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6일, <광주시립교향악단 제350회 정기연주회> @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http://to.goclassic.co.kr/concert/3147

늘 고클래식 회원님들께서 올리시는 공연후기, 음반정보 등을 읽기만 하다가 저도 용기를 내어 공연감상문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음악적인 식견이나 조예가 많이 부족합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조언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위치한 총 28개의 시도립 교향악단을 순례하는 것이지요. 이번 공연감상문은 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람한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제350회 정기연주회에 대한 것입니다.

 

권민석이 객원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협연하는 이번 음악회에서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그리고 임현정의 주 레퍼토리라고 할 수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그 중에서도 3번을 감상했습니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벌써부터 전국 각지에서 베토벤의 작품들이 빈번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탄생을 기린다는 뜻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를 약간 삐딱하게 바라보면, 교향악단 쪽에서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습니다.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기린다는 명분 아래에서 '가성비 좋은' 베토벤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으니까 말이죠.​

9번 교향곡 '합창' 정도를 제외하자면, 베토벤의 교향곡은 편성이 그다지 크지 않고,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후기 낭만주의 작품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기에, 비교적 교향악단 입장에서는 굉장히 연주하기 편한 축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악기 대수만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조금 무리한 비교지만, 단순히 이날 감상한 베토벤 교향곡 제7번과 말러의 교향곡 제7번에 필요한 악기를 비교해보자면,

 

 

베토벤 교향곡 제7번 vs 말러 교향곡 제7번

(단순히 악기만)

<현악기>

베7: 현악 5부(제1,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말7: 현악 5부, 하프 2, 만돌린, 기타(Guitar)

<목관악기>

베7: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말7: 플루트 4, 오보에 3, 클라리넷 4, 바순 2, 베이스 클라리넷, 콘트라바순, 피콜로, 잉글리시 호른

<금관악기>

베7: 호른 2, 트럼펫 2

말7: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테너호른, 튜바

<타악기>

베7: 팀파니 2

말7: 팀파니 4, 베이스 드럼, 스네어 드럼, 심벌즈, 트라이앵글, 카우벨, 탬버린, 탐탐, 글로켄슈필, 종, 루테

물론, 말러가 이상하리만치 악기편성을 크게 사용한 까닭도 있지만 단순히 악기 수만 비교하더라도 베토벤 쪽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게다가, 작품의 인지도는 오히려 베토벤 쪽이 월등히 높으니 '가성비'를 따지면 당연히 베토벤을 선택하는 것이 맞죠. 더욱이,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면 그 명분도 충분합니다.

뭐, 그렇다고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그저 한 번 삐딱하게 바라본 것 뿐이지요. 저도 베토벤 좋아합니다 :)

오늘 객원지휘한 권민석, 그리고 협연자 임현정 모두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이미 많이 알려진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독특한 이력은, 어린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독학'으로 파리 유학을 가서 프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는 점이죠. 굉장한 능력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객원지휘한 권민석의 독특한 이력은, 그가 리코디스트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목관악기 연주자 출신 지휘자는 전 세계로 범위를 확장시켜도 굉장히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리코디스트' 출신이라니.. 굉장히 독특한 이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교향곡을 먼저 연주하고, 협주곡을 2부에 연주했습니다. 악곡 규모가 오히려 협주곡 쪽이 더 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그렇더라도 교향곡을 나중에 연주하는 것이 관례인데 오늘은 그 순서를 바꿨습니다.

1부에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제7번. 권민석 지휘자에 대한 첫 인상은 '로봇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세한 음 하나하나에 신경쓰기보다는 악곡의 대선율을 중심으로, 큼직한 비팅 위주의 지휘를 보여줬습니다. 절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메트로놈과도 같았죠. 특히 2악장 알레그레토에서 그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악장을 들어가면서 너무 템포를 빠르게 잡은게 아닌가 싶었는데 정확히 그 템포를 유지하면서 쭉 이어나가더군요.

아쉬웠던 점은 홀의 음향, 그리고 빈약한 호른이었습니다. 다목적 홀이어서 그런지 음향이 클래식에 최적화 되지는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1악장에서 팀파니 타격음이 앞으로 뻗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먹히는 현상이 나타났죠.. 빈약한 호른 역시 아쉬웠습니다. 적잖게 미스를 냈죠..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임현정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였습니다. 임현정의 협연을 유튜브 등에서 영상으로 찾아봤을 때, 가끔 음악에 너무 도취해서 템포를 너무 빠르게 한 나머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깨지고 미스터치가 나는 모습을 본 적 있어서 조금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스터치가 거의 없었습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었습니다. 이는 지휘자 권민석의 공이 클 것입니다. 약 8:2 정도의 비율로 지휘자가 협연자 쪽에 맞춰주는 모양새였죠. 3악장 도중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보다 한 마디 정도 앞서나간 적이 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딱히 문제삼을 부분은 없었습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과 그 규모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1층에는 거의 객석이 가득 들어찼고, 가끔 악장 간 박수가 나온 점을 빼면 관객 매너도 훌륭했습니다.

명과 암이 뚜렷한 오늘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예 지휘자 권민석의 발견, 완벽한 임현정의 협연을 볼 수 있었던 점은 3시간 넘는 시간을 달려 광주까지 온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작성 '20/02/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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