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딩과 음반관련 재미있는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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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클회원여러분 안녕하세요. 
회원 김문관 입니다.

최근 접한 책이 있는데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제목은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이구요,

노먼 레브레이트라는 영국분이 쓴 책입니다.


100년에 걸친 클래식 레코딩 역사에 대한 책인데요. 내용의 진위를 떠나서 글을 흥미롭게 써서 한 번 읽어볼만합니다.

'음악'이 아니라 '레코딩'와 클래식 '음반'의 의의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입니다.

아래는 책의 '들어가는 글'의 인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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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1년전 나는 한 음악 칼럼에서 클래식 음반의 죽음을 선언했다. 그 이후로 나의 선언에 제동을 걸 만한 극적인 반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클래식의 순수성을 지켜온 도이치그라모폰(DG)은 간판스타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로 하여금 1970년대 팝 그룹 아바의 노래를 부르게했다. 

클래식 리뷰 잡지 <<그라모폰>>은 팝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를 표지에 내세웠다. 과거 콜럼비아의 유산을 물려받은 소니 클래시컬은 역사적으로 컬럼비아의 라이벌이었고 이제 독일 기업의 소유가 된 빅터를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인수 합병했다.

1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레코딩 문화의 유산은 이제 가치가 없다 싶으면 기업가들 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산성은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른바 메이저 레이블에서 매달 새로 내는 음반이 두 세 종에 불과하며, 다른 독립 음반사들이 드문드문 음반을 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DG와 EMI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 장이 넘는 신보를 왕성하게 쏟아내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사진과 달리 레코딩은 일차적인 추진력이 상업적 동기이므로 순수한 예술이라 주장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녹음의 산물은 예술과 공학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예술적인 개성과 정신적인 차원을 얻었다.

가령 '데카 사운드'는 'RCA리빙 스테레오'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둘 다 '머큐리 리빙 사운드'와 뚜렷이 구별된다고 한다. 비닐판의 표면을 닦고 바늘을 올려놓는 행위는 흡사 종교 의식과도 같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 여러지휘자 들이 해석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 가운데 몇 개는 마련해 놓아야 비로소 서재가 완성된다.

이런 숭배 현상에 과거의 유물에 대한 경배 이상의 문화적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먼저 100년간의 레코딩 시대를 살펴보고 음반을 독자적인 하나의 문화로 평가해야 한다.

..중략...

한문명이 이제 종착점에 다다랐다. 그러니 이에 대한 변변한 헌사나 조명도 없이 그냥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중략..

우리의 작별 파티는 눈물로 끝났다. 탁자 위에 놓인 선물 가운데 고인이 된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연주가 담긴 DVD가 눈에 띄었는데, 이 거장은 여러 프로젝트를 취소해서 이제 업계를 떠나려는 내 친구에게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힌 전력이 있었다. 친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는 파티를 열어준 주최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마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물로 받은 DVD를 볼 것이다. 클라이버와의 작업은 그에게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음반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몇 명의 천재들에게 그들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

레코딩의 역사가 이제 저물고 있다면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자.

그래도 음악만은 영원히 살아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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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레코딩 역사와 음악가들, 그리고 뒷얘기들이 재미있게 써있는 책입니다.

아직 휴가 안가신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리고

CD탄생당시 LP와 얽힌 얘기도 있어 인용합니다.(책의 제4장 백만장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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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셈플을 재생하자 장비 제조업체가 잘 나가는 LP를 죽이려 한다며 음반사 소유주들이 격분했다. "진실은 레코드 홈에 있소! 진실은 레코드 홈에 있단 말이오!"그들은 이렇게 소리쳤다. "우리는 하마터면 신체적 폭력을 당할 뻔했습니다" 건장한 체구의 필립스 사장 얀 팀머의 말이다.

EMI와 RCA는 CD를 보이콧하기로 했고, 순수주의자들은 CD음색이 "메마르고 빈약하다"며 무시했다.
"일본인들이 호되게 당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국제 오디오 공학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레이먼드 쿡은 고소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LP는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이 뭐라고 항변하든 저물어갈 운명이었다. "요즘 구입하는 거의 모든 음반이 한두 군데 흠집이 나 있고, 딱딱 거리며 튀는 소리 때문에 마음 편히 음악을 즐기지 못할 때도 많아요."<<그라모폰>>에는 독자들의 이런 불만이 언제나 올라왔다.

음반 표면에서 먼지를 닦아내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점검하고 카트리지를 내리는 일련의 의식은 자동화 시대에 낡은 것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판매고가 급감했다. EMI의 '클래식스 포 플레져'레이블에서 발매한 저명한 레지널드 구달이 지휘를 맡고 가사를 영어로 바꿔부른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는 정확하게 86질이 팔렸다. 이런 수치는 너무도 처참해서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것이 냉혹한 현실이었다.

..중략..

프랑스의 예쁜 두 자매 카티아와 마리엘 라베크자매가 연주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네손으로 위한 곡으로 편곡해서 연주한 음반은 프랑스에서 10만장이 팔리는 괴력을 보였다.

"프랑스 밖에서는 몇 장이나 팔렸죠?"기자가 물었다
"미국에서는 아직 발매되지 않았고 영국에선 3000장 정도.."
"그 정도면 많이 팔린건 아니네요..."
"농담한 거죠?"임원이 소리쳤다.

"영국에서 클래식 음반이 3000장 팔렸다면 대단한 겁니다. 대부분의 음반은 그 10분의 1도 팔리지 않아요"

..중략..


아르히브 레이블의 안드레아스 홀슈나이더는 이런말을 했다.

"만약 콤펙트디스크가 제때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사업을 접어야 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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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이고 매우 재미있는 책이구요, 저처럼 음반에 미쳐서 '대한민국사람인 내가 왜 서양 클래식 음반사는데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가끔 드시는 분이면 한 번쯤 읽어볼만 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1900년대 초반 카루소의 목소리를 녹음했다는 역사상 첫 프로듀서인 가이스버그(책에는 에디슨이 소리를 표면에 새겼고, 베를리너가 그라모폰을 발명했다면 가이스버그는 '음악산업'을 만들었다고 나옴)의 영감과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됩니다.

100년 더 지나서도 이런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조차 적지않은 사람들이 클래식 중고엘피 혹은 씨디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는걸 보면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PS:저작권법을 잘몰라서 이렇게 책을 직접 타이핑해서 출처밝히고 인용하는것도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있으면 삭제하고 제가 다시 쓰겠습니다.



작성 '09/08/20 10:19
1r***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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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 본인이 삭제하였습니다

09/08/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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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quanten님/저는 나름 희망을 읽었습니다..가이스버그의 후예가 어디선가 예술과 발명품이, 비전과 개발이 새롭게 만난 찬란한 불꽃을 터트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요.관심감사합니다.

09/08/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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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저도 음악이 영원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아니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음악이 항상 함께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반드시 언젠가는 음반이나 인터넷이 아닌 전혀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나서 음악을 전하리라고 봅니다.수고하세요.

09/08/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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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이 책 나름 재밌죠. 근데 저자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이 솔티 경의 링사이클이라더군요.(맞죠?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1,000만장도 훨씬 넘게 팔렸던데 좀 의외였습니다. 이거 디게디게 비싼 음반이잖아요.-_-

09/08/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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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전에 공동구매(?)해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09/08/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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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caffelatte:님/출처가 불분명한 저자의 자료에서는 그 음반이 역대1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그 음반이 스테레오오디오 보급에 1등공신이었다고 하네요^^. 책내용중'바이로이트를 안방에서'라는 프로듀서 컬쇼의 일념과 실천이 꽤나 감동적이었구요. 월터레그조차 하나도 안팔릴거라고 비아냥거렸다는 이야기도 나오죠. 가이스버그나 컬쇼나 선구자들은 남다른 부분이 분명있는것 같습니다. 수고하세요.

09/08/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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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만화책 판매부수 계산하듯이 전집 사면 16장으로 계산한게 아닐까요?
그래도 62만장이 넘으니 굉장히 많긴 하지만 가능한 숫자일거 같습니다.

09/08/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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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처음에는 전집으로는 발매되지 않았구요 신들의 황혼만 먼저 나왔습니다. 반지 완성하는데 7년인가가 걸렸다고 들었구요. 아무튼 말씀처럼 장당계산한것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수고하세요.

09/08/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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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심심풀이용으로 꽤 재미있는 책 입니다. 음반시의 큰 줄기를 잘 정리했고요, 거기다가 양념으로 가십거리를 꽤 넣었죠. 뒷이야기들은 저자기 업계에 직접 종사하면서 겪은 이야기가 아닌 한두다리 건너들어 듣고 쓴 내용이 대부분이고. 이 저자(노먼 레블라이트)를 아마 고전음악판 '썬데이서울' 기자 정도로 보시면 정확할듯.

09/08/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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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porpielee님/'썬데이서울'이라일리있는말씀이십니다.단나름업계관계자정도는될듯해요.^^.수고하세요

09/08/21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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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장당 계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만 세트라면 1억 6천만장인데.;;;
근데 필립스의 모차르트 대전집이 5만 세트 이상 팔린 것으로 아는데 장당으로 치면 수백만장인데 그건 안나온것 같군요. 최다판매 음반의 경우는 비교적 정확한것 같고 아티스트별 판매량은 상당히 부정확한 자료들을 인용한 듯 합니다. 일례로 토스카니니의 음반은 2천만장으로 되어 있는데 미국에서 1953년까지의 판매량이 2천만장이라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 이후의 자료는 찾지 못해서 그 자료를 인용한 듯 합니다. 실제로는 더 많겠죠.

09/08/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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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

소개 감사합니다.

09/08/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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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이 글 덕에 생각나서 다시한번 엊그제 다시한번 읽었는데 역시 재밌더군요. 내친김에 책 뒤에 나온 역사적인 음반 100선중에 하나로 꼽힌 크라이슬러가 1926년에 녹음한 베토벤 협주곡씨디도 사고...글 써주신거 감사드립니다.

09/08/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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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rizo1470님, porpielee님/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토벤 협주곡은 SP시대의 크라이슬러와 후베르만의 연주가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LP시대나 CD시대의 연주들은 수십장 소장하고 있고, 많이 들어봤으나 2장의 음반에 비해서는 크게 감흥이 없더군요.크라이슬러의 낙소스를 직접듣진못했지만 다른 낙소스의 경험상 낙소스의복각CD정도면 충분할듯합니다.수고하세요.

09/08/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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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

그리고전책에나온100선중여러장을좋아하지만,발터의 말러9번(30년대빈필과 몽퇴의다프네(데카와이드)를가장많이들었고또사랑합니다.특히몇년전히말라야산을종주하면서일주일내내들었던말러는죽을때까지못잊을듯하네요.수고하세요.

09/08/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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