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 베를린필의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 실황
http://to.goclassic.co.kr/dvd/2356

 

오래 전부터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실황 연주 블루레이 타이틀 박스 세트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바램이 올 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틸레만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한 곡씩 낱장으로 공연 실황 블루레이 타이틀을 발매하다 최근에 전곡을 완성했지만 박스 세트로는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렌보임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블루레이 박스 세트나, 환상적인 귄터 반트/NDR, 첼리비다케/뮌헨필의 DVD 박스 세트 역시 전곡 연주가 아닌지라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물론 CD로야 명반이 즐비하지만....)

이 전집의 연주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0년간 그들의 본거지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최근 작고한 얀손스를 비롯하여 하이팅크, 블롬슈테트, 세이지 오자와, 주빈 메타, 래틀, 틸레만, 파보 예르비의 지휘로 이루어졌습니다. 얼핏 예전에 발매한 RCO의 말러 전곡 블루레이 박스 세트가 연상이 되는 화려한 조합입니다.

모두 9곡이 실려있는데, 브루크너는 교향곡을 11곡 남겼지만 번호가 없는 바단조, 0번 라단조는 브루크너가 습작으로 생각하고 출판과 초연을 하지 않았기에 정식으로 남긴 것은 9곡입니다. 개인 의견으로 작곡가의 뜻에 따라 굳이 미발표한 두작품을 감상자 입장에서 전곡에 넣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특이하게 9번이 4악장을 살린 SPCM 버전으로 실려있는데, 매우 흥미로운 연주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브루크너 유지대로 [테데움]을 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은 워낙 많은 수정과 개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1번부터 9번까지 순서대로 들어보면 점점 부르크너다워 지면서 정점으로 치닫기는 하지만 뭔가 크게 구조가 진화(?)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판본 이슈가 있는데 요즘은 많이 정리가 되어 너무 구애받지 않고 듣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인기작이자 걸작으로 7번, 8번, 9번, 그리고 4번, 5번 중요하게 이야기되지만 사실 1번부터 전작품이 걸작입니다.  이번 전곡 영상물을 통해 1번, 2번, 3번의 매력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형식상 모든 작품이 미완성인 9번을 제외하고 4악장이고 1악장은 모두 소나타, 3악장은 거의 스케르초, 4악장은 거의 소나타입니다. 조성도 초기 3번까지는 단조이고, 4~7번 장조로 가다가 8~9번 단조로 돌아왔습니다. 또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많이 언급되는 두가지 특징이 있는데, 현악기의 막연한 트레몰로로 시작하는 "브루크너의 개시 Bruckner Opening" 와 중간, 중간 모든 악기가 일시에 정지하는 "브루크너의 휴지 Bruckner Rest" 입니다. 

내용상 흔히 브루크너는 교향곡에 "신에 대한 경외"와 "게르만의 자연/정서"를 담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였고, 평생 독신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던 브루크너에게 거의 숙명과도 다름없었을 주제들 입니다. 또한 그 거대한 건축물을 쌓아올리는 듯한 장대한 스케일과 오르간 사운드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은 브루크너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입니다. 

이런 점들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일반적인 내용으로 미리 알고 보면 이 거대한 교향곡의 산맥에 작은 길잡이라도 될 것 입니다. 좀 더 알고 보시겠다면 현동혁이 지은 [안톤 브루크너](총 4권)를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책 자체가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좀 닮은 것 같습니다.)
  
1. 교향곡 1번 세이지 오자와 Seiji Ozawa 49'18  (녹음 2009.1. 29~31) :1865/66년 (린츠버전). 

다소 유희적인 면모도 보이는 브루크너의 초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오자와는 번뜩이는 눈빛으로 주의깊게 잘 지휘하고 있습니다.
   
2. 교향곡 2번 파보 예르비 Paavo Jarvi 56'38 (녹음 2019. 5. 23~25) : 제2판 1877년 버전.
형식과 내용에서 점점 브루크너다워지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여담이지만 줄리니의 2번은 정말 놀라운 연주였고, 여기 파보 예르비의 연주도 아주 충실합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는 여성 단원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특이했습니다.

3. 교향곡 3번 블롬슈테트 Herbert Blomstedt  63'25 (녹음 2017.12. 8~10) : 1872/73년 버전. ​

의자에 앉아서 단원들을 바라보는 블롬슈테트의 모습은 귄터 반트와 닮았습니다. 악상에 따라 달라지는 지휘자의 표정만으로도 이 교향곡의 깊이있는 연주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교향곡 4번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Bernard Haitink 68'30 (녹음 2014.3.3~5) : 1878/80년 버전.
5. 교향곡 5번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Bernard Haitink 74'42 (녹음 2011.3.0-12) : 1878년 버전. ​아마도 현존하는 최고의 브루크너 지휘자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주저없이 하이팅크 입니다. 올 해 제가 직접 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하이팅크 고별공연도 브루크너 7번이었고, 전부터 보았던 RCO와의 9번 실황 블루레이도 훌륭했습니다. 교향곡 전집 CD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노년에 이른 하이팅크의 브루크너는 그 깊이가 다르고 심지어 단원들의 연주 자세도 달라보이는게 솔직한 제 감상평입니다. 

6. 교향곡 6번 마리스 얀손스 Mariss Jansons 54'18 (녹음 2018.1.25-27) : 1881년 오리지널버전.

최근 작고한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연주 내내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음표 하나, 하나를 소중히 살려내는 얀손스를 보며 이 지휘자도 다시 살려낼수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작품임에도 인기있는 7,8,9번에 밀려있는 이 작품의 진면모를 다시 보여주는 얀손스의 선물입니다.

7. 교향곡 7번 크리스티안 틸레만 Christian Thielemann 70'32 (녹음 2016.12.15-17) : 1885년 버전.

​지금 현재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최고의 권위를 쌓아가고 있는 지휘자 중의 한명임이 분명한 틸레만이고, 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이미 낱장 형태이긴해도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블루레이 타이트을 발표하였습니다. 통상 위아래로 움직이는 지휘 동작이 보기에 지루하긴 하지만 브루크너에 있어서 상당히 설득력이 강한 지휘자입니다. 워낙에 히트작이고 앞서 이야기했던 브루크너 교향곡의 특성이 연주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8. 교향곡 8번 주빈 메타 Zubin Mehta 81'14 (녹음 2012. 5.15~17) : 1890년 버전.
통상 1890년 판본은 노박이 출판한 브루크너에 의한 개정판입니다. 주빈 메타는 언뜻 브루크너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나, 거장의 장악력은 대단했고, 종래 명연들과 비교해도 못지않는 강한 내공을 보여주었습니다. 귀에 잘 들어오는 8번 연주였습니다. 

9. 교향곡 9번 사이먼 래틀 Sir Simon Rattle 77'09 (녹음 2018. 5. 26) : 1985-2008/2010 버전 

   (사마레, 필립스, 코어스, 마주카의 초고들로 완성된 4악장 완성본,1985-2008년,2010년 개정판).

소위 말하는 SPCM 버전으로 브루크너가 남긴 4악장의 스케치를 보고 여러 사람들이 수정과 보완을 하여 기존의 3악장에다 4악장을 추가한 연주입니다. 래틀은 이 버전으로 몇차례 연주를 하였고 좀 더 보완하여 작년에 녹음한 연주입니다. 일단 앞의 1~3악장 연주는 정말 좋습니다. 가볍지 않으며, 진중하게 신에 대한 숭고한 마음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연주된 SPCM버전 4악장은 나름 웅장하고 브루크너의 특징도 보이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브루크너가 작곡한 것 같지않은 이질적인 느낌이 먼저 듭니다.  궁금증을 해소하는 참고용 정도인 것 같습니다.

베를린필의 이 연주를 들으면서 이 악단이 얼마나 뛰어난 오케스트라인지 새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브루크너는 빈필 외에도 잘하는 악단이 많다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고, 아주 잘 숙련된 장인과 같은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브루크너의 판본 중 비교적 수정이 덜한 버전을 사용한 경향이 보이고, 거장들이 대거 참여하여 연주의 다양함도 보입니다.

베를린필은 자체 레이블로 여러 패키지를 출시하였는데, 이 브루크너 세트가 그 중에서도 최상에 속하는 물건입니다. 기존의 패키지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여 다양한 미디어에 이 연주들이 담겨 있으며, 연주 시기에 차이가 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화질과 음질이 균일하게 우수합니다. 그리고 이 패키지를 보니 아시아 투어 패키지처럼 아웃케이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는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베를린필 홈페이지에서 직접 신청하여 구입하였는데, 국내에 수입되어 판매되는 가격은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작성 '19/12/29 9:39
sk***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링크 글 (Trackback) 받는 주소: 로그인 필요
no***:

구매 고민중이었는데 상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바로 가서 주문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브루크너 9번의 4악장 버전을 듣고 난 이후로 다시 3악장 버전 연주로 돌아가질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이번 전집이 반갑습니다. 래틀이 이 4악장 버전에 대해 인터뷰할 때 '이 브루크너 9번의 4악장은 모차르트 레퀴엠보다 더 브루크너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는데, 모차르트 레퀴엠도 모차르트의 작품이라면서 연주하는 마당에 이 악장은 연주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이야기하였고, 또 '여러분이 이 4악장을 들으면서 이질적으로 느낄 부분은 오히려 순도 100% 브루크너가 작곡한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매우 공감되는 인터뷰였습니다.

19/12/30 02:38
덧글에 댓글 달기    
    sk***:

BD를 기본으로 본 후 출퇴근 차안에서 CD로 몇번 들었는데, 다시 한번 9번을 들어보겠습니다^^

19/12/30 21:13
덧글에 댓글 달기    
0/1200byte
한 줄 덧글 달기
 
 5
 

클래식 음악 Blu-ray Disc와 DVD-V에 대한 정보와 감상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조회추천
1575sk*** '20/09/133721
1574sk*** '20/07/318958
1573sk*** '20/05/318271
1572sk*** '20/05/314092
1571sk*** '20/05/107923
1570fa*** '20/04/1817231
1569sk*** '19/12/2922655
1568sk*** '19/09/2916432
1567sk*** '19/05/0117851
1566pl*** '19/02/1322131
1565sk*** '18/12/0531556
1564yo*** '18/10/181246 
1563yo*** '18/09/231202 
1562yo*** '18/09/231267 
1561yo*** '18/09/151056 
1559hj*** '18/08/081415 
1558sk*** '18/08/0513503
1557pl*** '18/05/0431918
1556sk*** '18/02/1826262
1555sk*** '18/01/2821683
1554ab*** '18/01/231458 
1553ha*** '18/01/231376 
1552ha*** '18/01/131603 
1551ha*** '18/01/091576 
1550ha*** '18/01/052002 
새 글 쓰기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마지막  
총 게시물: 1912 (1/77)  뒤로  앞으로  목록보기
Copyright © 1999-2020 고클래식 All rights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please contact us by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