 느낌이 아니라
5악장에 부활할 새 생명이 기운을 차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5악장 초반에 작은북과 심벌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 직후에 나오는 선율이
그토록 장대하고 자유롭게 들리는 줄 그전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이를 깨우쳐 준 연주가 이번에 새로이 들은 넬손스/빈 필의 2018년 잘츠부르크 실황이었습니다.

 

교향곡 2번의 1악장과 5악장 내에서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는데

넬손스/빈 필와 비교해 보면 그런 대조가 이날 공연에서는 그리 선명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정확히는 그런 연주를 저로서도 그 영상물에서야 처음 알게 됐다고 해야겠지요.

말러가 가장 오랜 시일 동안 작곡한 곡인 만큼 새롭게 발견할 꺼리도 많은 곡 같습니다.

합창은 시작은 ppp로 여리게 시작했지만 얼마 안가서 음량을 너무 키운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이 같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원래 합창 소리가 충분히 작고 (pp)
그 소리에 소프라노가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합창의 음량이 이미 커서 소프라노가 합창과 경쟁하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 곡의 5악장에서는 무대 밖에서 악기들이 연주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호른 앙상블과 팀파니는 무대 좌측 밖에, 트럼펫 앙상블은 무대 우측 밖에 위치했습니다.
무대 밖에서 연주되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지휘자의 동작이 무대 밖에 있는 단원들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무대 벽에 설치된 사각형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저희 집은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 때마다 아버지는 현관이나 대문을 조금 열어두게 하셨습니다.
조상님들의 혼령이 열린 문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셨었죠.
이날 공연에서 열려있는 문은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무대 밖의 금관들은
부활하려고 발버둥치는 사후세계의 영혼들을 연상시켰습니다.

아마 말러의 의도도 그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이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 섬뜩했습니다.
흡사 사후세계에서 천당의 세력과 지옥의 세력이 전투를 벌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이날 부활하는 영혼이 과연 선한 존재인가 혹시 악한 존재라면 어쩌나 그런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부활한 볼드모트가 떠오르면서...

이날 공연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저는 위와 같은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5악장 피날레의 환희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보여지는 것도 중요한 공연에서 무대 밖 오케스트라를 위해 무대 벽의 문을 여는 것이 갖는
상징이 이 곡에서는 너무 세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카메라를 이용해서 지휘자의 모습을 무대 밖 연주자에게 중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수원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공연은
매우 인기있는 곡임에도 자주 연주되지 못하는 곡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기획이었습니다.
다음 공연도 정말 기대됩니다.

 

추신: 공연 후기와는 관계없지만 5악장의 프로그램적인 내용을 이번 기회에 확인한 부분이 있습니다.

수험생도 복습이 중요하듯이 공연 직후의 복습은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5악장에 작은북, 팀파니, 큰북이 크레셴도 되면서 무언가 땅 밑에서부터 부활하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 있죠.
그런데 그 이후 관현악은 결국 끝에 가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말을 갖습니다.

관현악만으로는 부활에 1차로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후 아주 여리게 합창이 가세하고 독창들도 가세한 다음에라야 환희에 찬 피날레에서
죽었던 영혼이 부활할 수 있게되는 줄거리가 완성됩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9번 4악장에서 '기악으로 안되겠으니 성악으로 합니다'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작성 '19/07/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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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편집장님 후기를 읽고 말러 2번을 다시한번 들었는데 소름 돋았습니다.

19/07/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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