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혼, 알베니스의 『스페인 모음곡 1번』
http://to.goclassic.co.kr/symphony/19575
 
 

1.
 
스페인의 작곡가 알베니스(1860-1909)의 『스페인 모음곡 1번』(1886)은 스페인 국민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다. 바꿔 말해서 그것에 스페인의 혼이 담겨있다고 해도 좋겠는데, 왜냐하면 스페인 작곡가에 의해 스페인 각 지방의 풍경들이 스페인의 춤곡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모두 여덟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곡의 제목은 대체로 스페인의 지명이고, 부제는 주로 그 지역 특유의 악곡이나 춤 형식이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그라나다」 - 세레나타
2. 「카탈루냐」 - 쿠란도
3. 「세비야」 - 세비야나
4. 「카디스」 - 사에타
5. 「아스투리아스」 - 플라멩코
6. 「아라곤」 - 호타 양식의 판타지아
7. 「카스티야」 - 세기디야
8. 「쿠바」 - 하바네라
 
이것을 부연 설명 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라나다는 알람브라궁이 있는 곳으로, 마지막 아랍왕국이 있었으며 동양의 신비를 간직한 도시이며, 세레나타는 서정 풍의 세레나데를 의미한다. 카탈루냐는 옛날에는 아라곤 왕국의 공국의 영토로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되어있고, 쿠란도란 프랑스어의 쿠랑트에 해당하는, 빠른 3박자 계열의 춤곡이다. 세비야는 고대 페니키아 사람들이 세운 식민 도시로, 이곳에서 콜럼버스의 항해가 시작되었고, 콜럼버스의 묘도 있는 곳이며, 세비야나는 그 지방의 민속춤곡이다.
 
카디스는 스페인 남서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요 항구이자 중심도시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마주해있으며, 사에타는 스페인 민요의 한 형식이다. 아스투리아스는 스페인의 북서부의 고립된 산악지역으로 안개가 많이 자주 끼고, 가톨릭교보다는 미신이 더 많이 믿어지는 지역이고, 플라멩코는 방랑 생활을 하던 집시들이 그들의 방랑 인생을 표현한, 그들의 영혼이 깃든 춤이다. 아라곤은 중세의 아라곤 왕국이 있었던 지역으로 중세의 도시들이 즐비한 스페인 동북부지역이고, 호타는 아라곤에서 예로 부터 전해져 온 구애춤으로 남녀가 팔을 높이 들고 캐스터네츠를 치면서 기타 반주와 노래에 맞추어 경쾌하고 힘찬 스텝을 밟으며 춘다.
 
카스티야는 스페인 중부의 지방으로 카스틸로, 즉 성(城)의 지방이라는 뜻으로 중세에는 카스티야 왕국이 발전했던 곳이며, 세기디야는 볼레로와 비슷한 리듬의 3박자의 춤으로 볼레로보다 속도가 빠르고, 기타와 캐스터네츠를 반주로 하여 노래 부르며 춘다. 쿠바는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이었으며, 하바네라는 완만한 2박자 리듬의 춤으로 쿠바에서 유래한 춤이다.
 
2.

이 곡은 원래 피아노 독주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작곡가 알베니스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피아노 작품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앞다투어 여러 악기를 위해 편곡해왔는데, 그것은 그들이 이 곡에 매혹되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피아노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이 곡의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간파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편곡들은 인터넷의 유튜브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확인하고 감상할 수 있는데, 「그라나다」는 기타 독주를 위하여, 기타 이중주와 삼중주를 위하여, 첼로와 기타를 위하여, 플루트와 하프를 위하여, 기타와 색소폰을 위하여, 비브라폰을 위하여, 만돌린과 기타를 위하여, 하프 한 대를 위하여, 하프 두 대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카탈루냐」는 기타 독주를 위하여, 그리고 브라스 밴드를 위하여, 「세비야」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하여, 기타 독주와 이중주, 삼중주, 사중주를 위하여, 솔로 마림바를 위하여, 색소폰 사중주를 위하여,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하여, 트럼펫 여섯 대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카디스」는 기타 독주를 위하여, 기타 이중주를 위하여, 목관 사중주를 위하여, 목관 오중주를 위하여,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하여, 두 대의 기타와 세 대의 만돌린을 위하여, 바이올린 플루트,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건반악기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아스투리아스」는 기타 독주와 기타 이중주, 기타 삼중주, 기타 사중주를 위하여, 실로폰 이중주를 위하여, 솔로 바이올린을 위하여, 색소폰 사중주를 위하여, 기타와 캐스터네츠를 위하여 편곡되었고, 「아라곤」은 퍼쿠션 듀오를 위하여, 현악 사중주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카스티야」는 하프와 첼로, 피아노의 삼중주를 위하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하여, 기타 독주를 위하여 기타 이중주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쿠바」는 기타와 첼로를 위하여, 아코디언을 위하여, 여러 대의 만돌린과 기타를 위하여,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하여 편곡되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만족할 수 없는지 스페인의 지휘자 부르고스는 『스페인 모음곡 1권』의 여덟 곡 모두를 오케스트라 연주용으로 편곡하였다. 그의 직관이 옳은 것 같다. 알베니스의 이 작품은 다채롭고 풍부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통해서야만 잠재성이 죄다 구현되는 것 같다. 사랑과 죽음, 슬픔과 열정, 애수와 그리움이 가득한 이 곡은 트라이앵글의 화려함, 심벌즈의 도취, 캐스터네츠의 야성, 트럼펫의 찬란함, 현의 유려함, 플루트의 명랑함, 오보에의 관능으로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작성 '20/07/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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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이삭 알베니즈의 스페인 모음곡 제1번은 알리시아 데 라로차의 피아노 연주로 즐겨 들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의 관현악 편곡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군요.
호기심이 생기네요.
첨부된 유튜브로 한 번 들어 봐야겠습니다.

20/07/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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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kp6531 님과는 달리 저는 lp 시절에 부르고스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처음 이 작품을 접했고, 홀딱 빠졌습니다. 그래서 이 곡이 오케스트라 곡인 줄 알았답니나. 이것이 피아노 독주곡인 것은 한참 뒤였습니다. 원곡이 다소 회고적이고 명상적이라면 오케스트라 버전은 사실적이고, 보다 더 열정적이며, 현장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 뿐 아니라 저는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라나도스, 알베니스의 음악을 듣습니다. 오렌지가 열리고 황금빛 태양이 이글거리고 야성이 살아 숨쉬고 짚시의 춤이 밤새도록 이어지는스페인의 풍광을 상상하다보면 한참 젊어진 기분이 든답니다. kp6531님의 격려의 댓글에 고클 베르디 신이 납니다.^^

20/07/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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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

저도 라로차의 피아노 버전으로 들었고 그 이후 이곡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귀가 새로운 경험을 해 봅니다.
그나 저나 유튜브는 정말 음악듣는 사람에게는 끝없는 정보의 샘인것 같습니다.

20/07/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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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저는 나중에 원곡이 피아노 곡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오케스탄 버전이 이미 깊이 각인되어 피아노 버전에 그리 큰 감동은 못받았답니다. 음악에서도 처음의 것이 아주 중요한가 봅니다. 첫사랑 처럼.ㅎㅎ

유튜브 때문에 음악가들 굶어 죽게 생겼어요. 음반 발매가 무섭게 동영상이 올라옵니다. 음반을 사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으니 우리들은 행복하지만, 음악에는 생존의 위기가 왔습니다. 개나리님, 음악가들 불쌍해서 어쩌죠? ^^

20/07/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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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

근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굳이 유튜브 때문에 음악가들의 생존위험성이 더 높아졌다고만 말하기도 뭣한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유튜브로 아폴로스 파이어의 음악을 골라서 들어보곤 했는데, 사실 이런 연주단체들은 유튜브로 인해서 그 존재감을 널리 알릴 기회가 생기기도 하니 그 효과는 상승적 요인도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유튜브에서 이 연주단체를 알고 나서 음반검색을 해서 구입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쳄발로를 연주하면서 지휘하는 여성 리더의 열정과 연주자들의 파격에 가까운 분위기의 열렬함 등은 아마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지 못했으면 제가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것 같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5moNkxIgkU

20/07/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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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개나리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튜브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진 연주자와 단체들이 많지요. 전에는 음반이나 콘서트를 통해서 알려졌는데 요새는 유튜브에 누구나 연주를 올리고 평가받을 수 있지요. 제가 한쪽 면만 생각했네요. 생각할수록 신기한 유튜브 세상입니다. ㅎ

20/07/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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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

유튜브 올라와 있는 음원들 조회수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수익 배분 될걸요? 음반 발매가 무섭게 올라오는 음원들은 대부분 미리 음반사와 합의가 되어있어서 올라오는게 대부분일 겁니다. 물론 개인이 무단으로 올린 건 나중에 음반사에서 내리도록 요청하든지 저작권료 청구하든지 할거고요.

20/07/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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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

알베니스 스페인 모음곡과 알베니스 스페인의 노래에 몇 곡이 중복되어 있는데, 옛날에 리사이틀 때 연주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네요. 감사합니다.

20/08/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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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


기타리스트이시군요. 알베니스, 그라나도스의 피아노 곡들은 기타 연주가 더 좋습니다. 오히려 기타 편곡이 원곡 같고, 피아노 곡이 편곡처럼 들립니다. 기타로 이들의 작품을 들으면 참 황홀한데. 연주하는 분의 기분은 오죽할까요. 부럽습니다. ^^

20/08/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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