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7번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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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7번 (5)

 

제3악장 Presto - Assai meno presto - Presto

 

3악장 스케르초는 A-B-A-B-A의 구조로 진행되며, 그중 주부라고 할 수 있는 A부분은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는 가장 빠른 템포의 곡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2악장에서 잠시 주춤했던 분위기는 3악장의 이런 빠른 템포의 스케르초를 시작으로 매우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이 곡의 초연이 이루어진 곳은 하나우 전투의 승리 및 그 전투에서 부상당한 오스트리아의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선음악회였습니다. 당시 청중들은 1악장을 전쟁 승리의 기쁨에 의한 환호성, 2악장을 전몰자 및 부상병을 위한 추모 행렬, 3악장을 마치 공식 행사를 마치고 파티를 하러 가는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으로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스케르초 주부의 시작부분 하향음계 자체부터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처럼 들리지만, 그 후 이어지는 아래 [악보 15]와 같은 음형에서는 사람들이 더욱 소란스럽게 “크하하하” 하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합니다.

 

 

 

한편, 스케르초의 주부(A)는 대부분의 지휘자가 베토벤의 템포 지시를 따르고 있고 특별히 해석상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는 반면, 주부에 대비되는 트리오(B)는 이상하게도 푸르트뱅글러를 포함한 과거의 많은 지휘자들이 베토벤이 기재한 빠르기를 따르지 않고 매우 느리게 연주하여 왔습니다(아래 동영상 23:37이하 참조).

 

 

그러나 베토벤이 지시한 메트로놈 표시는 점2분음표=84이고 이는 기존의 연주 관행과 비교하여 많이 빠른 템포입니다. 아마도 이 트리오의 선율이 순례자의 노래에서 따온 것이라는 (다소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지휘자들은 종종 종교적 엄격성과 심오함을 강조하려고 베토벤 지시보다 느린 템포를 취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베토벤이 지정한 속도로 이 트리오를 연주할 때 오히려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정 가득한 기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트리오(B)가 주부(A)의 유쾌한 분위기를 깨는 어색함이 없이 오히려 주부와 균형을 이루는 기쁨을 표현해 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아래 동영상 23:21이하).

 

 

 

이 3악장의 마지막 코다에서는 다시 한 번 위의 트리오 부분(B)이 끓어오르려는 듯하다가 (이제 그만하고 4악장에서 판을 바꾸어 본격적으로 놀아보자는 듯이) 갑자기 중단되고, 프레스토(presto)에 의한 힘차고 짧은 화음으로 급히 3악장은 마무리됩니다.

 

 

4악장 Allegro con brio

 

3악장이 파티를 기대하는 웃음과 열정으로 가득한 분위기였다면, 4악장은 이제 파티장에 도착하여 화끈하게 한바탕 신나게 노는 모습을 표현하듯 매우 도취적인 분위기입니다.

 

4악장은 1악장 주부와 같이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한 번 놀아볼까 하는 느낌으로 관현악이 4악장의 기본 리듬을 두 번 크게 제시한 후 바로 소나타 형식의 1주제가 제시됩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인류를 위해 음악의 술을 빚는 바커스 신이라고 했다는데, 아래 악보의 표시와 같이 현악과 관악의 이중 스포르찬도(sf)에 의해 표현되는 소용돌이와 같은 1주제의 울림은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폭탄주(속칭 회오리주)를 제조할 때 손으로 잔을 두 번 휙휙 돌리는 느낌^^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너무 압도된 것인지 몰라도 많은 연주들이 광란의 질주를 연상시키듯 빠른 속도로 이 악장을 연주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베토벤의 템포 지시는 프레스토가 아닌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이고 메트로놈 표기는 2분음표=72인데, 이는 예상과 달리 제법 느긋한 템포입니다.

 

이러한 작곡가의 템포 구조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고 있는 연주 사례로는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지휘의 계몽 시대 오케스트라(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의 연주를 들 수 있습니다(아래 동영상 참조, 이하에서 표기되는 연주시간은 달리 언급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유로프스키의 동영상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물론 이 4악장을 과속 주행할 때 얻게 되는 엑스터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베토벤의 템포를 지킬 때는 작곡가가 섬세하게 지정해 놓은 모든 표현들이 속도에 묻히지 않고 다 드러나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아래 악보에서와 같이 4악장의 2주제 부분의 느낌(34:20 이하), 즉 언뜻보면 술에 취하여 고개를 왼쪽으로 또는 오른쪽으로 젖히면서 흥겹게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더 여유 있고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이 4악장의 클라이막스를 재현부 이후에 배치하고 있는데, 특히 금관에 의해 울리는 팡파르 이후 마치 헤드뱅잉을 하듯^^ 1주제를 격렬하게 쏟아내는 부분(40:18 이하)에서는 역시 베토벤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 이렇게 격렬한 몸짓의 음향을 표현한 것은 2번 교향곡과 4번 교향곡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향곡 2번

 

교향곡 4번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곡은 마치 술에 취해 어지러운 머리를 묘사라도 하듯 번갈아가며 웅웅거리는 현악기와 지속음을 길게 부는 관악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하고(40:44이하), 이어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경쟁 속에 다시 4악장의 기본 리듬으로 돌아간 후(41:31 이하), 곧바로 베토벤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포르티씨씨모(fff)에 의해(아래 악보 참조) 목 놓아 부르는 해방과 승리의 팡파르가 두 번 울리면서(41:50) 이 위대한 교향곡은 끝을 맺습니다.

 

 

End

작성 '20/03/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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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https://youtu.be/UYSooMonRv8

근데 유로프스키는 2분음표=72보단 좀 느린 것 같습니다. (연주 자체는 굉장히 좋네요!) 번스타인, 빈필 연주(위 링크)의 4악장 템포 정도가 메트로놈 표시에 제일 가까운 것 같네요.

20/03/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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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역시 bernstein님 예리하시네요.^^ 맞습니다. 유로프스키는 시대악기로 연주하시만 메트로놈을 교조적으로 따르지는 않습니다. 베토벤 표기 메트로놈 대로 연주한 Zander 연주의 경우 1악장 13:51 - 2악장 7:43 - 3악장 8:02 - 4악장 8:57 입니다. 다만 저는 악장별 메트로놈 수치 자체보다는 악장들 사이의 상대적 "템포 구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로프스키의 템포는 (수치상으로는 베토벤의 메트로놈 템포보다 느리지만) 악장간 템포 구조의 측면에서는 베토벤의 지시를 비교적 충실히 따른 연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링크해주신 번스타인의 연주는 그의 마지막 공연이 된 노년의 베토벤 7번 연주에 비해 더 활기에 가득 차 있네요. 잘 들었습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 드린 악장간 템포 구조가 아무래도 베토벤의 악보상의 지시에 충실하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3/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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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참고로, 제가 지난 2월 런던 출장 때 아주 마음에 드는 베토벤 7번 공연을 접했습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바비칸에서 Beethoven Weekender라고 해서 베토벤 심포니 전곡을 런던의 유명 오케스트라가 토, 일 이틀에 걸쳐 번갈아 나눠서 연주하는 특이한 기획이었는데(전곡을 단돈 45파운드 가격에 R석에서 관람하는 횡재를 하였네요), 그 중 Lars Vogt가 지휘하는 로열 노던 신포니아의 7번 연주가 정말 대단히 참신했습니다.
요즈음 소위 가장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한 Vogt는 지난 2017년 5월에 이어 올해도 5월에 로열 노던 신포니아를 이끌고 내한할 계획이라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 공연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만약 그대로 진행된다면 일청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20/03/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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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게시물 기대하겠습니다.^^

20/03/20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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