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LP]가장 미국적인 '1812년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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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미국적인 '1812년 서곡' ***

 

미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또한 영화와 같은 오락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그 영향은 고전음악계에도 쇄도하였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신대륙’으로 불리우던 미국의 위상 정립과 함께 중요한 미국내 관현악단들과 극장들은 해외의 저명한 지휘자들을 상임과 음악 감독직에 앉히고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럽의 전통에 맞서는 새로운 ‘아메리칸 사운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정통의 고전음악 외에도 영화음악이나 심지어 재즈, 대중음악을 아우르며 오늘날 흔히 ‘크로스 오버(cross-over)’라 불리우는 쪽의 장르도 큰 발전을 보게 되었고, 또한 대중들이 쉽게 고전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잘 알려지고 대중적인 곡, 혹은 고전음악을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편곡한 연주들이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아서 피들러(Arthur Fiedler:1894.12.17~1979.7.10)와 보스턴 교향악단일 것입니다. 피들러는 바로 보스턴 출신의 미국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베를린과 빈 등 유럽에서 정규 음악 수업을 받고 1915년에 귀국, 보스턴 교향악단의 바이얼린 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또다른 재능인 편곡과 지휘의 능력을 살려서 보스턴 실내악단을 교향악단내에서 만들었고, 이어서 1930년부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고전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게 되었으니, 바로 다름아닌 보스턴 교향악단의 여름 휴가 시즌 등을 이용하여 ‘보스턴 팝스(pops) 관현악단’이란 명칭으로 위와 같은 곡들을 연주하면서 편안하게 청중들을 맞아들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첫해에는 18회의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즉각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다른 악단에서도 따라하는 등 피들러는 일약 ‘고전음악의 대중음악가’가 되어 1935년부터는 RCA 빅터 사에서 레코딩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많은 현대작곡가들과 젊은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거나 함께 협연하여 그들의 캐리어를 늘려주는 등 큰 역할을 하였는데,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이나 특히 보스턴 동향인 작곡가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은 그와 더불어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피들러는 가데(Gade)의 ‘질투(Jealousy)’ 같은 가벼운 작품들로부터 소련의 현대 작곡가 로지온 쉐드린(Родион Шедрин)의 ‘카르멘 모음곡’ 등을 초연지휘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보스턴 교향악단의 ‘팝스 관현악단’ 전통은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좀 더 현대적이고 새로운 면모를 띠며 일신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개척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지휘자 에릭 쿤젤(Erich Kunzel:1935.3.21 ~  )이었습니다.



 

쿤젤 역시 미국 사람입니다...코네티컷 주 그리니치 고교에서 처음에는 팀파니 주자로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가 결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이후 하버드와 브라운 대학을 거치며 전문 지휘자가 되어 1960년부터 로드 아일랜드 필하모니를 지휘하게 되었으며, 1965년부터는 신시내티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늘 아서 피들러의 보스턴 팝스를 염두에 두고 있던 그는 신시내티 교향악단의 운영위원회에서 1965년 10월부터 ‘8시의 팝스 콘서트’ 를 허락하자 여기에 많은 공을 들였으며, 보스턴 팝스의 성공신화처럼 이 연주회는 매회 매진을 기록하고 회원권마저 매진이 되는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눈여겨 본 아서 피들러는 쿤젤을 자신의 보스턴 팝스로 초청하여 객원지휘를 하게 하였으며, 100여회의 연주회를 거치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1977년에 신시내티 교향악단 내에 ‘신시내티 팝스 관현악단’을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부터 그가 신시내티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직을 물러난 1977년 이후에도 이 팝스 관현악단은 지금껏 이끌어오면서 텔락(TELARC) 레이블을 통하여 75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들러 시대의 뒤를 이어 듀크 앨링턴(Duke Allington)이나 데이브 브루벡(Dave Bruback) 같은 실력파 재즈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하고,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이후 오늘날 헐리웃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유명 작품들을 관현악으로 편곡하여 들려주는 것 이외에도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은, 연주회장과 음반에 AV의 시대를 끌여들었다는 점입니다.

 

영화음악에 쓰이는 효과음향을 영화음악과 함께 수록하거나 연주회장에서도 배경 화면을 깔고서 연주회를 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AV 세대들을 위하여 에릭 쿤젤이나 지극히 미국적인 음반 회사인 텔락이 앞장서서 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1991년 미국의 빌보드지는 이미 네 번째로 그를 ‘올해의 크로스 오버 아티스트’로 선정하였으며, 1997년에는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의 음악으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는 등 그는 미국의 ‘크로스 오버’ 음악계를 여전히 선도하는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국가 예술상까지 수여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브라운대학과 신시내티 대학, 또한 그가 설립한 ‘신시내티 예술과 교육 센터’에서 가르치고 지휘 일선에서 활약중에 있습니다.

 

그가 2001년에 빌보드 차트 클래식 부문 top 10에 들었던 것은 바로 다름아닌 차이꼽스끼의 유명한 ‘1812년 서곡’을 수록한 superaudio surround sound CD였습니다...그런데, 이 1812년 서곡은 이미 이전인 1978년에 쇼킹한 녹음으로 음반이 나왔었습니다.

 



 

1812년은 러시아가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아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끝내 천하무적의 프랑스군을 꺾고 패퇴시킨 다음 나폴레옹을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러시아란 나라의 입지를 유럽 속에 든든히 세우는 큰 역할을 하게 된 해입니다...러시아 사람들은 나치와 히틀러의 침공을 이겨낸 제 2 차 세계대전(독.소 전쟁)을 ‘대(大)조국 전쟁’이라 부르고 1812년의 전쟁을 ‘조국 전쟁’이라 부르며 대단히 자랑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차이꼽스끼는 1880년 모스끄바 산업 박람회에서 연주될 곡을 그의 스승이자 박람회 음악 감독이었던 니꼴라이 루빈쉬쩨인의 의뢰받아 짧은 시간 안에 써내려갔는데, 이것이 바로 ‘1812년 서곡’이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성가와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 및 제정 러시아 국가가 동원된 이 곡은 초연 이래 많은 인기를 누려왔지만, 정작해서 차이꼽스끼는 이러한 사실을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텔락의 음반 내지를 읽어보면 이 음반을 만들기 위하여 대략 세 차례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에릭 쿤젤과 신시내티 교향악단은 우선 음악 녹음을 신시내티 연주홀에서 하였습니다. 이때 마지막 부분에 12명의 브라스 밴드를 더 붙여서 다이나믹한 연주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동쪽의 한 마을인 매리몬트(Mariemont)의 100피트가 넘는 탑 위에 설치된 에머리 메모리얼 종(Emory Memorial Carillon)소리를 녹음하고 4명의 키보드 주자들이 전자 키보드를 연주하여 소리를 더하였습니다.





 

셋째로는 19세기 프랑스군이 쓰던 3문의 대포를 발사하여 이 곡에 필요한 16회의 대포소리를 채취하여 녹음하였습니다.

 

이들을 믹싱하여 사운드스트림 디지털 레코더를 통하여 디지털 녹음을 함으로써 이 음반의 1812년 서곡의 ‘음반상의 연주’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텔락 회사는 디지털 다이렉트 녹음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세 대의 편향성 무(無)트랜스 방식의 쉡스/스투더(Schoeps/Studer) SKM-50U 마이크로 녹음을 하면서 바로 스투더의 콘솔로 믹싱, 사운드스트림 디지털 레코더(Soundstream Digital Recorder)를 통하여 마스터 테이프를 만듭니다. 이것을 디스크에 수록할 때 독일 노이만(Neumann) 사의 커팅 시스템인 VMS-70/SAL-74 를 특별히 변형한 장비를 사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기묘한 소릿골(groove)이 만들어졌습니다...




 

윗사진은 실제 접사 사진입니다...조금 잘 보이진 않는 듯합니다만...





 

윗사진은 주요부분의 확대접사 사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LP의 골이 휘어져 있습니다. 텔락사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녹음의 재원을 보자면 다이나믹 레인지가 90dB로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적인 엄청난 음량의 저역(18Hz까지 이른다는 분들이 계시더군요...)을 골짜기에 밀어넣자니 깊이로는 안되고, 결과적으로는 좌우 스테레오의 분리 결과에 따라 가장 심하게 음량이 치우치는 쪽으로 소리골 역시 치우쳐져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이 소릿골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일명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란 이름으로 불리웠으며, 이 골짜기를 지나면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내어주고 부드럽게 통과를 해야하는 카드릿지가 제대로 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으며, 심지어 일본에서는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력을 하던 오디오 애호가가 자살을 했다는 믿지못할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또한 대포소리가 나올 때 우퍼가 철렁거리는 짜릿한 맛을 알게 되었으며, 실수로 볼륨을 너무 많이 올렸다가 에지가 찢어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당한 분들도 적잖아 계십니다...(저도 오래된 모 회사 스피커를 날려먹었습니다...ㅠ.ㅠ)

 

이 음반은 나오자마자 오디오파일 애호가들에게는 새로운 ‘성서’같은 것이 되었으며, 텔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음반 회사로 이름을 온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 의해 철저하게 분석을 당하였습니다.

 

대체적으로 이 음반의 녹음은 80dB 한계내에서 녹음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한계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오디오들이 디지털의 세상으로 안내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서는 아직 구현이 되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이 음반은 LP로 잠시 등장한 이후 곧장 CD로 만들어졌으며, 2001년에는 SACD로 만들어졌습니다. 두 가지 타입의 매체를 통하여 음악을 들어보면 CD의 경우, 음악의 소리가 작게 들려옵니다. LP는 대포소리의 부분과 음악소리의 레인지가 CD만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것 때문에 사실, CD파와 LP파들간에 설왕설래 말이 많기도 합니다.

 

그것은 결국, CD와 LP간의 매체 기록 특성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CD는 디지털 방식의 기록에 의하여 충분히 레인지 내에서 모든 기록이 가능하므로 음악 소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리고 대포소리 등은 크게 들립니다. LP에서는 약 40dB 정도의 기록특성 때문에 주파수 특성의 표준이 되는 RIAA 커브에 의하여 소리를 ‘압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악소리와 대포소리가 볼륨의 레인지가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것만 가지고서는 다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어쨌든 텔락을 일약 미국의 대표 레이블로 만들어준 에릭 쿤젤과 그의 ‘1812년’ 서곡 음반은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유명한’ 오디오파일 LP로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입니다... 

         

 

 

 = 2007. 11. 5

 

 

 

(사족) LP의 세계에는 나름대로 풍기는 맛과 멋, 그리고 숨겨진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자 하는 글이니 음반의 가격에 대해서, 특히 LP와 CD 소리가 비교하여 어떻다는 글들은 정중히 사양하며, 그냥 자료로서만 읽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작성 '07/11/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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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오디오 마니아들의 고가 MC형 바늘들을 많이도 망가뜨렸다는 그 유명한 LP를 이렇게 확대된 사진으로 보니 그럴 법도 했겠다 싶군요. 제게 [텔락]이라는 레이블은 '소리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었고 늘 새로운 녹음방식에 연구 노력하는 레이블로 기억됩니다. 열악한 시스템이지만 ‘SACD 멀티채널’로 감상했던 당시 충격이 대단했습니다.
좋은 정보와 글에 감사드립니다.

07/11/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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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MC 방식의 카드릿지들은 대개 중침압이 되다보니 여기서 가뜩이나 비싼 스타일러스를 부서먹기가 십상이었죠......그래도 MM 방식은 대개 경침압을 쓰고 있어서 오히려 여기를 넘어가지 못하여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어쨌거나, 정말 굉장한 소릿골이 아닐 수 없지요......^^;

07/11/0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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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꼭 LP가 아니라도, 텔락의 CD들은 우퍼 날려먹는데 일가견이 있지요.^^ 제 아는 분도 텔락제 영화음악CD에서 터미네이터 주제가 재생하다가 막판 쿵 하는 저음에 우퍼가 왈칵 쏟아져나왔다는...

07/11/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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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78~80년대 텔락, 델로스, 슈테펠, 바레세 사라방드 프러덕션계열 녹음, 찰폰트 등 미국계 디지털 오디오파일 LP들은 물론 CD들은 빈티지 스피커에서 울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07/11/0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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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Shure V-15 계열들은 무난히 소릿골을 통과시켰던 경험도 있습니다.
소릿골 잘 못타던 Ortfon MC20도 좋은 톤암에 세팅하니 무난히 통과하더군요.
"Witches Blew" reissue 판도 웬만한 바늘을 튕겨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07/11/0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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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정말 옛날얘기를 오랜만에 되새기게되니 재미있군요. 그런데 에지가 찢어졌네 깜짝놀랐네 하던 소리는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보다 그랜드 캐년모음곡에서 들리던 그 번개소리아니었던가요...

07/11/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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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그로페의 그랜드 캐년 천둥소리는 cd로만 나온걸로 압니다...훨씬뒤죠...

07/11/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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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물처럼 특정 장르 (교향곡-오페라)에 한정되지 않는, CD와 LP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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