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레이블에서 나온 다섯 가지 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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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레이블은 상대적으로 메이저에 비해

애호가들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놀라울 만한 명반을 출시해서 기대치 않았

던 기쁨과 만족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 제가 들어본 마이너레이블의 명반 베스트

파이브를 소개할까 합니다. (순위는 사실 별 의미

가 없지만 그냥 재미 삼아 혹은 '애정'의 강도에

따라 매겨보았습니다)

 

 

    

 

1. 크리스티네 쇼른스하임이 연주한 하이든 소나타 전집

   (독일 카프리치오)

 

올해 아마 고클에서 가장 이목을 끈 박스세트라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싶습니다. 탁월한 명반이면서도 구입가가 상당히 저렴해서

(CD가 자그마치 14장! 핫트랙스에 올려진 가격을 보니 3만7천원대

이던데 아마존 영국에서 구입하면 우송료를 포함해도 3만원이 안

나옵니다) 인기몰이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겠죠. 이게 다 카프리

치오라는 마이너레이블에서 출시된 덕일 듯합니다.

 

쇼른스하임은 이 앨범에서 하이든 시대에

혼재했을 진화과정 속의 건반악기들을 탐색하면서 연주 스타일도

바로크와 고전주의 시대에 걸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 예컨대 피아

노 배우는 사람들이 '소나티네 앨범'으로 친숙하게 마련인 C장조 호

보켄번호.35번 소나타 같은 경우에도 쇼른스하임은 바로크적인 꾸밈

음을 적절히 첨가하여 모차르트 시대와는 차별화된 악상의 '정격성'

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녀가 쳄발로와 클라비코드로 연주하는 초기

소나타에서는 오히려 바로크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인상

을 받았습니다. 이미 하이든 시대에 이르면 악상 자체가 바로크 시대

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쳄발로는 계속 사용되었을 것

이고 어떤 악상이든 쳄발로로 연주하면 바로크를 떠올리기 쉬우니까

요.

 

아무튼 연주, 음질, 악기 소리, 부클릿의 충실성, 해설의 상세함,

(14번 CD에 등장하는쇼른스하임과의 독일어 인터뷰를 알아들을 수

 있었더라면...) 가격대비 만족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만합니다.

 

 

 

 

2. 야코프 카스만의 스크리아빈 피아노소나타 전집

   (프랑스 칼리오프)

 

다른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것

으로 보이지만 야코프 카스만은 적어도 스크리아빈과

프로코피에프에 관한 한 당대 누구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

는 해석의 명료함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이 앨범을 듣자마

자 저는 그 맑고 생생한 음반의 음질에 우선 놀랐고 자기

안에 정리된 스크리아빈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그의 해석

솜씨에 두번째로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젊은 피아니스트

답지 않게 템포 설정은 상당히 진중하고

(가령 5번의 경우 꽤 느린 우고르스키의 연

주가 13분 중반대인데 반해 카스만은 14분20초에 걸쳐 연

주합니다) 악상의 전개는 조심스럽지만 의도적으로 세련미

를 추구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스크리아빈을 코스모폴리

탄적으로 해석하는 연주 경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런 피

아니즘 상의 모더니티가 생겨난 당대의 러시아적 에스프리

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런 관점은 프로코피

에프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겠죠) 스크리아빈이 활동하던

시기의 러시아에서는 사회 혁명과 양식적 모더니즘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었을 테니까요. 바로 거기야말로

야코프 카스만의 초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헨델의 <수상음악>

     니콜라스 맥기건/필하모니아 바로크 관현악단

     (아르모니아 문디)

 

위의 두 레이블에 비하면 아르모니아 문디는 마이너레이블에

속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위의 앨범은 아르모니아 문디의

미국 로컬판으로 출시되었다 나중에 전세계적으로 배급된 경

우인 것으로 보여 마이너레이블에 포함시켜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제가 이 앨범을 핫트랙스에서 발견한 것도 마이너

레이블 매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까요.

 

<메시아>의 애호가들 사이에서 맥기건의 등장은 일대 센세이션

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맥기건은 고음악의 불모지인 미국

보스톤에서 버클리 음대와 뉴 잉글랜드 콘서트바토리 출신들을

모아 조직한 필하모니아 바로크 관현악단으로 헨델의 <메시아>

를 뛰어나게 속도감 있고 고아한 음색으로 연주하여 각 음반 매거

진의 까다로운 음반평자들과 전세계의 애호가들을 흥분시키기도

했죠.

 

헨델의 <수상음악>에서도 맥기건과 이 악단은 <메시아>에 못지않

은 고악기의 음색과 청신한 속도감을 자랑하며 우리의 컨벤쇼널

초이스라 할 피노크 판과는 또다른 만족감을 안겨줍니다. 극도의 소

규모 편성으로 짜인 까닭에 악기 소리의 실내악적 투명함과 청아함만

보자면 오히려 피노크와 잉글리쉬 콘서트를 능가하는 듯.

 

 

4. 스코트 로스가 연주한 바흐 앨범들

   (프랑스 에라토)

 

미국계 프랑스 작가 쥘리앙 그린처럼 미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라고 죽은 쳄발리스트 스코트 로스의 음감

은 정말 뛰어납니다.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호로비츠나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음색을 들을 때처럼 도대체 어떤 악

기를 썼길래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해질 정도입

니다. 쳄발로 음색에 대한 그의 섬세한 미감은 화음을 짚을 때

보다 특히 느린 패시지나 아르페지오를 따라갈 때 더욱 돋보

이더군요. 그가 유명해진 것은 죽음의 문턱에 이르도록(그는

불과 서른 여덟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요절했습니다) 500여

곡에 달하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전집을 녹음했다는 사실 때

문입니다만 스코트 로스의 섬세한 주법은 바흐에서도 빛납니

다. 위의 그림은 82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라이브로 녹음

한 앨범 자켓입니다만 이뿐 아니라 <이탈리아협주곡>이나

<크로마틱 판타지> 등이 수록되어 있는 소품집이나 6곡의 파르

티타 등도 모두(역시 에라토 출시) 빼어납니다.

 

 

*또다른 추천 앨범

 

 

딕 하이먼이 연주한 토마스 "패츠" 웰러 피아노곡집

(미국 리퍼런스 레코딩스)

 

만일 무인도에 유배될 때 음반을 딱 한 장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이 앨범을 고르겠습니다. (실제

로는 무지 오래도록 망설이겠지만...)

이 앨범은 시청역 모퉁이에 있는 레코드숍에서 '패츠 웰러'라는

이름만 보고 아주 우연히 구입한 건데  '밀리언달러 베이비'였습

니다. 딕 하이먼은 패츠 웰러 시대의 활달한 스윙감이나 다소 투

박한 유머의 표현을 약간씩 걷어내고는 대신 그 자리에 내향적이

고 다소 클래시컬한 (어떤 대목에서는 초기의 조지 윈스턴이 연상

될 정도로) 세련미를 덧칠합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게 바로 패츠

웰러의 어릿광대스러움 밑에 깔려 있는 우수와 고독입니다. 패츠

웰러를 통한 딕 하이먼의 피아니즘이 집요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중적 정서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제겐 패츠 웰

러와 모차르트가 겹쳐집니다.

 

백인들의 장난감으로 놀아나면서

그들을 즐기게 해줄 책무에 시달리는 어릿광대의 유머와 천의무봉한

쾌활함 밑에 실은 얼마나 스산한 비애와 슬픔과 분노가 도사리고 있는

지를 재즈철학자요 작곡가인 딕 하이먼은 명철하고 세련된 피아노 소

리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톰과 제리>의 소동처럼 (패츠 웰러는

묘하게도 이런 '만화동산'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아무리

명랑하고 밝은 표정으로  까불까불거려도 '진짜' 재즈는 이처럼 단 한번

도 고통과 슬픔의 음악에서 벗어났던 적이 없었던 듯합니다.

 

 

 

작성 '05/12/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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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05/12/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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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그런데 에라토는 마이너 레이블이 아니잖아요? ^^;

05/12/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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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쩝, 제겐 유니버설 소속 레이블이나 EMI 또는 RCA, 소니클래식이 아니면 죄다 마이너레이블처럼 생경해서...;;

05/12/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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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카프리치오도 중량으로 볼 때 결코 마이너라고는... ^^;

05/1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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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마이너'는 철저히 '메이저'에 대한 상대적 개념일 것입니다. 여기서의 '마이너레이블'은 제가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전세계적인 배급망에 비클래식애호가들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메이저레이블'의 상대적 개념입니다. 최근 어느 음악무가지에서도 보니, '하이페리언은 마이너레이블임에도 그동안 메이저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라는 문구가 눈에 뜨이던데 아마 많은 클래식애호가들께서는 레슬리 하워드 한 명으로도 하이페리언이 마이너라는 데 동의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하이페리언은 분명 DG나 EMI CLASSIC에 비하면 마이너라는 게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보면 일렉트라 논서치나 텔덱을 마이너라고 해도 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반대로 프랑스 칼리오프나 미국 리퍼런스 레코딩스, 악센트, 엣세테라 등이 마이너레이블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요. 단지 한국에서만 익숙하지 않을 뿐일 테니까요.

05/12/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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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조금 고전적으로 분류를 하신 셈이네요...^^
EMI, 유니버설, BMG, 워너, 소니 이 다섯 군데를 메이저라고 부르는 것을 봤습니다.
소위 거대 기업 집단의 일환으로 미디어 사업을 하는 곳들을 지칭하는 것들이었지요.
하지만 요즘 워너나 BMG는 많이 주춤거리고 있고, 오히려 CHANDOS나 HYPERION같은 곳들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메이저'라 부르는 개념은 대략 위와 같다는 점을 생각하신다면...^^;
그리 따지면 에라토는 워너에서 인수했던 것이니 메이저가 맞나요? 요즘은 어찌 됐는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05/12/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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