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페스티벌 리뷰] 개막_동과서, 그리고 남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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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의 감동은 흐르고

 

 

개막공연 | 동과 서, 그리고 남미의 만남 | 4월 28일 8시 | 호암아트홀

 

 

 

 

2006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개막공연은 호암아트홀 객석을 입추의 여지없이 채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실내악 공연으로 공연장 전석이 매워진 경우는 우리나라에선 초유의 기록이 아닐까한다. 김형국 페스티벌집행위원장과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이사장의 개회선언과 강동석 예술감독의 짧으면서도 아주 많은 내용을 담은 해설을 앞세워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 김영호가 한 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시작한 라벨의 네 손을 위한 <어미 거위> 모음곡 중 ‘파고다의 여왕’은 ‘동양’이라는 이날 공연 초반부 주제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적절해 보였다. 이어서 등장한 비올리스트 폴 뉴바우어가 무반주 독주로 브라이트 쉥의 ‘시내는 흐르고’를 연주하며 공연의 분위기는 좀 더 차분해졌다. 더블 스토핑과 하모닉스 등의 기교적인 양념이 많이 들어간 곡이었지만, 뉴바우어는 곡 전반을 흐르는 정적이고 고요한 동양적 심상을 별 어려움 없이 포착해냈다.

이어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지현이 첼리스트 양성원과 오보이스트 장-루이 카페잘리와 함께 등장, 1부 공연의 백미였던 김지영의 ‘밀회’ 연주에 임했다. 송강 정철과 기생 진옥의 시담과 사랑을 국악과 양악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가야금과 첼로의 농염한 대화로 풀어냈다. 후반에 김지현의 구음이 더해지며 절정을 구가한 연주는 ‘남녀상열지사’를 음악에 품위있게 담은 작품의 면모를 밝혀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연주된 드보르작의 바가텔은 하모니움이 편성된 독특한 곡이었다. 강동석의 제1바이올린과 박재홍의 제2바이올린, 그리고 조영창의 첼로에 오르간을 피아니스트 한동일이 맡아 연주했는데, 피아노의 명료함이 없는 대신에 따뜻함과 보헤미안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음향적 특성으로 낭만주의 실내악의 숨은 비경을 엿보는 기분을 선사했다. 특히 곡 전체의 구도를 잡는 강동석의 리드가 돋보였다.

커튼 콜에서 갑자기 달려나와 오르간 앞에 앉아 ‘해피 버스데이’를 연주하기 시작한 한동일로부터 서프라이즈 세리머니가 시작되었다. 다름아니라 강동석 예술감독의 생일을 축하하는 무대였는데, 전 출연자가 무대에 나와 한동일의 오르간 연주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는 객석으로도 퍼져나갔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한 장면처럼 푸근한 감동을 주는 세리머니에 청중들도 마음을 담은 축하의 박수로 화답했다.

2부는 조영창과 정재윤 등 여덟 첼로 주자로 이루어진 첼로 앙상블의 무대로 시작했다. 빌라 로보스 <브라질 풍의 바흐> 1번 중 ‘모디냐’의 아찔한 하이퍼 로맨티시즘은 5번 ‘아리아’로 이어졌다. 소프라노 김수정은 언뜻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실은 지극히 어려운 곡의 가창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청중들의 갈채를 이끌어 냈다.

2부 초반, ‘남미의 슬픈 열정’이란 주제를 계속 이어간 것은 알바로 피에리의 기타였다. 가볍게 등장해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탱고 리듬을 밟기 시작한 피에리는 피아졸라 탱고의 달인임을 연주를 통해 확연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박재홍의 바이올린 선율이 올라타자, 피에리는 리듬을 자유자재로 끌었다 놓았다하며 기타 한 대로 공연장 전체를 ‘카페 1930’의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피에리는 독주 레퍼토리 나머지 두 곡 피아졸라의 ‘아첸투아도’ ‘프리마베라’의 연주에서도 산들바람부터 회오리바람까지 청중들의 가슴속에 파문을 던지며 ‘기타의 신선’과도 같은 연주풍을 자랑했다. 그에 앞서 피아졸라와 함께 연주하던 당시의 에피소드, 즉 피아졸라는 항상 임프로비제이션을 강조했고 같은 곡이라도 다음 번 연주에도 똑같이 연주하면 깨물어 버리겠다고 자신을 위협(?)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마르티누 ‘퀴진 레뷔’의 연주에는 바이올린에 츠기오 토쿠나가,  첼로에 양성원, 클라리넷에 로망 귀요, 바순에 김용원, 트럼펫에 유병엽, 그리고 피아노에 파스칼 드봐이용이 등장해 패러독스와 흥겨운 축제의 장까지를 한 몸에 지닌 작품의 다면성을 한껏 빛냈다. 실내악 공연이라 원래 앙코르를 준비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퀴진 레뷔’의 ‘찰스턴’ 악장을 앙코르로 연주, 즐거운 축제의 개막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리포터 박정준

작성 '06/05/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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