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필립스 LP와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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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네덜란드의 가전회사 필립스는 창립 이래 처음에는 라디오 진공관을 만들다가, 뒤에는 라디오와 앰프를 만들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필립스 레코드 부문의 회사를 두게 되었고, 1954년 콜럼비아 레코드가 미국-유럽으로 나눠지며 각각 독립하자 유럽에서는 영국에 미국의 콜럼비아 음반을 배포하는 회사로, 미국에서는 1950년대 말에 방계 레이블인 '폰타나(fontana)'를 만들어 CBS 레코드와 제휴를 맺고 유럽 음원들을 가져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62년부터는 도이체 그라모폰과 함께 폴리그램(PolyGram) 그룹을 이루며 세계적인 레이블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필립스는 음향기기 분야에 있어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우선, 우리가 잘 아는 카세트 테이프(casette tape)의 기술도 필립스의 것이고 따지고보면 애초에 턴테이블의 레코드 속도가 78회전이었던 것을 33과 1/3회전으로 늦추면서 크기를 10/12인치로 맨먼저 전환하여 상업적으로 생산하게 한 것도 필립스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70년대말 총체적인 음반의 불황과 메커니즘에 대한 불만이 세계적으로 고조되던 시절에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일본의 소니(SONY)와 손잡고 컴팩트 디스크(compact disc:CD)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지평을 연 기술 역시 필립스였다.

 


텔락(TERLARC)은 1978년부터, 그리고 데카(DECCA)는 1979년부터 사운드 스트리밍 디지털 녹음에 의한 LP를 내놓기 시작하였다. 종래의 미국식 RIAA curve에 의한 작위적인 배음(倍音)녹음과 유럽의 독자적인 회사마다의 주파수(Hz) - 음량(dB) 녹음방식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자연배음 그대로, 그러나 디지털을 이용한 음질개량과 잡음제거로 녹음된 새로운 음반들이 등장한 것이다. 필립스 역시 1982년부터는 전면 디지털 방식의 녹음을 사용하면서 상용화된 CD를 - 메이저급 음반회사 가운데서는 - 가장 먼저 출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필립스는 위에 설명한 것처럼 처음에는 미국 CBS와의 제휴를 위해 방계 레이블인 폰타나(fontana)를 두었고, 1962년부터는 끊어졌던 북미 콜럼비아 레코드와의 제휴를 위해 머큐리 레코드(Mercury Records)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규범적인 음질’, 즉 미국의 RIAA방식에 따른 고저역대의 강조된 소리나 데카와 특히 월터 레그(Walter Regge)가 결국 무덤속으로 가지고 가버린 EMI의 믹싱 비율, 그리고 도이체 그라모폰의 지나침 없이 단단하고 탄탄하면서도 깔끔한 음색의 장점을 비교적 두루 갖춘 ‘필립스 사운드’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음색을 바탕으로 레퍼토리와 연주자들의 선별 및 확대에 주력해왔는데, 여기에는 암스텔담 콘서트헤보 등 네덜란드의 악단 뿐만 아니라 이 무지치 합주단, 아르투르 그뤼미오, 헨릭 쉐링, 이고리 마르께비치, 그리고 스뱌또슬라프 리히떼르가 함께해왔다.

 


1982년부터 1985년에 이르기까지에는 디지털 방식에 의한 신규녹음으로 음반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6500 XXX' 시리즈(1970~74)와 ‘9500 XXX’ 시리즈(1975~81)와는 또다른 ‘6514 XXX’ 시리즈(낱장)와 ‘6769 XXX’ 시리즈(세트)를 내놓게 되었던 것이다.(일부 950X XXX 뒷번호는 디지털 녹음이 이루어졌다.)

 




선홍색의 레이블(염가판 혹은 재반은 회청색)에 120g밖에 되지 않아 휘어질 듯이 가벼운 음반이지만 그 소릿결은 선명하고 분명하다. 지나치게 두껍지 않으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저음역, 두루뭉수리하게 뭉쳐지지않고 분리도가 확실한 중역,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으면서 예쁘게 죽 뻗어올라가는 고역들이 한데 어우러져 매우 현대적이고 이지적이며 조금은 도회지적인 컬러가 배어나온다. 이러한 음색 속에서 콜린 데이비스, 데이빗 진맨, 네빌 마리너나 레이몬드 레파드, 이 무지치와 보자르 트리오, 로메로 형제 같은 지휘자들과 연주자들처럼 음악이 재구축되어 새롭게 깔끔한 울림이 필요한, 그러면서도 섬세하고도 조형성이 필요한 연주 사운드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1982~85년 초반 사이의 디지털 음반들 가운데서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해본다. 자켓의 좌측 상단에 검은색 바탕에 흰색과 붉은색의 ‘digital recording’ 이란 글자가 자켓의 도회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대단히 모던하다.
 

 

9000 XXX번대의 음반이 하나 눈에 띈다. 1980년도 녹음인데, 다른 1980년 녹음 음반은 디지털이 아닌 것으로 봐서 당시 선별적으로 디지털 레코딩이 이루어졌던 것이 아닌가 한다.


콜린 데이비스(Colin Davis)가 암스텔담 콘서트헤보를 지휘한 모제스뜨 무소륵스끼(Мозест Мусоргский)의 ‘전람회의 그림’은 워낙 뛰어난 연주, 특히 예프게니 스베뜰라노프나 블라지미르 페도세예프 같은 소비예뜨 러시아 지휘자의 돋보이는 연주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다소 묻혀버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본다면 콜린 데이비스의 음악적 해석은 분석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상세한 접근으로 약간은 작위적인 재구성을 하고 여기에 자연스런 흐름을 통제하면서 음악 자체가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이루게 하고 있다. 거칠거칠한 흐름에 거의 맡겨버리는 류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아주 현대적인 미술관에서의 전람회를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때로는 러시아적인 직설화법이 부담스러울때 손에 잡히는 연주이다.
 

 

콜린 데이비스가 처음 인기(?!)를 모으게 되었던 것은 그의 모차르트 연주들 때문이었고 그의 외모가 다소 모차르트를 닮았다고 하여(정확히 근거는 없는 듯하지만...ㅎㅎ) 음반의 인기도를 높였다. 앞서의 베를리오즈보다 좀 더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나 할까...?



 


그의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는 이미 EMI나 다른 회사들에서 녹음된 것들이 있지만 필립스에서 디지털로 녹음된 것들을 들어보면 탄탄한 구축감과 약간은 올려잡은(일설에 의하면 445Hz까지도 올려잡았다는 음색이 시원하긴 하겠으나 현악기 줄이 잘 터지지 않았을까...하는 괜스런 걱정이...)기준음과 더불어 필립스의 명징한 음색이 섞여서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모차르트의 페이소스 가득한 관현악이 꽤 매력있게 들린다.

 

 

네빌 마리너(Neville Marriner)는 콜린 데이비스보다 좀 더 조형적이다. 바로크나 실내악적인 곡들을 직접 연주하다 지휘로 옮겨와서인지 세밀한 곳까지 상당히 치밀하게 재구성하여 뚜렷한 대비감과 선명한 악절의 분리, 그리고 세심한 악기의 소리까지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되어나오는 사운드는 정말이지 필립스 소리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가 성 마틴-인-더-필즈 아카데미 악단을 지휘한 드보르작의 두 세레나데는 그가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는 분야의 곡임에 틀림없다. 아르고(argo)에서 녹음한 것도 있지만, 데카 계열의 영국적 소리보다는 필립스 사운드가 더 잘 맞는 듯하다.

 


좀 더 그의 조형성을 잘 알 수 있는 연주는 아래의 하이든 초기 교향곡판이 아닐까 한다.

 




몇몇 지휘자에 의해 5,6,7번 교향곡이 녹음되었지만 대부분 실내악적인 서정성과 흐름에 맡겨 연주가 이루어진 반면, 네빌 마리너는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재구성’ 과정을 거쳐 약간 모자라는 듯한 저역부에 다른 연주들과는 달리 쳄발로를 넣어 바로크식 통주저음의 그림자를 부여해주고 있다.
 

 

네빌 마리너가 실내악적이고 바로크적인 음악을 떠나 큰 교향악단에서 대편성 관현악곡을 지휘한 것을 처음 듣게된 것은 바로 이 음반이었다.

 




중후하고 심각한 음악은 아니지만 역시 깔끔하고 세세한 곳의 표현력이 필요한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하(Jacques Offenbach)의 오페레타 서곡집인데, 필립스 사운드의 명징함과 그의 탄탄한 조형성 및 오펜바하 특유의 컬러가 잘 어우러져서 아서 피들러나 레너드 번스타인 등의 기존의 연주들을 잘 듣지 않게 만들어버린 음반이다.

 

 

이전의 복스(Vox) 음반들을 고를 때마다 아쉬움이 절절했던 연주자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것은 이 최악에 가까운 녹음기술 속에서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던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아이브리 기틀리스(Ivry Gitlis), 수잔느 로텐바우허(Suzanne Lautenbaucher), 아론 로장드(Aaron Rosand), 기오마르 누바에슈(Giomar Novaes), 가스팔 카사도(Gaspar Cassado)들이었다. 특히 브렌델의 베토벤 협주곡들(그나마 이건 좀 녹음기술이 나아진 후기의 것이지만...)과 독주곡들 및 슈베르트와 일부 모차르트 연주는 아쉬움이 대단히 큰 것들이었다. 하필 왜 이런 녹음기술을 가진 회사에서...

 


그런데,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은 이곳 필립스로 다시 둥지를 옮겨 틀면서 그의 장기인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의 곡들을 다시, 혹은 처음으로 녹음을 해나갔고 겹치는 레퍼토리의 복스 음반을 밀어내는 계기가 되었다.(몇 장 되진 않았지만...)

 


대부분 디지털 레코딩 이전인 70년대 중.후반부터 나왔지만 일부의 음반은 디지털 레코딩 시대까지 이어져 선명한 그의 타건을 LP로 즐길 수 있었다. 이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그래서 지금도 손이 가는 곳 앞줄에 여전히 꽂혀 있다.

 





데이빗 진맨(David Zinman)은 미국 출신의 지휘자지만 네덜란드의 여러 악단들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그가 네덜란드 실내악단을 지휘하여 연주했던 차이꼽스끼의 ‘플로렌스의 추억’은 오디오파일 수준의 대우를 받는데, 이젠 이를 넘어서서 로테르담 필하머니와 함께 러시아의 색채감 넘치는 니꼴라이 림스끼-꼬르사꼬프의 관현악들을 내놓고 있다.




 

 

아주 질감이 뛰어나고 거칠기보다는 매끄러운 음악적 러시아 회화가 귀와 눈앞에 펼쳐지도 록 만들어주는데, 어찌보면 한편의 잘 만들어진 만화영화를 귀로 듣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쯤 되면 굳이 맘먹고 러시아의 스베뜰라노프나 페도세예프 음반을 빼들지않고서 조금은 ‘가볍고 세련된’ 러시아 음악을 듣기에 제격인 듯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게된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는 거의 처음부터 필립스와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이탈리아 악단인 이 솔리스티 베네티(I solisti Venetti)가 에라토(ERATO)에 소속되어 프랑스적인 화사하고 밝은 울림을 들려준다면 이 무지치는 같은 화사함과 밝음이지만 차분하고 약간은 중역대로 무게중심이 옮겨진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펠릭스 아요와 로베르토 미켈루치의 전통을 이어 피나 카르미넬리(Pina Carminelli)가 리더로 이끄는 이 무지치의 기본적인 소리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때로는 이렇게 유럽을 대표할만큼 실력있는 고수들인 하인츠 홀리거(Heintz Holliger)나 클라우스 튜네만(Klaus Thunemann), 그리고 세베리노 가첼로니(Severino Gazzelloni)같은 독주자들도 만날 수 있어서 언제나 기대된다. 어쨌거나 이 무지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에 대한 귀를 ‘만들어준’ 이들이다.

 



이밖에도 현대적이고 묵직하지 않은 현대판 말러의 소리를 들려준 에도 데 바르트(Edo de Waart)의 음반이라던가.


 

 

엄정단아한 러시아 여류 피아니즘의 독특한 컬러를 가진 벨라 다비도비치(Bella Davidovich)의 음반들...


 

 

그리고 에라토에서 영입해온 존 엘리옷 가디너(John Eliott Gardiner)의 현대악기를 이용한 다른 영국 단체의 매끄러운 고음악 연주나 네덜란드-독일의 본격적인 고악기 연주에서 들을 수 있는 정격음악의 단단함 중간쯤 되는,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연주와 노래로 고음악과 고전음악을 넘나들며 나름 시대음악을 들을 수 있다.



 

 

1983년 첫 생산 이후 1985년을 기점으로 LP를 버리고 CD를 주력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소량의 LP는 생산되었다. 자켓의 디자인도 CD와 동일하게 바뀌어 상단에 붉은 띠를 넣고 우측에 금박으로 디지털 레코딩이란 글씨를 넣었으며, 일련번호는 CD와 같이 6자리(4XX XXX) 뒤에 -1을 붙였다.(-2는 CD란 의미이다.)


 

 

1983년 발매분 가운데 최초로 LP와 CD가 동일하게 나왔던 것 가운데는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의 연주가 있다. 그는 소련을 떠나기 전후부터 알리프레드 쉬니뜨께(알프레트 슈니트케:Alfred Schnittke)의 작품들을 즐겨 연주해왔는데, 바이얼린 협주곡 2번은 필립스 녹음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뒤에는 동일 계열의 도이체 그라모폰으로 옮겨가서 오늘날까지 활동중이지만 이 음반만은 필립스 시절 그가 남긴 괜찮은 유산의 하나이다.

 

 

아이오나 브라운(Iona Brown)은 네빌 마리나 뒤에 리더를 맡았던 바이얼리니스트로서, 탄탄하고 유려한 흐름 속에 나름대로 힘을 가진, 성 아카데미-인-더-필드의 소리를 만든 주역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녀가 남긴 이 텔레만의 바이얼린 협주곡집은 자칫 재미없는 평범한 바로크 협주곡들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으며, 조금은 강하고 뻣뻣할 수 있는 독일식 바로크 연주 소리를 필립스 사운드가 부드럽게 감아싸고 있다.


 

 

존 엘리엇 가디너는 계속해서 필립스에 남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내놓는 이러한 음반들은 이제 조금 희귀한 콜렉션 대상이 되어가는 듯하다.




 

 

‘마니피카트(Magnificat)’도 ‘레퀴엠(Requiem)’도 훨씬 더 유려하고 유연해진 소릿결에 낭만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자연스런 흐름이 일품이다.

 

 

이 무지치의 음반들은 카르미넬리를 지나 아고스티니로 이어지는 시기에도 여전히 필립스를 대표하는 낭만 바로크의 대표적 주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91년 영면에 들어간 남미의 대표적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는 그의 마지막 혼을 불태우며 디지털 녹음 남기기에 노력하였다. 베토벤과 쇼팽, 슈베르트와 모차르트는 영원한 그의 마지막 백조의 노래로 남겨졌다.






 

 

남미 특유의 열정과 지성적 절제감을 보여준 그의 연주 마지막으로 나이를 생각하지 못할 만큼 생동감있게 다시 녹음된 음반들은 그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꼽아도 좋을 듯하다.

 

 

가장 활동적인 대표 멤버 - 메나헴 프레슬러, 이시도어 코헨, 버나드 그린하우스 - 로서 꾸려진 보자르 트리오(Beaux arts Trio)도 디지털 시대에 몇몇 곡들을 재녹음하였는데, 1985년에 내놓은 드보르작의 ‘둠키(Dumky)’는 이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녹음보다 훨씬 더 밀도있고 짙은 호흡을 나누며 밀고 당기기를 하는 연주를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을 함께 해왔을까 하는 탄성을 절로 뱉게 된다.

 

 

구소련출신의 바이얼리니스트 가운데 킴 카쉬카쉬안과 빅또리야 물로바(Виктория Муллова)는 은근히 중독성을 가진 연주자들이다. 물로바는 세이지 오자와가 지휘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더불어 차이꼽스끼와 시벨리우스라는 대곡들을 1장의 음반에 밀어넣고 있다.


 

 

까칠까칠한 차이꼽스끼와 북구의 차가운 시벨리우스가 아니라 스케일을 작게 가지고 가면서도 알차고 당찬 소리를 아주 쉽게 뽑아내는 듯한 물로바의 따뜻한 연주가 이 곡들의 색다른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러시아 출신의 세묜 비쉬꼬프(Семён Бышков)는 1952년 레닌그라드 출신의 지휘자인데, 레닌그라드 음악원의 최고 교수였던 일리야 무쉰을 사사하고 라흐마니노프 지휘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학생신분으로 레닌그라드 필을 지휘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으나, 유대인이란 숨겨진 이유 때문에 연주회 2주전 거부당하고 이로 인하여 그는 1975년에 소련을 나와서 미국에 정착하였고 이후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1985년 베를린 필과 더불어 쇼스따꼬비치의 교향곡 5번과 11번, 그리고 차이꼽스끼의 ‘호두까기 인형’ 등을 차례로 녹음하면서 필립스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그의 쇼스따꼬비치 교향곡은 비록 23세라는 젊은 나이에 등을 졌지만 조국과 고향의 존경해마지않는 대 작곡가에 대한 오마쥬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5번과 11번의 정확한 작곡 의도를 알고 있기에 5번의 마지막 피날레에서의 페이소스와 11번의 3차원적 영화와도 같은 짜릿함이 남다른 느낌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1986년 암스텔담에서의 실황을 녹음한 음반 하나가 대단한 충격을 주고 있다.

스뱌또슬라프 리히떼르(Святослав Рихтер)는 만년으로 갈수록 음반이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연주회도 툭하면 취소해버리는 기인(奇人)이었기에 그의 연주혼이 담긴 인생 후반기의 연주들은 더더욱 듣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전곡을 다행히도 그의 컨디션이 대단히 좋은(?!!) 날 연주를 통하여 이렇게 음반으로 기록이 남겨졌다. 약간의 이상스런 기복이 있긴 하지만 그가 풀어내는 그만의 베토벤은 때로는 단단함과 급속함이, 때로는 날카로운 정확함이 에밀 길렐스의 것과 비교된다.

 

 

많은 음반들이 더 있으나 손이 자주 가는 디지털 시대의 필립스 LP들을 최근 음반정리하는 와중에 예쁜 자켓 소개 겸 약간의 자랑삼아 적어봤습니다...

작성 '11/05/0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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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좋은 글이내요.. 요즘 LP를 모으다가 디지털 음원의 LP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경험에서 나온 해설이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언제 쯤 이런 내공을 가지게 될까 부럽습니다... 추천합니다.

11/05/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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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디지털이라 내치지마시고 실제 들어보시면 색다른 경험이 될겁니다...감사합니다...^^

11/05/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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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좋은 글 참 잘읽었습니다. Philips 레이블 디지털 음원 LP 를 너무나 사랑하는 애호가로서 참 반가운 글입니다. 향후 수집하는데도 상당한 Reference가 될 거 같습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는 비용대비 음질만족도 및 음색에 상당히 만족하여 Philips 레이블, 특히 자켓 상단 자주색 띠에 우측 금색 글자로고의 80년대 초중반 음반들을 매우 선호합니다. 한마디로 환장하는 편입니다. 이 시대의 아이템들은 LP 헌팅시에 항상 저의 1,2순위 타겟을 다투는 아이템들입니다. 님의 식견과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보니 제가 보유한 Philips LP 카다로그 아이템들도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글이네요. 암튼 잘 봤습니다.

11/05/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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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혹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의 DECCA Digital LP 카다로그 아이템들도 많이 소장하시고 계신다면 다음에 후속으로 기고해 주시면 저같은 LP애호가들로선 따따블로 유용하고 반가운 글이 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1/05/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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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글쎄요...데카라면 SXDL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마 정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소개해드릴 것들이 있을 듯합니다만, 아마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음반이 더 많을듯...^^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05/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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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엘피자켓에 디지털 로고가 왠지 어색해 음반을 살 때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두텁지 않으면서도 명징한 소리가 맘에 들어 샵에 가면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swine63님의 글은 볼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11/05/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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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감사합니다...필립스 디지털 LP는 들을만한 것들이 많아요...^^

11/05/0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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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Lp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않은 저에게는 무척이나 유익한 글입니다^^
엘피에 관한 지식을 자주 올려주세용

감사합니다

11/05/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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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긴글 읽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죠...^^

11/05/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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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특히 이무지치는 많은 분들이 이 필립스 음반으로 들으셨으리라 생각되네요.. 집에가면 한면 꺼내바야겠네요.

요즘 LP 관련 글들이 뜸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글이 올라오니 반갑습니다. 자주 좀 부탁드릴께요.

11/05/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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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ㅎㅎ 오랫만입니다...업무랑 여러가지 일때문에 한동안 뜸했네요...
음반정리를 하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랑 기록을 위한 글들을 틈틈이 스케치해뒀는데, 이젠 조금씩 적어봐야겠네요...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11/05/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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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필립스 LP...특히 70년대와 디지털 시대의 LP는 필립스 음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DG는 너무 소리를 부풀렸고, 데카와 EMI는 음질의 몰락? 혹은 염가반 위주의 재발매에서 워낙 당한게 많아서인지 비추입니다. RCA 레드실은 완전 퇴보된 소리였고, CBS 역시 6 EYE, 2 EYE 시절의 환상적인 사운드가 없어졌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1/05/0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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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DG의 경우 그나마 디지털이 되면서 지나치게 울리는 중저역대가 조금 나아진 편이었죠...영국의 두 메이저는 월터 레그 사망과 데카의 몰락 이후 계속 내리막길의 소리였다고 볼 수 있겠죠. 디지털 시대가 되고난 후에 SONY계열로 들어간 미국음반회사들 소리가 가장 심하게 몰락한 듯합니다...그래도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 녹음된 음원들은 존재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ㅎㅎ

11/05/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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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전문적이고 좋은 정보의 글을 감사하게 읽습니다.
저도 몇 장 가지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11/05/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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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물처럼 특정 장르 (교향곡-오페라)에 한정되지 않는, CD와 LP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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