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같은 브루크너..
http://to.goclassic.co.kr/symphony/19177

제가 클래식에 입문한 것은 20대 후반에 접어 들어서였습니다.

재즈를 좋아했던 그 무렵 다른 동호인들의 오디오가 부러워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는 돈백도 안되는 돈으로 중고 북셀프와 국산인티앰프, 시디피를 장만하게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파나소닉 뮤직센터같은 녹음기?에 음악을 들었네요.)  재즈를 듣기에는 매킨토시에 jbl이 공식이었지만, 돈이 없어서 장만한 어쭙잖은 중고 오디오를 테스트 하느라 듣게 된 하이든의 현악 4중주가 클래식의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전음악의 매력을 알게(?) 되어 그 후 20여년 좀 안되게 클래식을 들어 왔습니다.. 물론 애들 키우느라, 혹은 얼마되지도 않는 돈버느라 잠시 소홀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헬스장가서 운동하면서도 베토벤 교향곡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하게 됩니다.

 

가을의 초입에 브람스를 듣다가 재작년 쯤부터 듣기 시작했다가 좌절했다가를 반복하는 브루크너를 다시 틀어보네요.. 말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정도까지도 듣다보니 매력포인트를 조금이나마 찾게되는데, 브루크너의 심포니들은 도무지 어느포인트에 매력을 둬야할지 참으로 힘듭니다. 어제도 일요일 오후 브루크너 9번을 틀어두고 소파에서 잠만 자고 말았다는...ㅠ.ㅠ

 

제게는 카페에서 한 껏 멋내느라 주문해서 마셔보지만, 한약을 응축시켜놓은 듯 쓰디 쓴 에스프레소 한잔 같은 음악이 브루크너의 음악입니다.

확연한 것은 다른 심포니에 비해 관악기의 역할이 매우 많으며, 현악기가 오히려 조연으로 등장하는 느낌이라는 것과 브람스 같이 극적이며 변화무쌍한 멜로디라인과 리듬이 아니라 아주 길게 선율과 리듬을 꿋꿋이 이끌어 나가서 마치 힘좋지만, 느리기 그지없는 황소 한마리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하염없이 어디론가 가다보면,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지 모르겠는 자아분열이 일어난다고나 할까요??

 

게시판을 뒤져보니, 4, 7, 8, 9 번이 쉽다고해서 그것부터 들어보고는 있지만, 왠걸 제게는 1번 1, 2악장은 조금 와닿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글로 표현하기 어려우시겠지만, 브루크너라는 산을 어떻게 넘으셨는지 브루크네리안 님들의 의견을 부탁드려 봅니다.

 

저는 그 산을 초입에 왔다가 질려서 집에 가고, 또 초입에 왔다가 질려서 집에가고 그것만 대략 5~6번쯤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ㅠ.ㅠ

작성 '17/09/11 15:44
mo***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링크 글 (Trackback) 받는 주소: 로그인 필요
se***:

클래식 평생 계속 들으시는 분들
브루크너 시간문제일뿐이지 언젠가는 다가오죠.

브루크너 참..산과 같아요. 특히 히말라야 산맥과 같은 느낌..
압도적이고 신비스럽고
듣고 나면 자연스레 무릅마저 꿇고 싶을 절대감..

구름에 마냥 가려 있다가 설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낼때 찬란함이 더 하겠죠.
반드시 그 모습들을 보고 느끼실겁니다.!

17/09/11 17:15
덧글에 댓글 달기    
cy***:

개인적으로 브루크너와 친해지는 방법으로 편한 마음으로 들으시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기-승-전-결(아님 "결-기-승-전"으로/자기취향대로/느끼는대로)로 구성해가는 것도 좋은 방법같습니다. 잔혹동화, 환타지, 혁명이야기, 의식의 흐름 등등 선호하는 장르나 배경, 서술기법으로 플롯 전개를 마음가는대로 해보면 매우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5번"을 이렇게 하면 너무나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17/09/12 10:13
덧글에 댓글 달기    
jm***:

전 반복 청취로...음반은 귄터반트, 베를린 필의 음반을 주로 듣습니다. 전 전체적으로 조감하여 음악을 듣지 않고 전개양상에 따른 요소요소를 즐깁니다. 곡 전개에 명확한 논리성을 부여하려면 결국에는 악보를 봐야 합니다. 4,5,6,7,8,9 모두 즐겨듣지만 확실히 9번이 제일 좋아요.

17/09/12 11:01
덧글에 댓글 달기    
go***:

저 같은 경우는 육중하고 장엄한 사운드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브루크너는 대체로 신비스런 서주에 이어 산더미처럼 거대하게 솟아오르는 총주의 소노리티를 등장시키더라고요. 그 부분이 어찌나 귀를 끌던지... 그렇다보니 기름기를 빤다면서 얄상하게 연주하는 스타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첼리비다케, 아사히나 다카시, 귄터 반트, 틸레만 등에 더 끌립니다.

17/09/12 12:00
덧글에 댓글 달기    
mo***:

여러분들의 고견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오늘 브루크너 1번을 (요훔, 베필, DG) 들었는데, 확실히 1번은 원래 브루크너스러움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멜로디라인이나 리듬도 좀 더 베토벤 스럽다고할까요.. 좋은 의견 잘 참고하여 올해는 브루크너의 산 중턱에라도 다녀오고 싶습니다.

17/09/12 19:47
덧글에 댓글 달기    
sb***:

전 브루크너는 귀에 아주 잘 들어오고, 오히려 말러가 전혀 안들어 와서 말러는 아예 포기했는데,... 역시 취향은 개인마다 다른 모양입니다.

17/09/12 23:11
덧글에 댓글 달기    
    ca***:

외로워하지는 마시길..ㅎ
저도 그렇습니다. 브루크너는 쏙쏙 귀에 박히는데, 말러는 하나도 귀에 안들어옵니다.ㅠㅠ

17/09/16 19:29
덧글에 댓글 달기    
      sb***:

아, 반갑습니다. callas회원님 덕에 외롭기는커녕 오히려 지금 브루크너 5번 들으면서 감동하고 있는 브루크너 덕후 중 한 명입니다. callas회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ㅎㅎㅎ

17/09/19 01:05
덧글에 댓글 달기    
ra***:

그냥 제 경험상 브루크너와 쉽게 친해지기를 공유해 드리면요...
처음부터 전곡을 한 번에 감상하려고 하면 누구나 힘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를 한 번에 확 잡아끄는 악장부터 서서히 친해지기를 권유해 드립니다.
이것 역시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저는 다음의 6악장을 추천해 드립니다.
5번의 4악장, 6번의 4악장, 7번의 1,2악장, 8번의 4악장, 9번의 1악장

17/09/13 09:47
덧글에 댓글 달기    
    mo***:

앗, 감사합니다.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17/09/13 12:40
덧글에 댓글 달기    
dh***:

4번과 7번은 어째 듣겠는데, 사 놓은 8, 9번은 뭔 소리인지 도통 몰라 시도 하다가 말기를 여러번/.근데 4번과 7번만 듣는다니까 부르크너를 아직 모른다는 등 핀잔만 돌아오고/

여기서 제가 클래식 듵는 방식인 무식하게 무한 반복으로 듣기. 특히 아다지오 악장부터/ 그랬더니 어느 순간을 넘어서는 순간, 브루크너 음악에서 바흐가 들리기 시작하더이다. // 지금은 4번과 7번을 가장 안 듣게 되고, 자주 듣는 것은 2, 3, 5, 6, 8, 9번.// 결론은 무한 반복 밖에 답이 없습니다.

17/09/14 01:43
덧글에 댓글 달기    
dh***:

그리고 역시 부르크너는 요훔으로 돌아옵니다.그것도 음질이 나쁘다 어쩌다 해도 결국 DG보다는 EMII.

17/09/14 01:47
덧글에 댓글 달기    
    sb***:

아, 저도 그렇더군요. 물론 첼리, 반트, 카라얀, 틴트너 등의 연주도 아주 좋아하지만, 탄탄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는 요훔의 EMI연주가 짱인듯합니다. ^^

17/09/19 01:07
덧글에 댓글 달기    
la***:

영 해결이 안 된다면, 속는셈치고 직접 브루크너 연주회에 가 보세요. 라이브로 듣고 확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브루크너 아니라 다른 어떤 작곡가라도 막힌 파이프가 뚤리듯 확 해결되는 수가 있거든요. ^^

17/09/21 20:59
덧글에 댓글 달기    
    mo***:

서울 경기권에는 말러/브루크너 연주회가 많더군요.. 여긴 지방이라, 현재까지는 한번도 브루크너 공연은 본적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하겠지요?

17/09/24 23:47
덧글에 댓글 달기    
    ka***:

말로 풀어서 공감을 설명하긴 좀 어렵지만 직관적으로 이 방법이 모든 음악 이해에서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가하는 생각입니다. 연주자들의 연주모습을 보면서 현장에서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하는것, 이것이 원래 음악감상의 정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우리에게는 여러 형편상 어려우니 음반으로 듣는것이 주류가 되어버렸겠지만,

17/10/06 13:27
덧글에 댓글 달기    

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17/09/27 22:16
덧글에 댓글 달기    
0/1200byte
한 줄 덧글 달기
 
 3
 

장르별로 곡 및 음반에 대한 의견 교환 (음반 추천 요청 외의 질문은 [질문과 대답] 게시판으로)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조회추천
8319si*** '17/10/156792
8318jm*** '17/10/13779 
8317ph*** '17/09/291204 
8316mo*** '17/09/251078 
8315mo*** '17/09/1714471
8314st*** '17/09/1312705
8313mo*** '17/09/1116723
8312zo*** '17/09/117622
8311mo*** '17/09/091438 
8310ug*** '17/09/021041 
8309si*** '17/09/019963
8308ge*** '17/08/2618245
8307zo*** '17/08/2613437
8306st*** '17/08/241005 
8305ge*** '17/08/232319 
8304zo*** '17/08/2013596
8303zo*** '17/08/1613996
8302hh*** '17/08/1013343
8301st*** '17/08/0810431
8300sa*** '17/07/3010694
8299sa*** '17/07/2912133
8298ib*** '17/07/281255 
8297hg*** '17/07/2811651
8296kj*** '17/07/1610122
8295sa*** '17/07/1511441
새 글 쓰기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마지막  
총 게시물: 14605 (1/585)  뒤로  앞으로  목록보기
Copyright © 1999-2017 고클래식 All rights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please contact us by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