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 알렉세이 코르니엔코/부천필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 (아트센터 인천)
http://to.goclassic.co.kr/concert/3131

짧았던 여름 방학 기간이 끝나고
추석을 1주일 앞둔 지난 9월 5일과 7일, 각각 인천과 고양에서 있은

부천필과 고양시교향악단의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그새 바쁜 일이 있어 후기를 쓰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후기 남깁니다.

두 공연 모두 좋았지만, 고클래식에서 배너 광고도 한 바 있어
포스터 디자인이 익숙하실 9월 5일 부천필의 249회 정기연주회,

아트센터 인천 공연을 주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날 공연은 (제가 알기로) 부천필로서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처음으로 갖는 공연입니다.
부천필의 연주를 그간 부천시민회관에서 주로 들었었는데
아트센터 인천에서 들으면 얼마나 좋은 소리가 날까하는 것이
제일 궁금한 부분이었습니다.

 

최근에 알게된 사실인데 부천필이 부천시민회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용 홀이 현재 건설중입니다.
지난 6월 착공을 시작했고 2023년 1월 개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에 드문 직육면체 모양의 슈박스 모양의 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반가왔습니다.
https://twitter.com/thghim/status/1165114898411487232

 

저로서는 아트센터 인천이 두번째 방문인데
첫번째 공연에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내부 구조를 이번에 다시 보니
아트센터 인천은 길죽한 마름모 모양으로 차라리 롯데콘서트홀과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예매한 자리는 1층 10열 가운데였습니다.

 

마침 이틀 간격으로 들은 공연들이 수도권에서 (제 생각에) 가장 음향이 좋은 홀에서 이루어졌고
(저로서는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가장 주된 동력은 프로그램도 연주자도 아닌

공연장이 어디냐가 되었습니다)
두 공연 모두 쇼스타코비치가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공연장에서 들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 극명하게 비교가 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부천필로서는 드물에 객원지휘자로 알렉세이 코르니엔코라는

러시아 지휘자를 초청한 공연이었습니다.
2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이 40분 가량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인지
1부에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넣었는데
그야말로 프로그램만 봐도 배가 부른 푸짐한 기획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이 가장 기대됐지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가장 좋아하는 협주곡 중 하나라서
비록 2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인천으로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러시아 지휘자여서 그런지 1부의 베토벤과 브람스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노부스 쿼텟의 리더인 김재영 씨가 협연자로 나선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나쁘지는 않았는데
트럼펫 파트를 정단원들이 하지 않고 2명의 젊은 객원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바람에 부천필의 실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트럼펫이 스타카타로 연주할 부분들에서 레가토로 흐르는 듯한 부분이 많아서
브람스의 이 곡이 가지는 치고 빠지는 맛을 살리는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마도 2부에 있을 쇼스타코비치가 워낙 대음량 트럼펫을 요구하는 곡이라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의미에서
객원을 썼을 것이기 때문에 좀 과하게 차린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결과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씨는 이 어려운 곡을 너무도 쉽고 물 흐르듯이 연주하는 묘기를 보여줬습니다.
집시풍의 껄죽한 연주라기 보다는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연주였습니다.

 

부천필의 소리는 1부의 에그몬트 서곡의 첫 음부터 부천시민회관에서 듣던 것과

차원이 다른 소리가 들렸습니다.
특히 현소리는 거의 고양이와 강아지만큼 달랐습니다.
부천시민회관에서 듣던 부천필의 소리가 회색 고양이 같았다면
이날 아트센터 인천에서 들은 소리는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의 '인절미' 같은 색깔이 났습니다.
지난번 같은 장소에서 들은 인천시향의 투명한 현소리와도 완전히 다른 소리였습니다.

 

반면 무대 가장 뒤 정가운데 위치한 팀파니는 오히려 부천시민회관에서보다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팀파니가 위치한 그 자리는 마름모 꼴로 생긴 아트센터 인천의 가장 깊은 꼭지점에 가까운 위치라서 그런지
흡사 롯데콘서트홀에서 듣던 팀파니 소리처럼 좀 어둡고 울림이 많게 들렸습니다.
특히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팀파니가 작은 소리로나마 트레몰로로 연주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느낌이 너무 큰 차이가 낫습니다.
제가 보기엔 부천필로서는 아직 아트센터 인천의 특성이 파악이 되지 않아

팀파니 위치 선정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호른과 튜바 등 저음 금관들은 아트센터 인천에서만 들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울림을 선사해줬습니다.
이들 악기의 울림은 첫 음은 황금빛이 나면서 이어지는 반사음들은 재빨리 객석 뒤로 사라졌는데
흡사 물보라같은 희고도 투명한 잔향을 들려줬습니다.

이런 소리는 지난 인천시향의 공연에서도 확인한 바 있어서
아트센터 인천만이 가진 독특한 개성임이 틀림없습니다.

2부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을 들을 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팀파니에서 약 2미터 정도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북 소리였습니다.
이 곡에서 작은북이 워낙 중요한 악기이긴 합니다만 나란히 위치한 팀파니와 극명한 음색차이를 보였습니다.
팀파니 소리는 흡사 먹음직한 딤섬(작은 찐만두) 같았다면

작은북 소리는 흰 분필로 눌러 그은 점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서로 이질적이었고 작은북 소리는 등에서 땀이 날 정도로 모든 악기를 압도했습니다.
이틀 뒤에 고양시교향악단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들으면서
그 작은북 소리와 비교하니 아무래도 홀의 특성이라고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팀파니와 작은북의 위치를 바꿨다면 모든 것이 해결됐을 것입니다.
아트센터 인천은 장점이 굉장히 많은 곳이지만
독특한 구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홀이라고 판단됩니다.

 

목관의 소리는 전에도 느꼈지만 클라리넷은 매우 풍부하게 들리지만 플루트는 상당히 억제되어 들렸습니다.
오늘 므라빈스키/레닌그라드 필의 이 곡 연주 (ERATO)를 들으니

플루트의 고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대목이 있는데
그런 탐미적인 소리가 플루트에선 잘 나지 않았습니다.
부천필의 특성이나 지휘자의 해석이라기 보다는 홀의 특성이라고 판단됩니다.
플루트가 날라다니는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과 너무 대조적이죠.

 

4악장의 그 어마어마한 음량을 조금의 찌그러짐도 없이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
과연 이런 대음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공연장이 국내에 이곳 말고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음량에 대한 소화력은 아트센터 인천이 탁월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중에 가장 말러적인 느낌이 진한 이 곡을

이날 역시 매우 말러적으로 연주해주었습니다.
특히 2악장의 트롬본 솔로는 말러 교향곡 7번 1악장을 오마주한 느낌이 강한데 이날 연주를 듣고 나니
지난 여름 대전시향의 말러 7번 1악장을 놓친 한이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
콘드라신 (MELODIYA), 게르기예프 (2014년 블루레이), 므라빈스키 (ERATO),

바실리 페트렌코, 드미트리 키타옌코 5종의 음반을 들었는데
코르니엔코/부천필의 이날 연주는 악기 배치부터 해석까지

게르기예프의 실황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므라빈스키의 지극히 차이콥스키적인 연주와 가장 먼 해석이었고
키타옌코나 게르기예프처럼 말러를 연상시키는 느낌이 매우 강했습니다.

 

다만 4악장의 마지막 음의 잔향이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온 것은

여운을 느낄 여지를 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그린 작품인 만큼 감동을 받았다기 보다는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는 그런 곡이었습니다.

 

부천필의 기획 덕분에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을 온전히 좋아하게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저로서는 가장 큰 수확입니다.

저는 이날 앵콜곡에 와서야 강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모음곡 중 유명한 왈츠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음색은 완벽했고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앵콜 곡이 이렇게 좋을 수가!
특히 트럼펫의 강렬한 악센트는 흡사 작별의 손키스 같았습니다.
지휘자님도 앞선 곡들과 달리 지휘 모션 자체가 몇 배는 더 커지면서 즐겁게 지휘해주었습니다.
'역시 자본주의가 좋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곡이 워낙 쇼스타코비치의 더 유명한 재즈 모음곡 2번의 왈츠와 유사하기 때문에
추가 앵콜로 그 재즈 모음곡을 연주해주었으면하는 욕심을 버릴 수 없었던 저는

주책없이 연신 '앵콜'을 외쳤습니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은 색소폰 단원이 있어야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

연주 불가인 것을 깜빡했던 것이죠.

 

쉽지 않겠지만 부천필이 아트센터 인천에서도 좀더 많은 공연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

작성 '19/09/16 22:07
th***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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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부천필의 새로운 전용홀은 조감도와 사진만 봐도 제가 다 설레이네요.

19/09/17 07:40
덧글에 댓글 달기    
hk***:

녜 잘 봤습니다. 저로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믾습니다만 강동을 받으셨다니 저도 같이 행복합니다.

19/09/17 09:06
덧글에 댓글 달기    
hh***: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19/09/17 09:53
덧글에 댓글 달기    
bi***:

https://youtu.be/AAUBX8oFmKo?t=164
윗글에 악기배치 관련하여 Pletnev 와 RNO 의 배치입니다.

https://youtu.be/Iyhhx2jxmP0?t=136
Inkinen 과 Deutsche Radio Philharmonie 의 배치입니다.

19/09/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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