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지른 박스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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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클 동호인분들 모두 코로나사태로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리라 생각됩니다. 국가적으로도 참 위중한 상황이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기보다 닥친 현실을 맞서서 서로 협조하고 도우면서 위기를 이겨내야할것 같습니다. 지난 한 달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은 역시 가족과 음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무리를 해서 박스반을 좀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모았던 컬렉션에서 이빨을 채우는 작업이었기에 대단한 의미는 없으니 그냥 이런 구닥다리 음반들을 아직도 구입하는구나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라얀 데카 전집입니다. 동 게시판에 올려주신 뽐뿌에 영국 아마존에서 구입했습니다. 겹치는 음반이 많지 않았지만 카라얀 전집을 DG60, 70, 80에 EMI Waner전집까지 지른 상황이라 이것까지 구매해야하나 고민만 했는데... 결국 지름신을 이기지못하고 마무리를 장식했습니다. 뭐... 그냥 후련하네요^^

 

굴다의 모차르트 테이프 협주곡 소나타 박스입니다. 굴다의 모차르트 연주는 늘상 회자되는 묘사처럼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함, 때로은 익살과 해학이 숨어있는 따뜻하고 매력적인 연주같습니다. 레퍼런스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바도/빈필과의 피협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개별음반들로 갖고 있을때는 잘 안들었는데 이 박스물을 받아서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니 이렇게 좋은 연주를 왜 그동안 쳐박아 놓았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모차르트 음악 장르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협주곡은 전집이 적당한 가격에 눈에 띠면 일순위 표적이 됩니다. 영국 아마존에 좋은 가격에 크리스티안 차하리아스의 구반 전집을 구했습니다. 역시 모차르트에 장기를 보이는 연주자답게 몇 곡에 한정되지 않고 대부분 곡들에서 매력적인 연주를 전해줍니다. 유명하지 않은 곡들을 듣는 맛이 있습니다. 특히 협주곡에 따라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다른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매리너, 반트, 진만 기라성같은 분들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 음반은 그동안 언젠가는 질러야지 질러야지 하다가 드디어 해치운 박스입니다. 감상 후 왜 동호인들이 아르농쿠르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 노래를 하면서 높이 평가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성을 절대 버리지않은 절묘한 절충적 해석을 이렇게 세련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특별히 뒤프레나 바렌보임 팬은 아니지만 베토벤 첼로 소나타와 피아노 트리오 음반을 더 들이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개성이 엿보이지는 않았지만 풋풋한 젊음이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생각보다 뒤 프레의 첼로가 거친 맛이 강하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요 음반은 사실 브릴리언트 베토벤 접집을 갖고 있어서 모든 연주가 중복이 되지만 워낙 굴다의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들을 좋아하다보니 직장과 집에 하나씩 두고 싶다는 생각에 그냥 장만했습니다. 연주는 그냥 우주최강 가성비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이라는 일부 음악 전문가들의 뿜뿌와 찬사로 갈음합니다.

 

한동안 오페라 음반들 구입을 안했는데 갑자기 클렘페러 음반을 구입하면서 전통적인 그의 모차르트 오페라 음반들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나이가 먹어가면서 오페라도 이런 오래된 느린템포의 웅장하고 스케일이 도드라진 연주들이 더 좋네요. 한 동안은 고루하다고 이런 연주를 멀리했었는데 역시 음악도 청자가 처한 환경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리 들리는것 같습니다.

지난 한달 힘든 시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이었고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월요일 미사B단조, 화요일 장엄미사 수요일 메시아 목요일 마태수난곡, 이런 식으로 계속 저녁마다 잠들기전까지 들었던것 같습니다. 거장신화에 등장하는 까칠하고 모난 클렘페러의 성격이 그리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런 외골수의 삶이 곡 전반을 관통하는 종교적인 엄숙함과 장엄한 스케일을 극대화시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이끌지 않았나도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은 음반은 아니지만 도서관에 사달라고 주문해서 대출받아 읽고 있는 쫓겨난 사람들이 입니다. 미국의 도시 빈곤에 대한 실감나는 현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론서가 아니라 이런 책들을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분들 코로나 힘내서 이겨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작성 '20/03/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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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굴다의 모차르트와 아르농쿠르의 베토벤에 관심이 가네요.
이 중에서 있는 건 굴다의 베토벤과 EMI 컴플리트 레코딩으로 가지고 있는 재클린 뒤 프레인데 다른 음반은 그리 관심이 가지 않는군요.
주커만의 베토벤에는 관심이 거의 가지 않고...
요즘은 중고 음반도 거의 팔리지 않는 불경기라서 중복이 많은 박스는 구입을 자제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게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좋은 박스들, 잘 봤습니다.

20/03/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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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말씀하신대로 저도 박스반은 구입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지혜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여전히 물욕에 어두워 지혜롭지 못한 결정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아직 저는 철이 덜 든것 같습니다... 언제 이 짓을 멈출런지... ㅠㅠ

20/03/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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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굴다 베토벤 소나타 전집만 가지고 있습니다 굴다 모차르트 음반 구입하려 했는데 이번 구입때 돈이 모자라 구입을 미뤘습니다 다음에 꼭 구입하고 싶네요

20/03/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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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굴다의 모차르트 박스도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세요! 투명하고 영롱하면서도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듯한 자유분방함도 섞인...

20/03/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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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

굴다의 모짜르트 박스반은 예전에 DG에서 낱장으로 따로 발매되었던 음반을 묶음으로 새로 낸 것이군요. 당시 희귀음반(속칭 사제녹음)으로 유명세가 있어 몇 장 어렵게 구했던 기억이 나는데, 또 이렇게 묶어서 나왔군요.

20/03/2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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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예 맞습니다. 당시 힘들게 음반을 구하셨던 분들께는 이렇게 염가에 구입을 하니 죄송한 마음도 들더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박스반으로 컬렉션 레퍼토리를 채우더라도 젊은 시절 음악의 열정으로 비싸게 한장 한장씩 구입했던 음반들의 소중함에는 대적하지 못하더군요.

20/03/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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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박스반은 뿌듯하고 포만감은 드는데.. 왜 그리 안 듣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리핑해서 하드에 넣어두고 PC로 들으니 또 편리하게 듣게 되더군요..

클렘페러 박스는 언제봐도 대단한 박스네요..

저 멋진 연주들이 박스로 묶여 나올 날이 올 줄이야..

20/03/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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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저는 리핑은 오래전 포기했습니다. 수집한 음반이 많아져서 감당이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음반을 구입하는 이유가 직접 음반을 꺼내서 시디플레이어에 넣고 재생을 시키는 행위를 하는게 저에게는 더 의미가 있더군요. 클렘페러 박스 아직 브람스와 바그너 음반은 없는데 더 질러야 할까요...

20/03/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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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

그러게요. 음반을 시디피에 거는 것도 음악감상의 묘미입니다.

20/04/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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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오래 묵은, 좋은 음반들을 작심하고 구입하셨군요.
음반이라는게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상품이지만, 그 구매행위에는 묘한 기대와 희망이 유독 많이 포함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또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는 음반을 만났을 때의 그 득의만만함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죠.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필립스 레이블도 그렇고 EMI도 그렇고 데카나 워너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을 보면 무언가 허전한 상실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제가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은 과거 CD초기에 나온 클렘페러의 음반을 모두 초반으로 구입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클렘페러 음반은 중가반이거나 저가반도 많았는데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더러 이빠진 음반 라이브러리를 보면 아쉬워서 어떻게 해서든 그 공백을 채웠는데, 어느날 문득 워너 레이블로 새옷을 입은 음반으로 빈자리를 채우고 보니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던 기억 때문입니다.




20/03/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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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정말로 작심하고 구입했습니다^^ 상심한 마음을 추스리기에 음반만큼 저에게 가격대비 높은 만족감을 주는 상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책도 꽤 사재꼈는데 공간의 압박이 점점 커지고 책읽는 속도도 전만 못해서 빌려보거나 중고로 구입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반은 염가 박스박이 쏟아져나오니 어쩔도리가 없더군요. 저도 레이블들의 통합으로 예전에 모았던 오리지널 자켓들에 다른 상표가 찍히면 어색함이 그지 없습니다. 예전 음반 표지를 보며 흐믓했던 그 진득한 맛도 점점 사라지구요. 클렘페러 음반에 대한 소회를 듣자니 막상 우리 주변에 정말 소중했던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치고 지나가는게 다반사 같습니다. 범사에 감사한 삶이 그래서 더 소중하기도 하구요...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20/03/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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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

<책 읽는 속도도 전난 못해서....>

이부분 정말 나이먹은 불편함을 절감하는 순간이더군요.
이게 근시에 노안이 심해지니 다초점렌즈로도 또 돋보기로도 쉽게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더군요.

20/03/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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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결국 소비는 자기 만족 아닌가 싶어요. 지불한 돈과 맞바꾼 물건의 주관적 가치가 더 크면 구매하는 거지요. 나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음반은 복수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입해서 하나는 뜯지도 않고 보관합니다. 물론 하나는 개봉해서 듣지요. 책도 그런 경우가 있구요. 우리집에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화이트헤드(러셀의 스승)의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라는 책이 있습니다. 물론 번역본이지요. 그 책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단 한 페이지도 이해가 불가합니다. 나의 지력을 훨씬 넘는 책이지요. 영어원서로는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합니다. 그런데 마치 장식품처럼 꽂아놓은 거지만 이상하게 만족감을 줍니다. 아마도 그 실체는 지적 허영일 겁니다. 그래도 좋은데 살 수 밖에요. 그런 책들이 더러 있습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맑스의 자본론 같은 책들...강신준 교수가 번역한 자본 세트를 요즘 사고픈 생각이 듭니다. 사실 박스반 한질 값이면 살 수 있거든요. 내가 어떻게 칸트와 맑스의 저작물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책장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책들을 보면 내가 지불한 돈 이상의 만족감을 느낍니다. 나는 골프를 치지않는데 듣자하니 한번 나가면 30만원은 쓴다면서요? 그 돈이면 내가 위에서 언급한 책들을 다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남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더라도, 뭐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지요.

20/03/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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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저도 골프를 치지 않아서(사실은 그럴 능력과 형편이 안되서) 소확행의 즐거움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운동은 돈이 안드는 등산과 테니스가 최고라는 매우 주관적인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오래전 출장갔을때 책이 있어서 한번 도전했는데 읽다가 저도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적허영은 누구나 있는것 같습니다. 그것 자체가 나름의 행복을 가져준다면 타인의 눈을 찌푸리게할 정도의 편력만 아닌 이상 전혀 나쁠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책보다는 음악이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는데 그러려면 음악을 분석적으로 듣지 않고 순수한 감정을 맡겨서 즐기는게 필요할것 같습니다.

20/03/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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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요즈음은 스트리밍 하느라 음반구입 잘안하게 되는데 첫번째하고 두번째는 자꾸 눈길이 가네요.

20/03/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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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20/03/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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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

타이달 계정을 지인께서 한번 들어보라고 받아서 종종 감상을 해보는데 음질이 상당히 좋더군요. 하지만 고전음악쪽은 상대적으로 소스가 다양하지 않았는데 곧 우리나라 시장에도 진출하는 스포티파이가 들어오면 스트리밍이 더욱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카라얀 데카전집과 굴다의 모차르트는 한번 질러보셔도 좋을듯해요^^

20/03/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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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물처럼 특정 장르 (교향곡-오페라)에 한정되지 않는, CD와 LP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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