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http://to.goclassic.co.kr/qanda/3560
1454 김도형님의 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

번스타인의 소니음반이 해석적인 측면으로나 아니면 경제적인 면에서나 훨씬 나은 초이스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의 DG음반(Digital)은 LP로 소장하고 있고, 소니음반은 CD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음악월간지의 평을 보면, 만년의 해석과 초기 전집을 의지력을 가지고 완성해 나가던 번스타인의 해석에서의 차이점을 '광활한 평원에서 싸우는 대회전'(DG)과 '치열한 피범벅이 난무한 백병전'(sony)으로 한마디로 압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소니에서의 녹음을 "번스타인이 텍스트에 직격탄을 쏘았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인상적인데요. 아마도 이것은 6번 교향곡이 중기 순음악적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의 작곡이후에 뒤따른 당시의 말러의 상황, 즉 그의 건강이 악화된 것, 딸의 갑작스런 사망, 그가 지휘하던 오케스트라로부터의 해임 등(이것을 종악장에서의 강렬한 해머의 세 타격의 전조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의 복잡한 정황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 교향곡에도 말러 안에 무의식적으로 잠재해있는 그의 어떤 내면적 표제가 감추어져 있지 않은가 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동일한 유태인으로서 말러의 시대 도래를 예언했던 번스타인의 주술적인 직관이 바로 이 첫 녹음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죠. 흔히 말러의 텍스트 해석의 구도를 천국과 심판, 난폭함과 순진함, 기만과 무구, 분노와 정화, 로고스와 파토스(모순)의 이중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많은데, 이러한 해석이 바로 번스타인에게서 보다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그의 연주의 주된 기조로 엿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가 말러 사후 50주년을 기념하여 열었던 '청소년음악회'-말러 편에서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는 말러의 이러한 성향을 음악사적으로는 19세기의 세기말적 불안과, 대립적으로 다가오는 20세기에 대한 희망으로 대변되는 말러의 혼돈과 기대의 이분법을 통해 언술하고 있는데, 말러의 악곡에서 감지되는 조성의 불안정성과 낭만주의의 극한에 다다른 관현악적 과장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소니 녹음은, 만년의 녹음에서보다는, 텍스트 이면에 대한 주관적 중화작용을 되도록 배제하고서 보다 말러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몸짓이 보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말러의 불안과 신경증(실제로 말러는 3번 교향곡 작곡이전에 프로이트로부터 정신분석학에 입각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유태-게르만-보헤미안 혈통에 따른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태생적 불안, 종교적 신념적 갈등에 따른 불안, 부인 알마 말러의 외도[?-클림프와의..]가 가져다 준 절망 등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요)이 전서한 딸의 죽음이나 건강의 악화 등으로 증폭되었던 시기보다 약간 앞선 말러의 순음악적인 중기의 이 6번은, 오히려 보다 더 말러의 주관에 본질적으로는 깊이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운명의 죄어들어오는 공포, 죽음의 정서가 가져다 주는 칠흑같은 어두움, 언제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가공할 두려움 등-그래서 3악장에서 말러는 그토록 감미로운 사랑의 멜로디를 노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마여! 그대만이 나의 구원이라오..-에 대해 필사의 힘을 다해 저항하는 그의 처절한 전투의지가 이 6번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보았을 때, 번스타인의 뉴욕필과의 연주는 해석상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이 바로 텍스트에 대한 직격탄이 아닐까요..

그러나 종악장에서의 세 번의 타격을 통한 몸부림도 결국 운명의 힘에 제압당하고 체념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 같아 2번이 보여주었던 영웅의 장례 뒤의 밝은 구원의 희망이 주는 승리감이나, 3번의 종악장이 설파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사랑의 위대한 힘, 4번의 순진한 천국에서의 기쁨의 노래 등의 분노와 암울함을 극복하는 정서적 순화의 갈무리는 더이상 엿보이지 않습니다. 중기 교향곡에 있어 6번이 주는 극적인 드라마-인생의 모순과 운명에의 노예의지로 가득찬-처럼 비극적(그래서 이곡의 표제가 "tragic"이지요)인 곡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년의 녹음은 초기의 관점에서보다는 보다 더 번스타인화된 말러(중심의 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번스타인이 말러인지 말러가 번스타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요)를 보여준다면, 초기 소니에서의 녹음은 번스타인은 철저하게 말러 뒤에 스스로를 은닉하고 있는, 말러의 주관에 자신의 주관을 접사시키는 번스타인의 행보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초기 불레즈의 관점(Sony)과 후기의 변화(DG)양상과도 유사하다 볼 수 있겠군요.

어쨌든, 초기의 해석으로부터 만년을 다시한번 조명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말러 입문에 있어 말러를 적극적으로 세간에 이슈화한 번스타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유익으로 볼 때도, 이 첫 소니녹음에 주목함은 여러모로 온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은 저도 맨처음 이 6번을 접했을 때는 그다지 귀와 마음이 열리지 않아 한동안 쳐박아 놓았다가, 보다 더 그의 정황을 알아가면서, 또 나의 삶의 정황에 그의 것이 중첩되어 들어오면서 심도깊게 전악장을 경청하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좀 힘들어도, 악장별로 말러의 음표들이 어떤 의미들로 꾹꾹 채워져 있음을 감지하면서 한음 한음, 악구마다 천착해 들어가시면 그의 고통과 비애, 비극의 정서를 체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우리 자신이 속한 현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변증을 통한 변주의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겠지요.

번스타인의 이 소니 첫녹음은 여러가지 면에서 귀기울일만 합니다. 한 마디로 절대절명의 "명반"입니다. 아, 그리고 래틀의 6번은 음악비평가나 감상자들에게서 호불호가 엇갈리는 음반중의 하나인데요. 특히 2번이후에 힘을 받아 녹음된 그의 말러 사이클들 중에서 6번은 그다지 높은 평판을 받는 것 같진 않습니다(물론 자국 음악인들에겐 유난히도 관대한 그라모폰의 편파성 짙은 평론은 논외로 치고 말이지요). 오히려 2번을 제외한 그의 말러는 1번이나 7번("밤의 노래") 그리고 10번(두 종의 녹음이 있습니다. 하나는 번머스 심포니와의 80년대 음반과, 최근 베를린 필과 녹음한 음반[모두 EMI임;데릭 쿡 버젼]) 등이 추천할 만하다는 것이 음악비평계의 중론입니다. 오히려 이 곡들을 참조하시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어쨌든, 대개 말러의 초기 네 교향곡이나 후기 8,9번 등으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님께서는 보편적으로 접근하기에 난해하다는 중기 교향곡들부터 관심을 갖게 되신 것이 독특하시군요(저는 2번의 5악장 "합창"부분을 듣고 말러에 입문했습니다만). 고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께 더 좋은 조언을 많이 들으시구요. 모쪼록 부족한 저의 추천이 조금이라도 말러의 세계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음악 많이 즐기시고 함께 다른 분들과 나눔으로 호흡하시면, 님의 음악생활이 보다 풍성한 감흥과 삶 속에서의 창조적 변용으로 업그레이드되시리라 믿습니다. 음악과 인생을 함께 사랑하시는 나날들 되시길..

*p.s.:
번스타인의 말러 6번 소니반은 "번스타인 센츄리 시리즈"로 출시되어 있구요. 가격은 대개 12,600원 정도일 겁니다. 그리고 핫트랙스나 압구정 신나라, 영풍 뮤직랜드 등에 가면 자주 눈에 띄더군요. 구하기는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작성 '01/08/22 0:29
in***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링크 글 (Trackback) 받는 주소: 로그인 필요
0/1200byte
한 줄 덧글 달기
 
 0
 

같은 번호의 글
1456in***  일단은.. '01/08/227308 
 in***     말러 6번에 대한 보충자료글 '01/08/227306 

사실 관계나 객관적인 정보를 묻고 답하기 (음반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 요청은 의견 나눔터로)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조회추천
1457pi*** '01/08/227305 
 ch*** '01/08/227304 
 go*** '01/08/227307 
1456in*** '01/08/227308 
 in*** '01/08/227306 
 dr*** '01/08/227307 
1452ch*** '01/08/217310 
 78*** '01/08/217310 
 vn*** '01/08/217311 
1451ra*** '01/08/217305 
1450gr*** '01/08/217314 
 fi*** '01/08/217309 
 gr*** '01/08/227308 
1449gr*** '01/08/217309 
 dr*** '01/08/217312 
 go*** '01/08/217308 
 gr*** '01/08/227307 
 go***
        ^^;
'01/08/227305 
 dr*** '01/08/227308 
 go***
          크크크..........
'01/08/237309 
1448wi*** '01/08/217310 
 go*** '01/08/217305 
1447SU*** '01/08/217306 
 goclassic '01/08/217308 
1446al*** '01/08/207308 
새 글 쓰기

처음  이전  1861  1862  1863  1864  1865  1866  1867  1868  1869  1870  다음  마지막  
총 게시물: 49476 (1867/1980)  뒤로  앞으로  목록보기
Copyright © 1999-2020 고클래식 All rights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please contact us by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