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y***: 저는 개인적으로 뵘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로 꼽습니다. 나치 전력을 빼고는 (당시에 나치 아니였던 지휘자가 몇 명이나 되었습니까? 클레멘스 크라우스, 푸르트벵글러, 크나퍼츠부쉬, 카라얀, ... 잔챙이 지휘자들만 나치가 관심밖의 인물들이었지 ...) 모차르트의 뵘, 베토벤의 뵘, 뵘의 슈베르트, 뵘의 바그너, 뵘의 브루크너, 브람스, 슈트라우스, 현대 음악 (알반 베르크), 여기에 비하면 카라얀 레파토리에서 뵘과 견주기 좀 그렇고, 프루트벵글러 비교하기 어렵고, 크나퍼츠부쉬 레파토리 협소, 아바도 무게감 처지고, 아르농쿠르 정통성 결여 ?, 클라이버 아버지 클라이버와 합치면 모를까 등등 ... 뵘 같은 지휘자가 모노 시대가 아닌 스테레오 시대에 활동하다 작고한게 인류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뵘이 처음보는 단원에게는 호된 꾸중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뵘의 신경질과 호통을 그리워하는 은퇴한 단원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뵘에게 지적도 당하고 야단 맞아보고 싶다는 ... | 18/10/0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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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인적인 얘기입니다.
8월말부터 뵘옹의 음반들을 틈나는대로 다시 듣고있습니다.
뵘이 누구인가? 어릴 적 클래식에 입문할 때 뵘은 현역지휘자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뵘이 빈필의 상임지휘자인 줄 알았습니다. 카라얀 = 베를린, 번스타인 = 뉴욕, 뵘 = 빈,
솔티 = 시카고, 오르만디 = 필라델피아...이런 식으로요.
그럴 만한 것이 라이선스LP 나온 뵘의 주요녹음들이 모차르트 교향곡집을 제외하곤
거의 빈필과의 녹음이었느니까요.
모차르트, 베토벤 등... 뵘은 한때 비판의 여지가 없는 레퍼런스였습니다.
뵘을 통해서 처음들은 교향곡들도 상당수였습니다. 누가 지어낸 이빨인지 몰라도
카랴얀, 뵘, 번스타인이 세계 '3대 지휘자'라는 이빨을 처음엔 그냥 믿었습니다.
그러다가 음반 수가 늘어나면서, FM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녹음들을 접하면서
뵘의 해석이 레퍼런스가 아니라 뭐랄까 일종의 고리타분한 꼰대(?)스타일인 것을 간파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뭔가 미치광이같은 매력도 있고, 카라얀은 곡선미과 고 특유의 음색이 있느 반면
뵘은 해가 갈수록 구태의연하고 고지식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베를린필이나 시카고심 등에 비해, 뵘이 주로 6-70년대에 녹음했던 빈필은 소리가
담백하고 평균적으로 덜 쩌렁쩌렁합니다. 특히 관파트가 그러했습니다. 그 점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저는 베를린필보다 빈필 사운드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건 세월이 가면서 개인적
취향이 그렇게 변한 것이죠.)
뵘의 디스코그래피 중 역대 최상급으로 꼽힌 바그너의 음반들,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몇몇
오페라들조차 그것들이 역대급인 이유가,뵘의 지휘 덕분인지 아니면 캐스팅된 황금멤버 가수빨
탓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뵘을 추종하고 찾아 들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죠.
베토벤 교향곡집도 뵘 것이 딱히 더 좋게 다가오지 않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뵘의 것을 추천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최근에도 슈베르트 미사곡을 dvd로 시청했을 때도 그 지루함과 평범하기 그지없었음
때문인지 뵘은 제게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들을 때마다 는 어느 지휘자이건 속으로 장점과 매력 뿐 아니라 단점(또는
단점인듯 생각 혹은 착각되는 것)을 헤아려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 길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어느 지휘자든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의 이면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뵘의 연주를 들을 때면
딱히 단점이랄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면 뵘의 장점은 바로 단점이랄 게 없다는 게 장점일
듯합니다.
그러던 차 일련의 뵘의 음반들을 한 달 여 동안 듣고 있습니다. 오늘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일부 연주는 거의 30년 만에 다시 듣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모차르트/ 중,후기 교향곡들/베를린필과의 녹음. 반드시 이걸 들어야 한다 강변할 정도의 장점과
특징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임팩트가 없음에도 이렇게 단점없는 연주도 드물겠습니다. 가히
레퍼런스 급입니다.
하지만, 포스트혼 세레나데는 무겁고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 역시 둔하고 느려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80년대 쯤 들었다면 안 그랬겠지만 느려서 엽기적으로 들리기까지 하네요.
날렵하고 빠른 템포가 어느덧 주류가 된 시대라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플룻 하프 협주곡, 그리고 마우리치오 폴사마가 젊을 때 녹음한 모피협을
다시 들으니 독주 피아노는 똘망똘망하지만 전체적 그림은 긴장감보다는 고즈넉한 쪽이군요.
폴리니가 독주를 했더라면 더 빨리 쳤을 것 같습니다. 뵘옹의 신체리듬에 맞추다보니 유유자적한
쪽으로 기운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일련의 베토벤 피협에서 두 사람이 호쾌한 자세를
취한 걸 보면 또 그런 게 아닌 듯 하고요.
피아노협주곡에 관한 한 뵘이 남긴 최상급의 명반은 박하우스와의 녹음이 아닐까요. 모차르트 27번과
브람스 2번은 동곡의 불후의 명반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람스에선 음악성은 물론 박하우스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테크닉이 살아있음이 경이롭습니다. 모차르트의 27번은 그렇잖아도
고즈넉하고 유유자적한 작품인데 두 노 거장의 담백한 숨결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봐집니다.
아쉽게도 브람스 피협은 제가 LP로 소장중인데 턴테이블이 부재한 관계로 요사이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뵘의 브람스 교향곡은 제가 들어본 것이 1번과 4번밖에 없습니다. 4번은 마지막으로 들은 게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고요. 제가 들은 1번은 1959년 베를린필과의 녹음입니다. 역시나
저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딱히 단점을 꼬집기 어려운 연주입니다. 브람스 교향곡지휘자로서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분은 푸벵 외에 줄리니, 잔데르링, 요훔 등입니다. 카라얀도 괜찮습니다만
자주 듣지는 않습니다.
슈베르트교향곡집은 제가 들어본 바 없습니다. 한번도 안 들은 건 아닌데 음반을 갖고있지
않은 데다가 FM 혹은 어디 밖에서 들은 것이라서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브루크너 4번은 대단한 명연입니다 데카 더블로 3번과 같이 수록됐습니다만 3번은 왠지 평작인 듯
하지만 4번은 그 모든 것을 다 보상할 만큼의 명연입니다. DG의 갤러리아 시리즈로도 나왔던
뵘의 7번 역시 명연입니다. 7번 2악장 으흑... 죽음입니다. 8번은 제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4번을 카라얀 것과 같은 자리에서 들어봤는데 뵘이 특별히 분석적이거나 각 악기들의 세부를
드러내는 데 장기가 있는 지휘자는 아닙니다만(그런 걸 찾으려면 샤이의 브룩 4번 등이 있죠.),
카라얀의 사운드에 비한다면 상당히 분석적으로 들립니다. 카라얀 사운드는 오디오 용어를 빌자면
해상도나 정위감보다는 블렌딩(blending)과 음색을 중시한 것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브루크너 4번은
거의 최상급의 명연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악 관해서는 후에 오페라 난에다 짧게 쓰겠습니다.
두서없고 장황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