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의 브람스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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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브람스 교향곡과 브람스의 실내악등을 집중적으로 들었습니다.

특히 교향곡의 경우, 몇 종의 전집을 각각의 장점과 아쉬움을 다시 확인하면서 집중적으로 듣게 되었는데, 이번 감상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전집은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의 전집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가장 높계 평가하는 전집은 클렘페러의 전집입니다. 그외 이름이 있다는 지휘자의 전집은 거의 다 모여있는 형편이더군요. 특이한 전집으로는 찰스 맥커라스가 스코티시 쳄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것을 꼽을 수 있을것 같고, 가장 어렵게 간신히 들었던 것은 도흐나니가 클리브랜드 향과 남긴 전집이었습니다.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의 지휘는 제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클래식 음악의 세례를 받은 곡을 녹음한 지휘자가 슈미트-이세르슈테트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음반이 그렇게 제 수중에 많이 있지는 않더군요. 가장 대중적으로 퍼진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제가 LP시대부터 많이 들었던 음반이지만 그외 헨릭 셰링과 함께 런던심포니를 지휘하여 녹음한 필립스 레이블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은 제가 동곡의 최고 명반으로 꼽는 음반인 점을 제외하면 기타 이렇다 할 음반이 없었습니다. 그건 이 지휘자가 카라얀과 칼 뵘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시장에서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왔기에 대중적으로 상품성이 높은 지휘자로 평가받지 못한 탓이라고 짐작합니다. 

 

이 지휘자의 특징은, 보통 인터넷을 통해서 전해진 소위 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하면, 극단적인 주정주의나 주지주의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매우 합리적인 수준에서 온화하고 타당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지휘자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쉽게 비교해서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라면 아바도와 유사한 지휘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동시대를 함께 음악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을 열거해 보면 그 말이 쉽게 이해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언급한 카라얀이나 칼 뵘외에, 클렘페러, 첼리비다케, 오이겐 요훔. 존 바비롤리, 라파엘 쿠벨릭 등의 지휘자의 음악을 떠올리면 이 지휘자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것 같고, 그런 점에서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평은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번 초가을에 브람스 교향곡을 들으면서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에 제 공감의 추가 기울었는가 하는 점이 제 자신에게도 좀 의아하더군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합리적인 보편성에 대한 제 내적인 갈망이 아주 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브람스 교향곡 음반으로 돌아가서 말을 계속하면, 그의 연주 녹음은 절대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소 무미건조한 연주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더도 덜도 없이 딱 이정도면 좋겠다는 안분지족의 수준을 보여주는 연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각을 통해서 감동을 느끼는 음악은 그 경험이 매우 찰나적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매우 초월적인 시간 체험을 동시적으로 경험하는 묘한 특징이 있는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의 불가분적인 연속성에 올라 탄 음악은 그래서 듣는 사람에게 매우 불안정한 기호의 변화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그런 변덕스러움과 경박스러움을 다스릴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바로 충동성이 배제된, 중용적인 연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의 해석은 온건하고 모범적이지만, 그의 악상 표현은 듣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적절한 긴장감과 흥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미묘한 섬세함이 녹아있다는 것이 그의 브람스 교향곡 연주의 장점이 아닐까 싶더군요. 

 

저는 4곡이 다 좋았습니다. 그러나 상품으로서의 음반에 대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교향곡 1번의 경우, 그 녹음 연도가 1967년임에도 불구하고 모너럴 녹음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음질의 아쉬움은 없습니다. 아마도 특별하게 상업적인 음반 제작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방송용 녹음이라서 그런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리고 4번 교향곡은 마침 제게 BBC 교향악단과 1971년에 녹음한 BBC전설시리즈 음반이 있어서 같은 지휘자의 연주를 비교하게 되었는데, 해석상의 차이는 없는데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BBC 교향악단의 음향의 차이가 아주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북독일 교향악단의 음향이 좀 더 두텁고 중후한 맛이 있더군요. 이것이 어설프게 아는척을 해서 북독일적인 분위기가 담긴 것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확실히 남독일의 바이에른 교향악단의 소리와도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NDR 교향악단이 후일 귄터 반트와 남긴 브람스 교향곡에서 들었던 음향적 분위기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4번 교향곡은 1973년 5월에 있었던 연주회 실황 녹음인데, 이 연주회 1주일 후 한스 슈미트-이세류슈테트는 돌연 사망하게 되어 그의 마지막 콘서트 기록이라는 점도 특이한 점입니다. 이 전집은 NDR KLASSIK이라는 이름을 달고 EMI에서 발매했던 전집입니다. 예전에는 이태리의 수상한 <아를레키노>레이블에서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의 브람스 교향곡 음반이 낱 장으로 발매된 적이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EMI에서 늦게라도 이 음원을 전집으로 만들어서 출시한 것이 한 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성 '19/10/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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