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LP]하이든 바이얼린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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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주스케 - 하이든의 바이얼린 협주곡 ***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기 이전부터 동독의 음악적 소양은 전통의 굳건함과 더불어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보수적인 발전을 이루어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나서 특히 우리나라는 그들의 국영 레이블이었던 에테르나(Eterna)를 통하여 많은 우수한 녹음들을 접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문자 그대로 숨겨져있던 보석의 맥을 캐내는 것과도 같은 흥분되고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 사진 출처 : LPheim.com )


 

이미 일본에서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데올로기적 장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연주자들 가운데 바이얼리니스트 칼 주스케(Karl Suske)가 있습니다. 이미 베를린 현악 4중주단의 이름으로 나온 베토벤과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전곡 연주라던가, 그 자신의 바하 무반주 바이얼린 소나타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짧은 시간에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소간 생소한 공산권 출신의 연주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잠시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그는 1934년 북부 보헤미아의 리베레츠(Libereč) 출신입니다. 전에는 라이헨베르그(Reichenberg)라는 독일식 이름이 붙은 도시였지요. 그는 라이프치히 음악원으로 진학하여 대표적인 바이얼린 교수였던 게르하르트 보세(Gerhard Bosse)를 사사하게 됩니다. 이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제 1 바이얼린 주자로 입단하여 2년만에 악장이 되었으며, 스승인 보세를 제 1 바이얼린으로 하고 같은 단체에 있던 디트마르 할란(Dietmar Hallan:비올라), 유르냐코프 팀(Jurjakob Timm:첼로) 과 더불어 ‘게반트하우스 현악 4중주단’ 을 결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뒤에 자신이 제 1 바이얼린이 되고서 2 바이얼린은 지오르지오 크로네(Giorgio Krohne)가 맡았습니다.)

 

1962년 베를린으로 무대를 옮긴 그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Berliner Staatsoper)의 악장으로 있으면서 1965년에는 제 1 바이올린에 자신이 앉고 제 2 바이올린에 클라우스 페터스(Klaus Peters), 비올라에 카를 하인츠돔스(Karl Heinzdoms), 첼로에 마티아스 펜더(Mathias Pfender)로 이루어진 주스케 현악 4중주단을 꾸미게 됩니다. 1966년 제네바 국제 콩쿨에서 입상한 그들은 1970년 국가 훈장을 받으면서 동시에 이름을 ‘베를린 현악 4중주단’ 으로 고칠 것을 허락받게 됩니다.



                            ( 사진 출처 : LPheim.com )


 

가장 독일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베토벤과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모두 녹음하면서 그들은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게 되었으며, 주스케 자신은 발터 올베르츠(Walter Olbertz)와의 듀오로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바이얼린 소나타 전집을 녹음합니다.

 

바이마르와 라이프치히의 음악원에서 교직활동도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고향과도 같은 라이프치히로 1977년에 돌아오게 되며, 다시 게반트하우스의 악장이 됩니다. 또한 여전히 게반트하우스 4중주단을 이끌고 1993년까지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바이로이트 축전에서 그는 언제나 악장을 맡아 활약하였습니다.

 

특히 일본에 비교적 자주 들러 일본의 콩쿨 심사위원을 맡기도 하고 연주회도 가지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나서 한참만에야 독주자로서 제대로 된 그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바이얼린 소리를 들어보면 한 마디로 말해서 한 장의 부드러운 벨벳 천과도 같다고 할수 있습니다. 강한 힘이나 지나친 긴장감을 앞세우기 보다는 오히려 프랑스-벨기에 유파의 것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고 그러면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이음새를 느끼지 못할 만큼 유연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아티큘레이션과 감정의 변화, 그리고 끊어줄 땐 끊고 이을 땐 이어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결코 두루뭉수리한 연주가 아니라 이것 역시 독일의 정통 사운드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의 바하와 베토벤 연주를 들어보면 독일의 전통과 유려한 주스케의 개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참으로 편안하면서도 지루해짐을 느낄 수 없이 만들고 계속해서 더 듣고 싶어지는 그런 연주입니다.(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의 여러 음반들 가운데 바로 이 하이든의 바이얼린 협주곡집은 레퍼토리가 드물기도 하지만 가장 하이든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자체로서 또한 개성이 되는, 대단히 뛰어난 연주임에 틀림없다고 봅니다.

 



 

하이든은 총 3곡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남긴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저서 가운데는 바이얼린의 연주기법에 관한 책이 있을 정도로 바이얼린에 대해서는 대단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첼로나 트럼펫 등의 협주곡의 인기에 가려져 바이얼린 협주곡은 오늘날 많이 연주되지는 않지만, 한창 전성기때의 하이든의 밝고 화사한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곡들입니다.

 

이 곡들은 하이든이 몸담고 있던 에스테르하지 공(公)의 아이젠슈타트 관현악단 악장이었던 루이지 토마시니(Luigi Tomasini)를 위해 씌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페사로 출신인 토마시니는 1757년 에스테르하지 공을 섬기기 시작하여 1761년부터 하이든 아래서 악장 및 실내악감독직을 맡아왔는데, 총 16년간 여기서 일을 하게 됩니다.

 

하이든은 그를 위해 1765년에는 다 장조 협주곡(Hob:VIIa Nr.1)을 썼고, 1777년에는 사 장조 협주곡(Hob:VIIa Nr.4)을 썼습니다. 특히 다 장조 협주곡의 주제에는 ‘fatto per il Luigi’라고 적혀있기도 합니다. 둘 다 주제가 특별히 귀에 확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화사하고 밝으면서 바로크로부터 탄탄한 초기 고전 협주곡으로 이행되어 근대적인 바이얼린 독주부의 기법을 싣고 있는 그런 곡입니다.

 

‘평범’으로 그칠 뻔한 이 두 협주곡을 뛰어난 바이얼린 기교와 하이든적인 음색으로 새롭게 칠을 해준 음반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스케의 바이얼린 소리는 묘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그의 음반을 고음역이 다소 강한 현대적 오디오로 들으면 날카롭고 이지적으로 들리는데 반해 중저역이 다소 강조되는 브리티시 사운드의 오디오로 들으면 유연하고 깔끔한 소리의 이음매로 들려옵니다. 아마도 이러한 특질 둘 다 일본 사람들이 그를 많이 찾는 이유가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주를 맡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지휘자 오트마르 주이트너는 이 곡이 갖는 바로크-고전의 양쪽 특징을 잘 살리면서 대단히 탄탄하고 조성미 넘치는 멋진 반주를 해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하이든 바이얼린 협주곡의 숨은 특징을 살려내어 영롱하고 아름답게 잘 꾸며서 내놓은 그런 음반이 아닐까...생각합니다.

 

가끔씩 어떤 곡의 연주에는 누구, 혹은 어떤 연주단체의 연주 음반으로 족하다는 말들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이 녹음이 해당되지 않을까...싶습니다. 비록 모노럴이긴 하지만 녹음 상태도 대단히 뛰어난, 동독의 ‘에테르나(Eterna)’ 음반입니다(Bestell-Nr. 8 29 560).

 

LP 시장에서 주스케의 음반 값은 실력만큼이나 희소성까지 더해져 가격이 자꾸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라서 기회가 닿는 데로 CD를 통해 그의 다른 음악 세계를 더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 2007. 11. 1

 

(사족) LP의 세계에는 나름대로 풍기는 맛과 멋, 그리고 숨겨진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자 하는 글이니 음반의 가격에 대해서, 특히 LP와 CD 소리가 비교하여 어떻다는 글들은 정중히 사양하며, 그냥 자료로서만 읽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작성 '07/11/0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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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전 하이든의 바협을 사이먼 스텐더지와 잉글리쉬 콘서트가 연주하는 정격연주로 즐겨듣기 시작했는데, 수스케의 바이얼린 소리라면 하이든하고 잘 맞을것 같습니다.
참고로 현지 독일에서는 주스케라 읽지 않고 수스케라고 하던데 보헤미안 지방 출신이고, 성은 지방 사투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스케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카타카나로 적어놓은 것을 보면 주스케라고 적어 놓는 것을 보면 주스케가 맞는것 같고... CD가 많이 나와서 이 분 연주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07/11/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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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Karl Suske 가 일본에서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영상물을 가끔 보는데 참 개성있는 연주더군요. 소리의 질감이 가는듯 하면서 부드럽더군요. Suske 의 프로필이 궁금했는데...

07/1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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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음...저는 독일 사람이 '즈스케'에 가깝도록 발음하는것을 들었거든요...
유럽사람들 인명은 워낙 역사적으로 경계선이 자주 바뀐 곳 출신들은 읽기가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07/11/0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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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예 수스케(주스케)선생을 만날일 있으면 직접 물어봐야 겠습니다 ^^
가지고 계신 음반은 Green V (Geen & White) stereo로 본적이 있는데, 70년대 Black label 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07/11/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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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칼 주스케.....새로운 바이올린 연주자를 알게되었습니다
조희영님의 글로 그의 이름이 바로 각인됩니다..감사합니다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실내악이 무지 궁금합니다.

07/11/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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