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7번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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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7번 1악장 (2)

 

앞에서는 1악장의 서주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이하에서는 이어지는 본론 부분을 에스트라다의 연주 동영상을 중심으로 들여다 보기로 하겠습니다(물론 아래 내용 역시 이 곡의 다양한 감상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만 참고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부 vivace

 

- 소나타 형식

 

1악장의 서주에 이어지는 주부는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에 의하여 매우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 – 발전부(또는 전개부) - 재현부 - 코다 등의 구조로 이루어진 음악 형식입니다.

 

제시부는 음악의 주제(tema)가 제시되는 부분인데, 제시되는 주제는 대체로 으뜸조(tonic)에 의한 1주제 및 그와 대조를 이루는 딸림조(dominant)에 의한 2주제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이 제시부는 한 번 더 반복이 되는데, 이러한 제시부의 반복은 주제를 처음 대하는 청중들에게 익숙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 음악구조적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제시부의 반복을 생략하는 지휘자들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반복 제시된 주제는 전개부에서 리듬, 멜로디, 화성 등 다양한 요소에서 변화하는데, 특히 조성적으로 음악이 원조를 벗어남으로써 다소 불안정하게 바뀌면서, 마치 집을 떠나 여행길에 오른 사람이 집을 그리워하듯, 다시 원조로 돌아가고자 하는 구심력 또는 긴장이 생기게 되어 자연스럽게 재현부에 대한 갈망이 이루어집니다.

 

재현부에서는 다시 원조로 돌아옴으로써 이러한 음악적 긴장을 해소시키며, 마치 여행에서 돌아와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처럼,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딸림조에 의한 2주제마저도 원조로 회복되어 1주제와 화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지막 코다는 이 모든 것을 요약하여 완결 짓는 결론 부분으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이 7번 교향곡의 1악장 주부 역시 이러한 소나타 형식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 구축되었습니다. 즉, 서주를 통해 태동한 리듬에 의한 제1주제의 제시(4:13이하), 그와 대조를 이루는 2주제의 제시(5:20 이하), 제시부의 반복(6:29이하), 1주제를 기초로 한 전개부 또는 발전부(8:48이하), 재현부(11:08이하), 코다(12:52이하) 등으로 곡이 진행됩니다.

 

- 리듬의 방향성과 변화

 

이러한 다소 복잡한 소나타 양식에 의한 음악의 구축 과정에서도 거시적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제법 단순한 방향성이 존재하는데, 그러한 방향성이 바로 서주를 통해 탄생한 기본 리듬의 운용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악보는 주부 도입부의 일부인데, 여기에 이 1악장을 관통하는 리듬의 방향성이 이미 제시되어 있습니다. 즉, 아래 악보에 파란색 박스 부분의 리듬이 더욱 역동적인 빨간색 박스 부분의 리듬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1악장에서 매우 중요한 해석 및 감상의 포인트가 됩니다(실제 공연에서 이 미세한 리듬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연주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참고로 위 악보의 파란색 박스 리듬은 서주를 통해 태동한 처음의 리듬 그대로인데, 사실 이 리듬은 점4분음표를 점8분음표 – 16분음표 – 8분음표로 나눈 매우 날카로운 리듬이어서 실제로 악기주자들이 1악장 내내 비슷한 음형을 정확한 리듬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베토벤이 악보에 명기한 제법 넉넉한 템포를 유지하지 않고 조금이라고 이를 조급하게 갈 경우 이 예리한 리듬이 무디어지기 십상이므로, 템포를 베토벤의 지시에 따라 상대적으로 좀 여유 있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위 악보의 빨간색 박스의 리듬은 원래의 리듬 중 맨 앞의 점8분음표가 8분음표로 바뀌고 쉼표가 부가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마치 위의 기본 리듬의 점8분음표에 스타카토 처리가 된 것처럼 리듬이 더욱 더 다이내믹하게 약동하게 됩니다.

 

즉, 위의 파란색 박스의 리듬에서 빨간색 박스의 리듬으로 변화되는 것은 리듬이 더욱 더 역동적인 것으로 발전, 진화되어 나간다는 점을 미리 시사한 것입니다. 이처럼 주부의 도입부에 이미 위와 같이 잠깐 암시된 리듬 변화의 방향성은 곡의 전개과정에서 매우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제시부는 물론 발전부의 시작부터 모든 악기가 한결 같이 아래 악보의 파란색 박스의 리듬처럼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발전부 진행 도중에 갑자기 비올라를 시작으로 현악기들이 먼저 아래 악보의 파란색 박스의 리듬에서 빨간색 박스의 리듬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9:35 이하).

 

 

1악장에서 위 부분은 미묘하지만 리듬의 방향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과부인데, 지휘자들이 베토벤의 이러한 매우 정교한 리듬 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9:35이하). 아무튼 이와 같은 경과부를 거치면서 현악기는 모두 이미 더 역동적인 빨간색 박스의 리듬으로 바뀌어 있지만, 관악기들은 여전히 아래 악보의 파란색 부분과 같이 고집스럽게 파란색 박스의 리듬, 즉 원래의 리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전개부의 클라이막스 직전에 이르러서는 이제 관악기들조차도 그 동안 고집하던 위 악보의 파란색 박스의 리듬을 버리고 빨간색 박스의 리듬과 같은 매우 강렬하고 더 역동적인 리듬으로 바뀌어, 위와 같이 모든 오케스트라가 이러한 매우 활기찬 리듬을 총주로 노래합니다(10:12이하). 이 리듬은 1악장의 마지막 코다에서도 다시 강조되는데, 아래와 같이 이 곡의 장쾌한 피날레는 결국 더욱 역동적으로 바뀐 적색 박스의 리듬이 다시 한 번 더 강조되면서 끝납니다(13:51 이하).

 


 

 To be continued. . . . 

 

  

 

작성 '20/03/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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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침체된 고클 게시판의 단비와도 같은 좋은 글이네요. 저 두 가지 리듬형의 차이는 저도 지나쳤던 부분인데 통찰력 있는 해석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사소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저는 2주제 시작을 마디112의 두번째 박 (5:10)으로 봅니다. C#단조로 시작해서 뒤늦게 딸림조 E장조로 전조하는 비전형적인 주제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재현부의 상응하는 부분(마디 326)에서는 처음부터 이 2주제가 a단조로 시작하는 식으로 조정되어있죠.

20/03/1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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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붓점교향곡...하나의 춤곡이네요 1악장은 들으면 항상 신납니다

20/03/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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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을 작성자가 직접 삭제하였습니다

20/03/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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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bernstein님이 2주제에 대하여 아주 흥미로운 언급을 해주셨네요. 대개는 112마디부터 118까지를 딸림조에 의한 2주제에 이르는 경과구로 이해하는 듯하지만, 112마디부터 2주제의 시작으로 보더라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2주제는 사실 그 뿌리가 1주제에 두고 있어서 1주제와 대조적이기보다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이로 인해 1악장 전체의 유기적 통일성이 더욱 강화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Delune님은 7번을 붓점교향곡이라고 재미있게 평가하셨는데, 수긍이 갑니다. 1악장 전체를 관통하는 (붓점이 붙은) 점8분음표 – 16분음표 – 8분음표로 구성된 이 기본 리듬과 바로 그 붓점이 빠지고 쉼표로 채워진 발전적 리듬을 얼마나 차별화시키느냐가 해석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붓점교향곡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입니다.^^

20/03/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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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

사실 이 곡에서 어디를 2주제 시작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긴 합니다.(예를 들어 Caplin은 마디 112, Tovey는 마디 130)
베토벤이 일부러 그 경계를 모호하게 세팅했다고 볼 수 있겠죠. Hepokoski는 아예 이 악장을 명확한 2주제가 존재하지 않는 연속적 제시부(continuous exposition)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20/03/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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