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모를 가슴아픔. 카렌 하차투리안의 교향곡 4번 "묘비명"
http://to.goclassic.co.kr/symphony/19411

하차투리안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람 하차투리안이라는 작곡가가 우선적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물론 아람 하차투리안의 인상적인 관현악곡들이 러시안 멜랑콜릭이라든가 소비에트연방시절의 리얼리즘(!)등의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하차투리안의 가문에 또 다른 하차투리안의 이름을 가진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카렌 하차투리안 입니다.

 

Karen Khachaturian 1920-2011

 

1920년에 태어나 2011년까지 생존했던, 소비에트.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작곡가입니다. 소련과 이후의 러시아 정부로부터 큰 포상들을 받은 기록도 있는 카렌 하차투리안인 만큼 삼촌 아람 하차투리안의 지위에 못지 않은 작곡가라 할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으로서 그는 쇼스타코비치나 미아스콥스키같은 유명 러시아 작곡가들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아르메니아는 많이들 알고 계실 1차세계대전 때의 오스만의 대학살극을 겪었던 나라죠. 현재 아제르바이잔과의 강렬한 분쟁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카렌 하차투리안의 작품들은 그의 삼촌인 아람하차투리안의 작품에 비해 알려지고 음반화된 게 많지 않습니다.

클래식팬들이 그래도 쉬이 접근할 수 있는 카렌 하차투리안의 작품들은 그의 첼로소나타나 바이올린 소나타등의 작품일 것입니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나 첼로소나타는 사실 매우 아름답고 품위있는 작품들입니다.

현대음악에서 생각하는 특징들 보다는 고전과 낭만에서 들었음직한 특징들이 그의 그 작품들에서 나옵니다.

 

더 나아가 현대에서야 확보할 수 있을만한 세련된 서정성. 로멘틱이 그의 실내악곡들에서 들려오는 걸 확인한다면 그의 그 소나타들을 사랑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들 실내악작품 외 그의 교향곡들은 거의 알려지고 연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충분히 듣고 회자할 만한 교향곡들을 남겼다는 사실이 잊혀지고 있다는 점은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 세계의 디스코그라피를 두루 살펴봐도 재확인만 계속될 뿐입니다.

 

 

그의 교향곡1번을 듣기시작하자마자 비장한 서두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인정하며 이 장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에 서서히 마음을 빼앗기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의 1번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느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의 연주는  lp로부터 추출해 올린 것 같습니다.

 

현재 그의 교향곡들을 음반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유튜브의 로제스트벤스키의 1번 교향곡 연주정도인데.. cd화 된 상품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그나마 이 유튜브가 그의 1번교향곡을 들을 유일한 통로 같습니다.

 

음반을 구할 방법이 거의 없는 현재에 이 유튜브라도 있는 이 장엄한 1번 교향곡(1955)은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입니다. 그외 신비롭고도 역동적이었던 2번 교향곡. (1968) 소비에트의 음악이란 느낌을 그중 가장 많이 가진 3번 교향곡(1982)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해보려는 4번 교향곡 "묘비명" (Epitaph 1991) 은 정말이지 글로밖에 소개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 지인에게서 빌려서 이 교향곡들을 간신히 들었습니다. 미처 몰랐던 음악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글로나마 카렌 하차투리안의 애닲았던 교향곡 4번 Symphony No.4: Epitaph  "묘비명"

 

이 곡을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묘비명" (Epitaph)교향곡을 수록한, 현재 세계에서 유일할 베네치아 레이블의 미로슬라프 트래치 cond.폴란드 오폴레르 교향악단(Miroslav Tratc cond. Opole Symphony orchestra)의 2011년 실황(4번교향곡)음반입니다.

 

 

https://www.classicalarchives.com/work/875911.html

 

그의 교향곡4번의 서두 1분가량을 들을 수 있는 링크입니다.

 

 

이 곡은 그의 4개의 교향곡중 1991년에 만들어진 단악장의 교향곡입니다. 대단히 인상에 남도록 비통한 감각의 작품이죠.

 

이 시절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하며 이 교향곡 Epitaph 묘비명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좀 깊게 생각해서 1차대전의 아르메니안 대학살의 아픔을 갖고있고, 소비에트 체제속에서 크고 작게 그늘에 있었던 아르메니아인의 아픔이 녹아들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991년의 교향곡인만큼 이 곡은 소비에트라는 환경의 영향을 생각할 필요없는 그의 진심이 들어있으리라 볼 수 있겠죠.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비장한 상념을 갖게 할만큼 애닲고 가슴아픈 악상을 전하는 교향곡입니다.

 

 

 

 

 

.......................................................................................................

 

 

 

 

 

 

처음에 이 단악장의 교향곡은 어딘가 아픈 것 같은 신음소리처럼 왱왱대는 현과 목관의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비올라와 바이올린군의 주도적 역할로 고음현의 탄식이 계속 이어지다가 금속성 타악기의 신호로 다른 저음현이 이 탄식에 가세하여 점차 이 슬픔의노래가 깊은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호흡의 결과라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 흘러갑니다.

이윽고 장면은 전환되고 현들의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터져나오는데... 이후 교향곡은 이 울부짖음이 흘러나오게 만든 어떤 두렵고 절망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듯합니다.

전 관현악(거의 현악입니다.)이 어떤 사건상황을 묘사할 때 그 와중 고음현은 주제음을 주행하고.. 이 주제음들이 어디선가 듣던 음이 아닌가 하는 감각을 느낀다면 아마 그것이 바로 J.S바흐의 선율들이라는 걸 눈치채게 될 것입니다.(작품흐름 속에 바흐를 '인용'하던 작곡가로 아르보 패르트가 생각나는군요..에스토니아의 패르트와 아르메니아의 k.하차투리안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으로 묶여있었다는 정도외의 공통점은 없을텐데 언뜻언뜻 비슷한 순간이 들어오곤 합니다. )

 

바흐는 전 관현악이 절망속에 신음할 때마다 조용히 떠올랐다가 다시 침잠하기를 반복하는데 그 바흐의 조각들은 정말 잊을만하면 나타나고 바흐의 원곡과는 다른 침통함을 오히려 강조하고 사라지곤 합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프랑스 모음곡. 평균율..

 

바흐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선율들이 이 아픔의 노래속에 가냘픈 빛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청자는 바흐가 이렇게 가슴아픈 음악이었던가 깜짝 놀랄 지경까지 이릅니다.

 

대체 이 관현악은 무엇을, 무슨 사건을 묘사하는 것인가?

 

비슷하게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 메타몰포젠의 음악속 사건전개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그의 그 작품들에서 특유의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와 그 진행. 결말을 관현악으로서 기록하고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렸었죠.

 

이 카렌 하차투리안의 교향곡4번 역시도 그렇습니다. 어마어마한 관현악의 무겁고 어두운 튜티 속에 땡 하는 트라이앵글의 맑은 울림과 함께 갑자기 지옥도 속에서 느닷없이 뛰어오르는 듯한, 어여쁜 토끼처럼 튀어나오는 바이올린 선율로 흐르는 프랑스 모음곡의 가슴아픔이라니!!

 

그러나 그런 순간은 잠간.. 다시 무서울만큼의 저음으로 울리는 관현악의 포효와 절망의 고함 속에 묻히기를 반복합니다.

 

다시 튀어나오는 바흐는 고음 현의 노래이긴 하지만... 바흐의 선율이되 관현악이 노래하는 어두움의 감각 그대로, 전 관현악의 주제와 같은 비애감으로만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바로크적 밝음, 달콤함, 그런 것이 아닌 비애감으로만 울려나오는 바흐는 유난히도 고음의 현악소리로 연주됩니다... 어두운 관현악 저음속에 가슴 저미는 고음현의 바흐를 듣는 심경이 아찔할만큼 비장한 순간, 관현악은 다시 느닷없이 고조되고 그 상승된 고양감이 곧 전 관현악이 노래하는 동시에 침묵의 순간이기도 한 묘한 순간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상당히 높이 날아올라가 있는 고음현이 고공에서 내려오듯 쏟아집니다.

 

 

마치 천사가 강림하듯 쏟아지는 고음 현의 선율은 j.S 바흐 모음곡 3번의 AIR. G선상의 아리아의 그 선율입니다.

 

아마 이 순간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듣고 난 후 제 경우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AIR를 들은 적이 있었던가 하는 감상 속에 얼얼했었는데... 이 순간을 듣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지옥을 노래하는 듯한 육중한 관현악을 비집고 쏟아지던 고공의 눈부신 바흐의 AIR... 청자가 충격받은 순간을 별로 의식지 않는 듯 관현악은 다시한번 바이올린 군의 도약과 함께 조옮김/상승하여 AIR를 쏟아냅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이 강림의 순간이 금방 지나가고 전 관현악은 다시 무거운 탄식을 읊조리며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관현악 모두는 서서히 사그라들면서 처음부터 흐느끼던 그 탄식을 이어갑니다.

 

말러의 9번교향곡처럼 침묵만을 남길 때까지 몇분여를 그렇게 계속 침잠해들어가 마침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지하로 지하로 사그라져 가기만 합니다.

 

그렇게 교향곡은 '없음'이라는 상황에 이를 때까지 진행되어 마침내 종결됩니다.

 

 

글로서 음악을 설명했으나 제 부족한 음 감각으로 얼마나 전달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슬픔을 노래하던 교향곡으로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가 같이 떠오르는데.. 고레츠키의 교향곡이 직관적 슬픔을 노래한다면 이 카렌 하차투리안의 '묘비명'이 노래하는 것은 단순히 슬픔이란 단어보다는 ... 좌절과 희망이란 이름의 착각..? 이런 더욱 강렬한 대조를 보이는 드라마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국내 교향악 축제라든지.. 그외 음반화로서 이 아름다운 교향곡이 다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작성 '19/07/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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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어찌 보니 이 교향곡의 스포일링을 한 듯한 기분이군요..ㅎㅎ

그래도 이 소중한 교향곡이 연주되고 레코딩되기를 바라며 소개 올려봅니다..

19/07/1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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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오랜만에 좋은 음악감상문을 읽었네요.
내 음반목록을 검색해 보니 카렌 하차투리안의 곡은 오이스트라흐와 로스트로포비치가 각각 연주한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 소나타 연주가 하나씩 있군요.
교향곡 제4번은 들어보지 않았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기회가 오면 꼭 한 번쯤은 들어 보고 싶네요.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19/07/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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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렌 하차투리안의 소나타들 외에 소개드린 1번 교향곡과 4번 교향곡은 교향악축제등에서 수용해도 상당한 반향이 있을 만한 장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들인데 말입니다. 꼭 이 교향곡들의 재조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19/07/1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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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바흐에의 경의가 듬뿍 담긴 곡일수도 있을까요...
꼭 들어보고 싶네요. 관현악법에도 상당히 능한 분인가보군요.
이런 글을 볼 때면 악보에 주요 선율재료를 그려 같이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9/07/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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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제 듣기엔 아르보 패르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바흐에의 동경이 반영되어 있는 곡으로 들리더라고요~

그만큼 이 교향곡에서 순간순간 흘러나오는 바흐는 아름답고 또 가슴아팠습니다..

19/07/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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