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 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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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20)

            마일스 데이비스- <카인드 오브 블루 Kind of Blue>


얼마 전, 나는 십 수 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소형 스피커 에포스를 내 보내고,  좀 더 업그레이드가 된 스피커로 교체 사용해 보고 싶어서, 평소 호형호제 하며 지내고 있는 클래식 동호인 S에게 전화를 걸어, 좀 괜찮다 싶은 스피커가 있으면 직접 구해 주던지, 아니면 추천이라도 해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부탁을 해 놓은지 약 1주일가량 지난 어느 날  S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 백 만 원 정도 하는 중고 <탄노이GRF 메모리> 하나가 인터넷상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이 스피커라면  나에게 강력 추천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소리만 괜찮다면야 기 백 만원이 들더라도 그 스피커를 구입하고 싶다는 내

의사를 전달하고는 일단 소리부터 한번 들어보자며 S를 조르기 시작하였다.


스피커 주인은 대전에 살고 있었다.

부산에서 대전까지는 약 300여km로 만만한 거리가 아닌데다가, 스피커 하나의

무게만 해도 60kg정도 된다고 하니 승용차로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고, 소형 트럭 한 대 정도는 동원이 되어야만 가져 올 수가 있는 그런 난점이 있었다.


나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부근의 마을 주민 o씨로 부터 1톤 트럭 한 대를 빌린

다음, 스피커 주인과 만나기로 약속된 날짜에 스피커를 나에게 소개해 준 S와 함께  대전을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는 오전 10시경 부산을 출발해서  진주를 거쳐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를 타면  대전까지 갔다가, 스피커를 싣고 부산으로 되돌아온다 해도  오후 5-6시경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오전 10시경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계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오전 10시경 부산을 출발한 우리는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거창 휴게소를  4km정도 남겨 둔 지점에 왔을 때 ,온도 계기판의 숫자가 급작스레 상승 하길래,  놀란 나머지 차를 갓길에다 세워놓고 라지에다를 점검해보았더니 라지에다에  물이 말라있었다.


우리는 라지에다에 물을 채워 넣기 위해서, 물을 찾아서 고속도로 갓길을 무작정 걸었는데, 약 2km쯤 걸었을 때, 고속도로 주변 논바닥에 딩굴고 있는 빈 펫트 병 과 냇물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다가가서 빈 펫트 병에 물을 채운 다음, 라지에다에 가져다 부었는데,  물은 붓는 족족 그대로 바닥으로 모두 흘러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워터펌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견인차를 불러 거창읍까지 차를 견인해서, 문제가 된 워터펌프와 냉각팬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리비는 견인비를 포함해서 모두 21만원이었다.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정비 불량 차량을  하루 빌린 댓가로 우리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추가경비 21만원에다, 3시간이 넘는 아까운 시간까지 길바닥 위에 소비해

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대전에 도착하였고, 도착 즉시 스피커 소리부터 테스트 해 보았는데, 소리하나는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돌아 갈 길도 멀고 해서 급한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전을 떠나왔는데도  밤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좋은 소리를 들려 줄 것만 같은 괜찮은 스피커  하나 모셔오는 과정에서 차량고장으로 인하여 우리는 고속도로 상에서  몇 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했긴 하지만, 이왕지사 좋은 소리를 찾아 나선 길이었으니, 이런 예기치 않은 괴로움 또한 음악 듣기를 위해서는 피해 갈 수가 없는 수업료(?)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까지 오디오 생활을 하면서 동호인 S로부터 숱한 도움을 받아왔다.

나라는 사람은 음악을 듣고 좋아할 줄만 알았지, 오디오 선 하나 제대로 연결해서 사용할 줄 모르는 기계치(機械痴)라는 사실을 S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디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연락만 하면 한 밤중이라도 달려와서는 내 오디오 문제를 해결해 주곤 했던 것이다.


이날 부산에서 대전까지 왕복 운전도 S 혼자 전담하였다.

수동변속기 자동차를  내가 운전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S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스피커 구입 건에 대해서도 스피커의 선택에서부터 , 수송, 그리고 설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정작 나는 남의 일처럼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고,  S가 모든 것을 다 처리해 주었다.

   

나는 십 수 년 동안  네임(Naim) 앰프에다 CD 플레이어 티악과, 소형 스피커 에포스를 물려 음악을 들어오면서도,  여타 오디오 기기 쪽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시스템 자체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에 다소 부실한 면이 없잖아 있는 듯해도 개의치 않고, 오직 음악을  듣고 즐기는 쪽으로만  온 정성을 쏟아왔다.


소리 중심의 음악 듣기가 아니라,  음악 중심의 음악 듣기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지도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맨 처음에는 천일사 별표전축 컴포넌트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3-4년쯤 듣다가, 그 다음  금성사에서 나온 컴포넌트 시스템으로 또  몇 년인가를 들었고, 그 다음 에포스라는 소형 스피커를 구입하였고,  네임 앰프와, CD플레이어 티악을 차례차례로 구입해서 현재까지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이다.


20 여 년 동안 음악을 들어오면서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오디오 기기 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서도,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음반 쪽에는 유별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음반의 숫자와, 꼭 들어봐야겠다는 곡목들을 꾸준히 늘여온 결과,  지금까지 모아 놓은 정품 CD만도  벌써 3천장을

넘기고 있다.


“비싼 오디오를 쓴다고 해서 음악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오디오의 목적은 기기의 수집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즐기는데 두어야 한다”는 유치하면서도 단순한 원칙(?) 하나를  금과옥조처럼 지키면서 오직 음악을 듣고 즐기는 쪽으로만 전력투구 해 왔기에, 음악 듣기 20여 년 만에  음악 듣는 귀는 그런대로 조금은 트일 수 있었을 것으로 어림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소형 스피커 에포스를 내 보내고, 대형스피커 탄노이로 교체하던 날 밤에

나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남긴 불후의 명반 (Kind of Blue)에 빠져 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 나는 재즈가 무엇인지 재즈 ‘재’자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지난 연말쯤  회사 부근에 있는 농협 창구에서 우연히 잡지책을 뒤적이다가 서울예대에 적을 두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가 잡지책속에 소개해 놓은  짧은 글귀 하나에 반한 나머지 ,그날  퇴근하기가 무섭게 이 음반을 구입 한 후, 지금까지 수없이 듣고 또 듣고 있는 것이다.


한충완 교수는 이 음반을 이렇게 소개해 놓고 있었다.

< 마일스 데이비스-Kind of Blue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대중예술분야를 새로이 개척한 인물로

손꼽히는 재즈계의 전설. 캐넌불 애덜리, 존 콜드레인, 빌 에반스 등 최고의 연주자

들이 참여한 (Kind of Blue)는 코드 전체를 동시에 연주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한 음표씩 차례로 연주해 나가는 모드 수법을 처음으로 시도해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 음반에는 첫 번째 곡 ‘So What'을 비롯하여 모두 6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곡은 모두 마일스 데이비스가 직접 만들었으며, 마일스 데이비스의 신기에 가까운

트렘펫 솜씨에다 함께 참여한 타 연주자들의 출중한 기량이 함께 어우러져 불후의 명반 하나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불세출의 흑인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

그는 이 음반을 33살 때인 1959년에 발표했는데, 음반이 출시 된지도 벌써 50년이  다 되 가고 있지만, 이 음반은 지금도 미국에서만 한주에 5천장 이상이 판매가 될 정도로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2005년도에 마일스 데이비스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공연자 부분 헌정자로 이름이 올려졌다.

루이 암스트롱( 1990년), 과 빌리 홀리데이( 200년)가 재즈 아티스트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헌정되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비공연자 부분에서 “로큰롤에 영향을 미친 인사분야 “에 선정됐었고, 재즈 연주자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공연자 부분“ 헌정자로 선정된 것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처음이다.


이 음반에 실려 있는 6곡은 그 어느 곡을 들어보아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소리가 사람의 혼을 쏙 빼어놓는다.


스피커를 바꾸던 날 밤,  나는 많고 많은  클래식 명반들은  모두 다 제쳐 두고

오직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렘펫 소리 하나로  내 지친 심신을 씻고 또 씻어 내고 있었다.

지친  심신을 달래 줄 수 있는,  그런 괜찮은 음반 몇 십 개 정도는 항상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다 대기시켜 놓고 사는 일상(日常)에 나는 늘 만족하고 있다.

 

음반명: Kind of Blue

수록곡

1. So What

2. Freddie Freeloader

3. Blue In Green

4. All Blues

5. Flamenco Sketches

6, Flamenco Sketches(alternate take)            

작성 '06/11/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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