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전집 : 스크로바체프스키 / 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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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계속되는 주장인데, 브루크너의 특수성 때문에 그의 교향곡들이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은 결국 '악보에 충실하라'로 밖에 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악보에 충실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신기하게도 브루크너 명지휘자로 명성을 얻은 이들 중에 수퍼스타는 많지 않습니다. 아르투르 니키슈에 의해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 아바도로 이어지는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라인에서 명연주로 평가받는 음반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의아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브루크너 교향곡의 연주법에 대해 일단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틴트너의 전집이나 인발의 전집처럼 스크로바체프스키의 전집 역시 습작인 F단조 교향곡을 포함한 완전한 전집입니다. 하지만 이 지휘자에 대해 솔직히 브루크너를 잘 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었습니다. 교향곡 1번만 달랑 들어보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전집을 듣고 나서는 브루크너 연주를 잘하는 지휘자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전집으로서 스크로바체프스키의 것은 샤이의 것보다는 일관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판본의 선택에 있어서 1번에 대해서만 갈려나갈 뿐 실질적으로는 거의 같은 판본 구성인 두 전집에서 스크로바체프스키는 3번 이전의 연주와 4번 이후의 연주 스타일이 확연이 구분되는 묘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4번 이후의 연주는 낭만적 해석을 좋아하는 브루크네리안이면 만족할만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반면에 3번 이전의 연주에서는 템포에 있어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선택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4번 이후에는 또 갑자기 얌전해집니다. 물론 6번과 같이 간혹 튀는 연주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좀 무게가 있다 싶으면 묵직하게 밀고 나갑니다. 상대적으로 악단의 기량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악단의 기량에 대해서는 샤이의 연주가 더 나은 상황입니다. 샤이의 해석은 일단 낭만적인 해석에 반감을 가지신다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드실 것입니다. 특히 3번까지의 해석은 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스크로바체프스키의 해석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번 이전의 어눌함을 스크로바체프스키는 극단적인 해석으로 낭만적 포장을 시도하는데 비해 샤이는 적나라한 악보 파헤시기 및 고전적 포장을 해서 적나라하면서도 깔끔한 연주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방향도 달라지지요. 4번 이후에 샤이는 3번 이전의 해석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이후의 연주를 진행합니다. 덕분에 7번 무렵에서는 낭만적인 해석과 비교하면 웅장하다기 보다는 소박한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 제가 던진 주제에 대해서 스크로바체프스키는 교향곡 3번 이전은 솔직히 미덥지 못한 구석이 보이는 셈입니다. 악보에 충실하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샤이도 완전 충실은 아닙니다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곡의 의미를 다시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는 점에서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4번 이후에는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뵘이나 요훔 등의 연주 스타일인 낭만적인 해석을 좋아하시면 스크로바체프스키 풍은 마음에 드실 듯 합니다. 반면 샤이는 하이팅크나 인발, 좀 더 부풀리면 아르농쿠르의 약간 축소지향적인 연주를 좋아하시면 들어보실만 할 것입니다.

이제 결론을 내립니다. 스크로바체프스키의 전집에 대해서는 점수를 덜 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3번 이전에 악보에 별로 충실하지 못한 모습과 4번 이후에 저런 낭만적인 연주는 그 말고도 많은 이들이 해왔다는 점이 감점 요인입니다. 만약 낭만적인 해석을 원하시면 다른 선택도 있음을 염두해 두시기 바랍니다. 반면 샤이의 전집은 약간 울며 겨자먹기인 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3번 이전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입니다. 그리고 4번 이후에 낭만적이 아닌 보다 현대적이고 축소지향적인 해석에 공감하신다면 샤이의 전집이 괜챦을 듯 합니다.

-梨軒-

작성 '03/12/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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