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음악 속에 나타난 우리들의 자화상
http://to.goclassic.co.kr/symphony/5776
말러의 음악이 쉽다는 말이 가진 의미는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말러의 음악이 표현하는 심상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쉽게 수긍이 간다"

좀 구름 잡는 듯한 말로 들리겠지만 사람이 글이나 뚜렷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추상적인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지요. 대표적인 것이 음악과 미술, 특히 추상파가 그러하지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 만약 15, 16세기에 어느 누가 추상화를 그렸다면 사람들은 자세히 보려고도 아니하고 그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아까운 물감을 장난하는데 썼다고 그림 그린 사람을 호되게 야단쳤을 겁니다. 그런데 현대 시대에 와서 추상화에도 엄청난 고가의 명작이 존재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변한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복잡한 세상에 살다보니 그림에 나와 있는 복잡성이 자신의 마음을 닮았거든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이 추상화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요. 사진같이 정교하게 풍경을 묘사한 그림도 여전히 좋아하고 인상파의 그림도 좋아히고 있지요. 왜 그렇까요? 사람들의 마음은 한 가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일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이런 경험 자주 하잖아요. 어느 날은 베토벤이 아주 잘 들리고 마음에 와 닿는 날이 있는가하면 어느 날은 바하...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몇 백년 전의 사람들보다는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음악이나 미술에서 우리가 즐기는 것은 음이나 그림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 특정 예술 작품이 마음에 남겨주는 심상이라는 사실이지요.

그럼 현대 20세기 중반 이후 말러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말러 음악이 그리는 심상의 세계가 현대인의 심상과 많이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럼 말러 음악이 그리는 심상은 무엇인가요? 저는 말러 음악을 들으면 때로는 광기가, 때로는 자연에 대한 위대함이, 때로는 깊은 한숨과 좌절이 느껴집니다. 한마디로 한 곡을 감상하면서 이런 복잡 다기한 느낌들을 다 맛볼 수 있으니 참 놀라운 음악이지요.
현대인은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때로는 넘치는 의욕으로 살지만 때로는 심한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고 심한 우울증에도 빠지기도 합니다. 또 현대인은 누구나가 자연과 함께 벗하여 살고 싶은 내적 욕망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러 음악에는 어느 순간에도 낭만성은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이 담겨져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염세적인 색채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숨어있습니다.
말러 음악에는 이러한 우리들의 현실적 모습들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고 투쟁하면서도 그것을 성취 못하여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또 다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상"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면 쇤베르크의 음악은 어떠한가요? 말러 음악만큼 자주 듣지는 않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먼저 느껴집니다. 저는 쇤베르크를 비롯한 현대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항상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미지의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인간의 모습'

을 그리게 됩니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많은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음에도 오히려 내적으로는 다 메말라가는 깡마른 인간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재고해 봅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물론 이러한 불안해하고 암울해 보이는 일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 우리들의 전반적인 모습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고 또 투쟁합니다. 언제 얻어질지는 모르는 낭만과 행복을 생각하면서.. 때로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기에 자주 좌절도 합니다. 그렇지만 항상 꿈을 꿉니다. 아직은 말러의 모습이지요.

저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만약 우리 현대인이 이러한 내적 노력과 행복과 낭만에 대한 희구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아마도 말러 음악보다는 쇤베르크의 음악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희망을 잃고 불안이 일상화되면 쇤베르크를 비롯한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에서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심상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라고..

저는 우리 인류가 아직은 베토벤, 모짜르트, 말러 등등 아직은 그 기조가 밝고 희망찬 음악들에서 안식을 얻기를 바랍니다. 만약 쇤베르크가 가장 인기 있는 작곡가가 된다면 으으... 저는 그런 세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루어지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투쟁하고 또 조금은 좌절하면서 때로는 그것 때문에 우울해지더라도 희망을 안고 살고 싶습니다.


cf) 내가 판단하는 정말 단순한 음악사 ㅋㅋㅋ

1. 말러 이전의 음악: 희망이 절망보다는 우세한 음악

2. 말러: 희망과 절망이 균등하게 나타나는 음악

3. 말러 이후의 쇤베르크: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두드러지는 음악
작성 '03/03/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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