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사랑을 꿈꾸는 아름다운 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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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 4번 G장조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의 교향곡 4번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밝고 행복감에 넘치는 작품이라 할 만 합니다.

 

 마치 온 세상의 고뇌를 한 몸에 짊어진 듯한 그의 교향곡들 속에서는 뜻밖으로, 밝은 목가풍의 흥겨운 곡이기도 합니다.

 

 또한 말러가 남긴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먼저, 그리고 친숙하게 받아들여진 작품이기도 하죠.

 

 길이도 그의 다른 교향곡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짧은 편입니다.

 

 약 55분 남짓이죠.

 

 2번, 3번 교향곡과 함께 소위 `뿔피리 교향곡' 3부작을 이루는 작품으로, 그의 초기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의 가사를 차용해서 4악장에서 이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말러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빈 가극장 음악 감독 시절의 첫 교향곡이기도 한데, 마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를 연상시킬 만큼 밝은 곡이기도 합니다.

 

 말러로서는 드물게 소편성 오케스트라를 써서 다분히 동화적인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곡의 전편을 통해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환상적 분위기를 짙게 풍겨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2악장의 바이올린 솔로가 펼치는 소위 `죽음의 무도'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겨 주며, 군데 군데 유머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실로 명랑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찌기 말러의 애제자였던 브루노 발터는 이 곡을 일컬어,

 

 "그것은 로맨티스트의 구름 속에 지저귀는 종달새의 고향이며, 천성적인 쾌활함과 즐거움, 그리고 가눌 길 없는 아픔으로 메아리치는 노래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나간 사이 굶주림으로 죽어간 소년이, 가난, 질병, 굶주림이 없는 천상의 세계에서 보고 느끼는 절대적 평온을 음악으로 표현한 내용인데, 4악장에서 소프라노 독창을 두면서 `뿔피리'에서 차용한 가사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로 천상에서의 삶의 동경과 아름다움, 천국 생활의 즐거움을 묘사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말러의 삶이 상대적으로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도, 이 작품을 탄생하게 한 배경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말러 자신 스스로,

 

 "천상 세계는 절대적 평온이 지배한다.

 

 나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천상의 생활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어린 아이는 방금 천상 세계를 경험하고 우리에게 그 곳이 어떤 곳인지 꾸밈 없이 들려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리움에 가득 찬 천국을 향한 희망을 묘사한 작품으로, 말 그대로 `천상의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목가'란 평을 듣는, 실로 명랑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곡 과정

 

 어떤 면에서 말러의 이 4번 교향곡은 거꾸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4악장은 전체 교향곡이 완성되기 10여년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러는 이 교향곡 제 4번 사장조의 제 4악장을 형성하고 있는 관현악곡 `천상의 삶'을 1829년에 작곡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등장하는 시죠.

 

 이미 교향곡 제 3번에서, 말러는 이것을 마지막 악장(7악장)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아이가 나에게 말한 것'이라는 표제를 지닌 음악으로 계획되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진 않았습니다.

 

 

 

 1899년 여름, 그는 교향곡 제 4번을 위한 기본 생각들을 구상하고 다듬게 됩니다.

 

 실질적인 작곡이 시작된 것은 1899년 8월, 말러가 바트 아우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 해에 말러는 마이어니히에 땅을 구입하여 별장을 짓기 시작하였고, 다음 해부터는 이 별장에 자주 가게 됩니다.

 

 당시 상당히 날씨가 좋지 않아서 말러는 작곡하기가 힘들었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가운데 한 곡인 `기상 나팔'만을 이때 작곡한 후, 얼마 남지 않은 휴가 기간에 위기감을 느낀 말러에 의해, 교향곡의 반 이상이 휴가 마지막의 단 열흘 만에 만들어지게 됩니다.

 

 스스로 `여름 휴가 작곡가'라고 불렀을 정도로 지휘자로서의 바쁜 일정 때문에 여름 외에는 작곡할 수 없었던 말러였기 때문이죠.

 

 "이것은 정말 그의 교향곡 제 4번이다.

 

 이 교향곡은 말러가 골인하기 직전에 공을 차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바이올리니스트 나탈리에 바우어 레히너는 그해 여름 휴가 말엽에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기상 나팔'에 대한 모든 작업을 그는 중단했는데, 그 직후 우리가 곧바로 알아차린 것은, 그가 여전히 다른 작곡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게다가 그것은 작은 작품이 아니고 아주 커다란 작품이었다.

 

 즉 그때 그 장소의 불안감이 준 고통,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휴가의 종말이 그에게 이 작품을 떠오르게 했던 것이다." 라고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말러는 구상안들을 일단 빈으로 가지고 갑니다.

 

 그는 "나는 그 안들을 아무도 모르게 잘 포장해 가져와서, 내 책상의 마지막 서랍에 넣었고 그것을 보지 않았다.

 

 말하자면 치명적인 고통 없이는 그 일들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일기장에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1900년 8월 5일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 구스타프 말러는 오늘 교향곡 제 4번을 완성했다."

 

 이렇게 1900년 8월 5일에 이 교향곡은 드디어 완성됩니다.

 

 

 

 1899년부터 1900년 사이에 작업한 3개 악장에 `천상의 삶'이 마지막 악장으로 덧붙여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완성된 전체 악보는 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빈 가극장에서의 오페라 운영 때문에, 악보 작업에 몰두하기 위한 시간이 그에겐 부족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말러는 다음 해까지 곡을 수정하게 됩니다.

 

 1900년 겨울부터 다음 해 1901년까지, 빈에서 많은 부분을 수정하게 되는데, 1900년 12월 말러는 제 2악장을 수정, 보완하게 됩니다.

 

 그리고 솔로 바이올린 파트를 전체적으로 한 음 높이 올리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죽음의 무도' 부분에서의 바이올린이 좀 더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 소리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901년 10월 12일 말러는 필하모니 단원들과 함께, 그 부분이 정말 그렇게 울리는 지 출판 전에 연습을 해 봅니다.

 

 나탈리에 바우어 레히너는 "그것은 첫 소절부터 매우 강도 높은 연습이었다."고 메모해 두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901년 1월에 최종판의 작업이 끝났고, 악보는 1902년에 빈의 발트하임 에멜레에서 처음으로 출판되게 됩니다.

 

 

 

 

 

 초연

 

 1901년 11월 25일 뮌헨에서 말러 자신의 지휘로 초연이 이루어집니다.

 

 초연 뒤 1901년 12월 16일엔 베를린에서, 그리고 1902년 1월 28일엔 빈에서 이 곡의 연주회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말러는 곡을 완성한 후, 새 교향곡은 예전의 곡에 비해 보다 짧고 가볍고 유쾌하다는 점에서, 바야흐로 동시대인들에게 따뜻한 환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트럼본도 튜바도, 다른 무거운 악기도 모두 빼고, 팀파니도 드디어 한 조로 줄였기 때문이죠.

 

 심지어 몇몇 포르티시모 지시는 끝까지 망설이다가 최종본에 가서야 기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초연의 결과는 기대만큼 그리 신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말러의 다양한 교향곡들을 이미 겪은 청중들은, 당연히 또 다른 떠들썩함을 기대했는데, 곡은 그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들은 당혹감을 가졌으며, 결국 마지막에는 청중들로부터 가벼운, 그러나 분명한 야유가 터져나왔습니다.

 

 곡의 멜로디가 너무나 단순해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이 곡은 그의 두 번째 교향곡과는 전혀 다르게 들렸고, 표제도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초연 직후 이 곡을 찬양한 비평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이 곡에 당혹해 하며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초연 후 에른스트 오토 노드나겔이 "현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것이지만, 미래는 말러의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그나마 거의 유일한 호평이라 할 만 했습니다.

 

 반면 한 비평가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2번 교향곡에서 여기 저기 눈에 띄던 나쁜 씨앗들이, 이 곡의 거대한 뼈대를 이루고 있다." 

 

 또 다른 통렬한 비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습니다.

 

 "형식이 없는 스타일리스틱한 괴물이, 상상 가능한 모든 관현악적 농담을 장신구로 단 채, 정교한 디테일의 무게에 눌려 주저앉고 말았다."

 

 1902년 빈의 <이방인의 서적>은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말러는 명징한 음악적 표현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는 간결하고 고전적인 멜로디로, 음악적 아양을 떤 것이다.

 

 이때 그는 마치 안톤 브루크너보다는 오히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악파에 직접적으로 더 가까이 서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달콤한 고전주의의 설탕 절임에 머물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그 뒤 그는 곧장 가장 현대적인 음악적 수렁에 빠져든다."

 

 그리고 1901년 12월 19일 <새로운 음악 신문>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즉시 나타나고 있는 소박한 단순함과 최고의 섬세함, 이 두 가지 요소가 지속적으로 상호 교환되는 가운데, 빈의 민속 음악과 음악적 표현을, 만화같은 재미와 흥미로 이끌어가는 악기의 섬세함, 소리의 혼성, 그리고 관현악의 유희같은 이질적인 또 다른 음악적 요소들의 뒤엉킴에서, 말러가 정말 청중들과 유희를 하는지, 그의 교향곡의 대상이 정말 음악적 표현에 어울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 우리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초연 직후 바인가르트너가 프랑크푸르트, 뉘른베르크, 칼스루헤, 슈트트가르트 등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말러 자신도 베를린과 빈 초연을 지휘했지만, 그때마다 비평가들이 가진 악평의 표현력은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워서,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다.",

 

 "자신의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를 사용하면서 혼자 놀고 있다.",

 

 "뻔뻔스럽고 상상을 초월하는 불협화음을 가지고, 청중의 고막을 두드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카바레에서 벌어지는 교향적 연주의 인위적이고도 히스테리컬한 메들리이다."등의 평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야유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 말러의 신화는 아무튼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이는 무척 깊은 감동을 받아, 곧장 말러의 제 4번 교향곡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한 세기가 지나고 이제 말러의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은 청중들이 말러의 "나쁜 씨앗"이 지닌 개성적인 아름다움과, "상상 가능한 모든 관현악적 농담의 장신구"의 다채로움에 매료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것이지만, 현재는 말러의 것이 되었다."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왔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곡의 해석

 

 제 1악장. 사장조. 4/4박자. `얼마간 억제되어서, 참으로 즐겁게'

 

 썰매 방울 소리와 플룻 소리로 도입부가 시작합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늘 감탄하는 것은, 바로 이 1악장이 가지고 있는 선명한 대위법과 간결하고 명료한구조 때문입니다.

 

 깨끗한 소나타 형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발전부의 간결한 주제 배열에 있어 재미있는 점들이 많습니다.

 

 제시부는 `썰매 방울'의 G장조의 제 1주제와 `넓게 노래하듯이'라고 표기된 D장조의 제 2주제로 나눌 수 있지만, 각 주제들은 보다 더 작은 소주제로 역시 나눌 수 있습니다.

 

 두 주제는 모두 밝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르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치 눈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썰매가 즐겁게 등장하고, 바이올린에서의 아주 멋진 테마가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의심할 나위 없이 이것이 이 곡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제 1주제)입니다.

 

 방울을 중심으로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퍽이나 가볍고도 감상적이어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죠.

 

 이어 첼로가 폭 넓은 현악 테마를 연주하는 부분(제 2주제)도 아주 멋집니다.

 

 대단히 가요적이고 명랑한 분위기를 갖고 있죠.

 

 제 2주제가 제시되고 난 후에, 다시 `썰매 방울'의 주제가 조금 변형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자칫 발전부가 시작되는 것으로 혼동할 수 있으나, 이 부분은 코데타로 연결시키는 경과부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코데타는 말러만이 연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잘 될테니 안심하고 편안하게 잠들어라.'라고 말하는 듯한, 그야말로 편안하고 매혹적인 자장가라 할 수 있습니다.

 

 발전부에서는 `썰매 방울' 주제가 B단조로 나타나며 시작되는데, 제시부에서 소개된 주제 외에도, 피날레로부터 소재를 가져온 `천국' 주제가 높은 음역의 플룻으로부터 새롭게 소개됩니다.

 

 재현부에서는 `썰매 방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습니다.

 

 주제의 순서는 제시부와 동일하되, 자장가의 에필로그가 등장하기 전, 제 1주제가 조금 발전되어 나타납니다.

 

 1악장은 마치 자장가로 끝이 나려는 듯 하다가 갑자기 밝아지면서 활기찬 끝맺음을 이룹니다.

 

 한 마디로 아이들에 의한 천국 세계를 나타낸 악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 2악장. 다단조. 3/8박자. `가벼운 운동으로 급하지 않게'

 

 말러는 이 악장에 "친우 하인은 음악으로 권유하다."라고 썼습니다.

 

 친우 하인이란 죽음의 신을 이르는 것인데, 여기서 그려지는 죽음의 신은, 타계를 권유하는 친절한 안내자의 인상이 강합니다.

 

 결코 무섭거나 공포의 대상은 아닙니다.

 

 때로는 기묘하고 다소 어두운 악상이 흐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볍고 환상적인 칼라로 느껴집니다.

 

 제 2악장에서는 뭐니 뭐니해도 솔로 바이올린 부분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이때 바이올린은 네 개의 현을 모두 한 음 높여서 연주하는데, 그것은 바이올린이 좀 더 창백하게 들리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뭔가 `죽음의 무곡'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바이올린의 멜로디는 확실히 `지금은 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즐겁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 같은 유쾌한 분위기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곡의 구조는 스케르초- 트리오- 스케르초- 트리오- 코다의 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케르초는 기묘한 소리를 내는 솔로 바이올린과 호른이 이끌며, 트리오는 렌틀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트리오 주제가 두 번째 나타날 때는 렌트러의 악구 후 스케르초로 다시 넘어가려는 듯 하다가, 분위기가 일순간 변화하여 숨이 막히는 주제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마치 천국의 문이 우리에게 열리는 듯한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죽음의 무도' 악장이라 불리는 악장입니다.

 

 

 

 제 3악장. 사장조. 4/4박자. `고요함에 차서'

 

 제 3악장은 예술적으로 잘 구성된 변주곡 악장이고, 물론 아주 아름다운 부분입니다.

 

 이 악장은 느린 악장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말러를 좋아하는 분들이 자주 들으면서 감동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테마가 물론 매력 포인트이며, 콘트라베이스는 이 테마를 잘 반주해 주고 있습니다.

 

 제 1주제는 비교적 스마트한 인상을 주고, 제 2주제는 이와 대조적으로 동경에 차 있는 느낌을 줍니다.

 

 말러는 이 악장을 `성 우르슬라(`천국의 삶'의 가사에 언급되는)의 미소'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성 우르슬라의 전설에 관해 나탈리에 바우어 레히너가 물었을 때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그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미소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중에 브루노 발터에게는 `기사의 석상에서 보게 되는 미소'라고 이야기하였고, 알마 말러에게는 이 곡이 그의 가곡인 `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졌다'와 더불어, `이탈리아에서 본 추기경 석상에 담긴 미소'를 떠올린다고 이야기했다고도 전해집니다.

 

 특이한 것은 교향곡 9번의 마지막 악장 끝 부분이 `죽어가듯이'라고 지시되어 있듯이, 이 악장의 마지막에도 동일한 연주 지시가 쓰여있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순수하고 정화된 아름다움이 전반을 지배하는 악장이라 할 만 합니다.

 

 

 

 제 4악장. 사장조. 4/4박자. `대단히 쾌활하게'

 

 소프라노 독창이 삽입된 악장입니다.

 

 우리가 이 곡에 어떤 중요한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이 곡은 마지막 악장인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바로 이 노래 부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텍스트는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이 작품을 "낭만주의자의 구름 위의 철새의 고향"이라는 말로 묘사했는데, 가사의 내용은 천상의 즐거움에 관한 것입니다.

 

 4부 구성으로 짜여져 있으며, 제 1부는 전주와 노래 부분, 제 2부와 3부는 제 1악장에서 들려준 주제가 등장하는 부분이며, 제 4부는 제 1부를 반복하는 내용입니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이 교향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에 쓰이는 가사의 원래 제목은, `하늘은 바이올린으로 가득하다'입니다.

 

 늘 그러하듯이 작곡할 때 말러는, 원곡의 가사에서 일부를 빼고, 일부는 수정하였습니다.

 

 가사에 따라 때로는 떠들썩하고 때로는 전원적인 이 곡의 중간 중간에는, 1악장의 `썰매 방울' 주제가 인용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칫 가사의 행복감이 천국의 즐거움을 비꼬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 말러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천국의 순수한 즐거움을 강조하고자, 일부러 악보의 초판에 `아이같이, 즐거운 표현으로 노래부를 것, 절대 패러디가 아님'이라는 지시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시대인들은 당연히 이 악장을(콘스탄틴 플로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했고, 그렇게 하려하지도 않았으며, 말러의 또 다른 농담이라고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가사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천상의 기쁨을 즐기고,

 덧없는 것을 피한다.

 비록 우리가 천상에 있지 않지만

 그 어떤 세상의 혼란도 듣지 못한다!

 부드러운 고요 속에서 모두가 살아가길!

 우리는 천사의 삶을 산다!

 하지만 아주 재미있게!

 춤을 추고 뛰며

 노래하며 흥겨워한다!

 보라, 하늘가의 성 베드로를!

 요한이 어린 양을 붙들고,

 도살자가 등장한다!

 우리는 침착하게,

 서두르며, 침착하게,

 그 사랑스런 어린 양을 죽음으로 이끈다!

 전혀 주저하지 않고

 성 누가는 황소를 살육하고

 천상의 지하 술집에서는

 포도주를 무료로 마신다.

 작은 천사들은 빵을 굽는다.

 다양한 양질의 약초들이

 천상의 정원에서 자란다!

 좋은 슈파겔, 파슬리,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

 우리 앞에 놓인 접시 가득한 음식들!

 좋은 사과, 배 그리고 포도들,

 정원사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허락한다!

 산양, 토끼들

 텅 빈 거리 위를

 달려간다!

 축제의 날이 다가올 때면,

 물고기들이 즐거이 유영한다!

 투망과 미끼를 가지고

 거기로 성 베드로는 달려간다!

 성스러운 날을 위해

 성 마르타가 요리사일 것이다!

 우리의 음악과 비교될 수 없는

 그런 음악이 울린다.

 1만 1천명의 처녀들이

 춤을 춘다!

 성 우르슬라 역시 즐거워한다!

 친지들과 함께 온 체칠리아 사람들은

 분명 궁정 음악가들이다!

 천사적 목소리는

 관능을 자극해서

 즐거운 모든 것을 깨어나게 한다."

 

 

 

 

 

 

 어린 양과 황소를 죽이는 혼란스런 요소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가슴 벅찬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천상에 있지 않지만, 그 어떤 세상의 혼란도 듣지 못한다!"는 남부 독일의 격언에서 볼 수 있듯이, 천상 또는 하늘은 현세적인 삶이 전개되거나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말러는 이 시를 음악화하고 주석을 달았을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이 마지막 악장에서 모든 것이 정점에 이르고, 모든 것이 깨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는 지독히 경직된 채 조용해지고, 악기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마지막으로 잉글리쉬 호른이 사그라듭니다.

 

 하프는 곧 멈출 것 같은 시계처럼 낮은 E를 연주하고, 콘트라베이스는 E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다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그 소리들이 모두 사라지고 정적이 흐를 때, 청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죽은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도 됩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아주 행복하고 즐거움이 충만한 악장입니다.

 

 

 

 

 

 음반

 

 말러의 4번 교향곡은 소규모 편성이고, 또 금방 친숙해질 수 있는 곡인 만큼 정말 많은 음반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 훌륭한 음반들도 꽤 많습니다.

 

 4악장의 소프라노가 누구냐도 관심 사항이기도 하죠.

 

 여기선 그냥 제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몇 가지만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루노 발터/뉴욕 필(Sony,1945)

 

 발터는 누구보다 말러의 애제자였던 만큼, 일단 그의 연주는 신뢰감과 함께 스승에 대한 깊은 애정이 흠뻑 느껴집니다.

 

 역시 그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따뜻한 노래가 들려오는데, 작품이 지닌 천국적인 기분을 아주 도취적으로, 느리고도 아름답게 표출해 내고 있습니다.

 

 템포가 다소 심하게 변화하기도 하지만, 시종 사랑스럽게 움직이는 프레이즈를 바탕으로, 여유와 느긋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노래가 풍만하게 서려 있습니다.

 

 다만 데시 할반의 가창에 다소 여유가 없어, 완전한 천국적 삶의 표출에는 약간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피날레의 템포도 너무 빠른 듯한 감이 있습니다.

 

 다분히 규범적이고 표준적인 해석의 전형이라 할 만한 연주입니다.

 

 

 

 

 

 

 오토 클렘페러/필하모니아(EMI,1961)

 

 다소 어둡고 둔중한 분위기가 나지만, 클렘페러 연주 스타일의 중후함이 아름다운 표현으로 바뀌어져, 곡의 분위기에 잘 부합하고 있습니다.

 

 클렘페러 역시 말러와 동시대를 산 지휘자 답게 시종 여유 있는 템포로, 작품의 특징인 청순한 동화적 분위기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알맞은 묵직한 품격을 유지하면서, 그 깊은 부분에 숨겨진 심오한 음악성도 간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의 가창은 다소 고풍스런 스타일이 나지만, 소리 만큼은 정말 빛이 납니다.

 

 청순함 보다는 원숙한 아름다움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다소 고지식한 면도 있지만, 이 곡의 원점을 제시한 모범적인 명연이라 할 만한 연주입니다.

 

 

 

 

 

 

 조지 셸/클리블랜드(Sony,1965)

 

 예전부터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아 온 음반입니다.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그래도 셸의 음악적 기질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바로 이 4번인 것 같습니다.

 

 역시 셸다운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연주입니다.

 

 시종 냉철한 객관주의를 고수하고 있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 기름기를 너무 제거하는 듯한 셸의 음악 만들기와는 달리, 이 곡에서의 그의 접근은 훨씬 유연한 편인데, 곡의 탐미적인 면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결코 무시하지 않은 채, 뛰어난 균형 감각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연주 전체를 타고 흐르는 자연스러움이 특히 인상적이며, 차가운 듯 하면서도 따스하게 감싸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울림도, 행복한 천상의 생활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피날레에서 주디스 라스킨의 가창은 깨끗하고 청아하게 들리긴 하지만, 셸이 설정한 느린 템포 때문인지 약간 활력이 부족한 듯이 들리며, 표현의 폭도 그다지 넓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말러의 복잡하면서도 정치한 관현악법을 명쾌하게 구상화하여, 단정한 로맨티시즘으로 청결하게 재현하고 있는, 다분히 객관적 시각의 명연주라 할 만 합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빈 필(DG,1977)

 

 빈 필의 순결한 음색이 더없이 신선한, 아주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감동을 주는 연주입니다.

 

 악기 간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세부적인 마무리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아바도로서는 다분히 관조적인 해석이라 할 만 한데, 특히 3악장의 아름다움은 정말 독보적이라 할 만 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목가적인 선율을 지극히 평화롭고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주는 그윽함이 정말 일품입니다.

 

 4악장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탁월한 가창도 정말 매혹적입니다.

 

 메조 소프라노지만, 왠만한 소프라노보다 더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녀의 우아하고도 순진한 가창이야말로, 바로 천사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입니다.

 

 듣고 있으면 마치 머릿속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 정도죠.

 

 단지 탁한 음질 때문에 빈 필의 사운드가 다소 손해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안정감이 두드러지는 연주입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 필(DG,1979)

 

 지금은 그 빛이 조금 바래진 느낌이 있지만, LP시절 많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이 곡의 레퍼런스 삼아 들었던 연주입니다.

 

 약간 두터운 사운드라 할 수 있는 편이며, 한 마디로 아주 원숙하고 농염한 관능미를 물씬 풍기는 연주입니다.

 

 특히 2악장 바이올린 솔로에서 포르타멘토를 듬뿍 듬뿍 거는 것이 그러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의 일사불란한 합주에서 느껴지는 앙상블의 미감은 정말 황홀합니다.

 

 특히 3악장의 아름다움 만큼은 가히 최고라고 할 만 하죠.

 

 깊이를 모르게 아득히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정말 아찔함을 전해 줍니다.

 

 4악장 에디트 마티스의 가창에는 왠지 약간 나이가 느껴집니다.

 

 무난한 가창이지만, 카라얀이 그리는 동화의 나라는 상큼한 순진함보다는 노련한 원숙미에 더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카라얀의 눈으로 바라 본 천국의 풍경이라 할 만한 연주입니다.

 

 

 

 

 

 

 클라우스 텐슈테트/런던 필(EMI,1982)

 

 대단히 개성적인 말러라 할 수 있습니다.

 

 텐슈테트로는 드물게 상쾌한 템포에 활기찬 해석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1악장의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이며, 완급의 변화도 심한 편입니다.

 

 3악장의 분위기가 정말 인상적인데, 깊고 깊은 비감을 담아낸 처절한 표현이,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에 짙은 음영을 드리워줍니다.

 

 4악장 루치아 폽의 가창은 오히려 조금 재밌는 편인데, 아름다운 미성으로 들려주는 노래가 약간 극적이어서, 오페라적인 맛이 풍겨 나오기도 합니다.

 

 텐슈테트의 이 연주는 그렇게 투명하다거나 경묘한 연주는 아니지만, 탐미성과 환상, 그리고 말러 속에 잠재해 있는 보헤미안적 로맨티시즘을 성공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대단히 독특한 미학을 발견케 해 주는 연주입니다.

 

 들을 수록 점점 끌리는 연주입니다.

 

 

 

 

 

 

 로린 마젤/빈 필(Sony,1983)

 

 마젤의 말러 전집 중에서 유독 이 4번 만큼은 예전부터 명연으로 꼽혀 왔습니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말러 오케스트라인 빈 필의 연주력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빈 필의 비단결 같은 현이 연출하는 1악장의 자장가나, 2악장의 실내악적인 정교하고 세밀한 필치가 특히 훌륭합니다.

 

 그리고 시종 여유 있는 템포 속에 선율을 충분히 노래시키는 마젤의 연출력과, 매끄럽고 환상적인 포르타멘토는 청자를 환상과 꿈이 가득한 동화의 나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느리게 이끌어 가면서도, 결코 처지는 법 없이 아주 세련되고 따뜻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특히 3악장에서 들려주는 맑고 투명한 빈 필의 음향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피날레에서 등장하는 캐슬린 배틀의 가창 또한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타고 난 미성에 우아함까지 곁들어진, 마치 바람에 날리는 깃털같이 경묘하고 투명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참으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섹시한 자태로 유혹하는 향수 냄새가 너무 자극적이라, 코를 마비시킬 소지도 있어 보입니다.

 

 아주 풍요롭고 투명한 소리를 잘 포착한, 맑고 깨끗한 동시에 따뜻함을 잃지 않는 녹음도, 이 음반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DG,1987)

 

 이 음반 얘기만 나오면 늘상 따라붙는 말이, 4악장에 소프라노가 아니라 보이 소프라노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애초 말러가 설정한 `아이가 내게 말하는 것'을 올바로 구현하기 위함이라 보여지는데, 참으로 번스타인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기막힌 연출력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이런 연출을 무모한 시도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무수한 소프라노 연주들 중에, 보이 소프라노를 사용한 이런 연주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헬무트 비텍의 목소린 다소 불안정한 음정과 짧은 호흡을 보여주긴 하지만, 연주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게 음미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곡 전체의 해석은 역시 철저하게 번스타인적입니다.

 

 1악장의 1,2주제의 극단적인 대비가 특히 그렇습니다.

 

 격렬한 질주 속에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고선, 비브라토를 잔뜩 걸어 선율을 길게 뽑는 그의 수법은 여기서도 여전합니다.

 

 그렇지만 그 2주제는 지극히 상냥스럽죠.

 

 또한 사랑스럽고 스스로 즐기는 듯한 2악장의 렌틀러, 아주 어둡고 처절한 3악장의 애수어린 에피소드 등, 곳곳에 번스타인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극히 개성적인 연주입니다.

 

 들을 때마다 달라지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미하엘 길렌/SWR 심포니(Hanssler,1988)

 

 한 마디로 싱그러운 생동감이 느껴지는 연줍니다.

 

 기름기가 쫙 빠져 있어 한없이 투명하면서도, 예리함과 명쾌한 해석이 돋보입니다.

 

 길렌은 어느 작품을 연주하든지 숨겨진 성부 하나 하나까지 다 들리도록, 작품의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연주를 목표로 삼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도 여전히 관철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러는 음향적인 면에서 특히 투명하며, 무겁지 않고 실팍한 울림을 들려주는데, 이는 말러 특유의 `자연 음향'을 충실히 구현해 내되,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음색으로 과장하거나 뒤틀지 않으려고 하는 그의 주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4번에서 그의 그러한 진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휘틀레시의 가창 역시 깊고 아름다운 톤으로 뛰어난 절제력을 보이면서, 말러가 상상한 이상적인 목소리에 다가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소 금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러의 코드를 말 그대로 `분석'해 내는, 아주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는 연주입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베를린 필(Philips,1992)

 

 하이팅크로서는 4번의 네 번째 레코딩이 되는 연주입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하겠는데, 연주 자체는 그 전의 암스테르담에서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해석은 역시, 지각 있는 템포, 적당한 프레이즈, 분별 있는 루바토로 특징지어지는 하이팅크의 스타일을 잘 나태내고 있습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명랑하고 장난스런 쾌활함보다는 성실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깊고 풍만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템포 역시 대단히 중용적이어서 절대 과속하는 법이 없는데, 좋게 말하면 아주 견고하고 솔직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신중하고 무겁고 차가운 느낌이어서, 말러가 그린 밝고 화사한 천국의 아름다움과는 좀 동떨어진 분위기를 주기도 합니다.

 

 실비아 맥네어의 가창은 아주 청순하고 맑고 순결한 목소리로 곡의 매력을 남김 없이 잘 드러내고 있는데, 하이팅크가 빚어내는 전반적인 분위기의 영향인 듯, 어딘가 어두운 그늘을 살짝 보여주기도 합니다.

 

 약간의 릴랙스한 융통성이 좀 아쉽긴 해도, 음악적인 표정과 윤곽이 명확한, 대단히 원숙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피에르 불레즈/클리블랜드(DG,1998)

 

 늘상 그렇듯이 불레즈가 바라보는 말러 상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연주입니다.

 

 곡의 모든 주제를 꼼꼼하게 분석한 다음, 각 주제의 조탁에 힘을 기울여, 정제된 앙상블을 들려주고 있는 특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극적인 긴장감의 인위적인 표출보다는 작품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작품 전체에 새로운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선명함과 상쾌함, 격앙되지 않은 감정, 악구의 분해, 말러의 지시를 철저하게 따르지 않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단말마처럼 말러를 따라다니던 그 무서운 낭만주의의 이야기들, 예를 들면 죽음, 부활, 고별, 자연에 대한 경외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감 등등은, 언제나 그의 상대주의적 구조주의의 시선 속에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발가벗겨지고 맙니다.

 

 율리아네 반제의 가창도 불레즈의 해석에 충실히 대응해서, 다소 무거운 음색인 듯 하지만, 차분한 천상의 세계를 단정하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불레즈의 해석은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말러 상이든, 현대성이든, 혁명성이든, 이른바 모더니즘에 바탕을 둔 객체지향적인 질서정연한 유토피아의 세계로 언제나 우리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낭만적인 거품을 말끔히 걷어낸, 신고전주의적인 말러라 말할 수 있는 연주입니다.

 

 

 

 

 

 

 다니엘레 가티/로열 필(RCA,1999)

 

 가티의 이 연주는 최근 들어 다크호스로 떠오른 주목 받는 음반입니다.

 

 그로서는 5번에 이어 두 번째 말러 교향곡 음반이 되는 셈이지만, 이 시대의 새로운 말러 해석자로 떠오를 만큼, 대단히 빼어난 해석을 들려주고 있는 연주입니다.

 

 아주 여유로운 울림으로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해석을 들려주는데, 실내 앙상블과도 같은 세밀하고 선명한 음량 밸런스와, 악구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현의 변화무쌍한 프레이징과 흐름, 뛰어난 리듬감 같은 것이, 이 연주를 기존의 연주와는 다른, 가티만의 독자적인 말러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표정과 매혹적인 요소를 곳곳에 숨기고 있는데, 변화무쌍한 템포의 변화, 번스타인을 연상시킬 정도의 과감한 루바토의 사용, 너무도 섬세한 다이내믹 조절, 명료한 텍스츄어 등이 굉장히 개성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말러를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루스 지에작이 들려주는, 가녀린 듯 하면서도 촉촉한 윤기를 머금은 음색도, 천상의 열락을 노래하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습니다.

 

 21세기의 말러리안이 들려주는 새롭고도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즐거운 말러로서, 악상을 알기 쉽도록 명쾌하게 풀어내 보여주는, 대단히 세련되고 개성적인 연주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글쓰기와 약간 방향을 달리해서, 조금 학구적이고 진지하게 접근해 보려 했으나, 역시 역량의 부족을 절감하게 됩니다.

 

 정말 길고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그저 감사 드릴 뿐입니다.

 

 한동안 황사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모쪼록 건강 조심하셔서, 활기차고 건강한 한 주 가꾸어가시길 기원합니다.

 

 그럼 즐음하세요^^.

 

 감사합니다.

 

 

 

 

 

 

 

 

 

 

 

 

 

 

 

 

 

 

 

   

 

 

 

  

 

 

 

  

 

 

 

 

 

 

작성 '07/04/03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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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Saxon State Orchestra, Dresden/Leopold Ludwing(지휘)/녹음 연도 미상 로 말러4번 교향곡을 감상합니다. 아주 아름답군요. 까웅님의 추천곡은 빠지지않고 듣고있읍니다. 추천반도 입수하는데로 듣고싶읍니다. 다음에는 어떤곡이 나올까~? 기대가 됩니다. 아, 부르노 발터/뉴욕 필/1945 는 아쉬운데로 금방 들을수있겠네요~.

07/04/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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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말러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고클에서 여러회원님과 같이 음악을 공유하다보니 이제는 말러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친밀하게 들립니다.

07/04/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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