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7번이 재미없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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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 댓글들 보면 말러 7번이 인기가 없나봅니다.

어렵다는 둥, 가장 안 듣게 된다는 둥......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생각 끝에 제가 추측한 원인은 '7도 음정'입니다.

1악장 개시부터 7도 하강입니다. 이 '코끼리 울음 동기'는

브루크너 4번의 개시부가 5도 하강으로 구성된 것과 대조적입니다.

경험적으로 8도는 편안하지만 7도는 뭔가 정도를 이탈한 느끼이라 불편합니다.

그런데 말러의 '일부러 정답 비껴가기'는 첫 악장에서 잊을만 하면 반복됩니다.

거기에 4도와 5도를 역시 좀 불편하게 사용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뭐라고 하는지 제가 알지 못합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화성적으로 급진적(?)이라서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고 어렵다는 둥 하시는 게 아닌가, 그리 생각해 봤습니다.

 

말러 7번을 아래와 같이 접근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1악장 .... 

도입부를 가진 오소독스한 소나타형식입니다. 귀로 듣고 구성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불편한 도입부 이후 제 1주제는 호른을 앞세운 비장한 결사대의 진군가 풍 행진곡이며 

이어서 가요풍의 2주제가 있습니다. 그 뒤고 전개부와 재현부, 정석적이라 듣기 어렵지 않습니다.

위에 지적안 '7도의 불편함'을 작곡가가 상투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쓴 파격이라 생각하면

본 악장은 행진곡풍 진행이 많아 박진감있고 지루하거나 거북하지 않습니다. 큰 그림을 파악하고

구성의 맥을 짚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악장입니다.

 

2악장 ....

제가 매우 좋아하는 악장으로, 악상 기호는 느리지 않지만 사실상 느린악장입니다. 괴기적이고 환상적인

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오싹한 밤공기 을씨년스러운 달빛 아래 야행성 날벌레들이 오락가락합니다.

말러적 퇴폐미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둥 따다 닷닷 닷~ 쿵 따다 닷닷 닷~ etc. 집요하게 따라붙은

악령의 그림자가 불길하게 들려옵니다. 여기까지 듣고 오디오를 끄면?? 흐흐흐 꺼도 소용없습니다.

악령의 발자국 소리는 오디오 전원을 내려도 환청이 되어 다시 또 다시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3악장 ....

악령의 발자국처럼 따라붙던 밤의 환상은 여기서 귀신이 춤추는 죽음의 무도(macabre)가 되어

왈츠를 춥니다. 명실공히 왈츠인데 왈츠 치고는 참으로 비왈츠적입니다. 해괴하고 그로테스크합니다.

마치 조커와 춤을 추는 기분입니다.

 

4악장 ....

가요악장으로 서정적이다못해 신파적입니다. 말러의 모든 악장들 중 가장 신파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악장인데, 다행히 짧습니다.

 

5악장 ....

가정용 오디오의 한계성을 드러내는 악장이라 생각합니다.

팀파니의 난타가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면 영광스러운 승리의 찬가가 이어집니다. 주제가 변주되지만

고전적인 론도 형식이기 때문에 구성을 파악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중간에 터키풍의 테마도 등장하고

매우 다채롭기 때문에 지겨울 틈새가 없습니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징가' 서곡을 방불케 하는

대목도 있고, 잡동사니를 화창하게 다 쓸어 버리는 sweeping finale인지라 뒤끝이 개운합니다.

 

재미있는 말러 7번과 함께 짜릿한 카타르시스의 즐거운 오됴 생활 되시길... 그리고

더운 여럼 에어콘 틀고 말러 7번 듣다가 5악장에 이르러 이웃집에서 항의 올라오는 일 없으시길

B.M.W. 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19/08/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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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

말러의 교향곡들 중 유일하게 '생각 없이 잘 들을 수 있는' 번호가 7 아닐까 싶네요. 사견입니다 ㅎㅎ

19/08/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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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전 말러는8번만 못듣겠어요

19/08/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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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말러의 교향곡 제7번과 제8번은 가장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거부감은 들지 않더군요.

19/08/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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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전 7번 1악장을 말러가 작곡한 모든 교향곡 악장 중에서 제일 좋아합니다. 6,7,8,9번이 말러 교향곡의 가장 정수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엔 그 이외 다른 번호들은 점점 잘 안 듣게 되네요

19/08/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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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y***:

말러 7번에 대해서는 쓸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13년 전에 고클에 한번 언급하였는데 말러 교향곡 중에 기둥이 되는 작품 두 개를 고르라면 3번과 7번이 될 것입니다.

19/08/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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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몰라도, 슈베르트 9번 느린악장은 말러7번의 2악장과 전혀 다른 음악입지다만, 저는 은근히 유사한 느낌을 받습니다. 공통점이 별로 없는데도 말입니다.

19/08/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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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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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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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초보자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 말러교향곡의 진입장벽 자체가 높은게 우선 큽니다. 아주 대중적이고 연주도 가끔되는 말로 5번 4악장도 지루해 하는게 초보자들의 심리이다보니 말러의 대곡앞에서는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마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니 7번이든 8번이든 6번이든 말러의 5번 이후 교향곡은 어렵게 느껴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1,2,3번이 초보자 입장에선 쉬운것도 아닙니다.

일단 교향곡이 1시간은 기본으로 넘어가다보니 초보자들은 "이건 못해"라는 강박관념이 사로잡게 되고 악장별로 나눠서 들으면 "그저 그렇구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러교향곡은 악장과 악장사이의 관계나 조화를 알고 들으면 더 쉽게 들리는걸 알기가 참 힘드니까요.

저도 초보자 치고는 중급이상이지만 여전히 말러교향곡은 1번 티탄, 2번 부활, 5번, 9번 이외에는 힘듭니다.ㅠㅠ

19/08/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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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베토벤 9번 혹은 브람스의 독일레퀴엠 역시 말러 못지않게 시간적으로 길고 장황한 곡입니다. 그점을 상기하시고 말러를 베토벤 브람스 듣듯이 들으면 적어도 시간의 문제는 해결이 될 듯합니다.

19/08/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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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

네. 저는 그러고 있습니다.
말러를 처음 들은게 5번교향곡을 2012년에 들었고 2018년쯤부터 말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5번 - 2번 - 1번 순서로 들었고 9번, 10번까지는 들리는데 솔직히 6번, 7번, 8번은 지금도 안들립니다.ㅠ

19/08/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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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

저도 6,7,8번중에는 7번이 제일 좋습니다.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8번은 시대정신이 깃들어있고 기념비적인 건 인정하지만 조금은 과유불급이 아닐까..."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19/08/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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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7번이 다른 곡에 비해 좀 더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듣기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8번은 거의 듣지 않습니다. 음반을 구입하면 한 번 스킨하는 정도로 들으면 끝이라고 할까요? 그외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듣기 힘들어했던 곡은 3번과 6번이었는데, 두곡에서는 우선 그 압도적인 연주시간의 길이에 진입이 어려웠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지금 제가 평소에 가장 즐겨듣는 곡이 3번이고 그 다음이 6번, 5번 입니다. 3번>6번>5번>7번>9번으로 좋아하고 즐겨듣는것 같습니다. 과거 어느 시절에는 9번을 아주 좋아했는데, 듣다보니 9번은 좀 너무 흐리고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잘 듣게 되지 않더군요.

19/08/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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