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바흐와 서울시향의 베토벤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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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합창교향곡이 예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같은 악단이 동일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지휘자의 의도나 해석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연주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전형적인 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과장이 없는 연주였습니다. 정명훈 지휘자가 큰 줄기와 힘을 강조했다면, 에센바흐는 각 부분을 정교하게 분해하여 음악을 만들어내고, 특정 악기군이 도드라지지 않게 전체적 조화를 중시하는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토벤 심포니 9번은 소위 명반들도 그렇지만, 팀파니가 강조되면서 곡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 에센바흐의 연주는 팀파니를 포함한 타악기군의 힘이 절제된 연주였습니다. 예전에도 간혹 객원으로 등장하던 영국에서 활동한다는 흑인 팀파니 주자였는데, 힘을 의도적으로 아끼는 듯한 느낌이었고 담백한 타격이었습니다.

 

정명훈 지휘자와 차별화된 부분은 특히 2악장 아니었나 싶습니다. 악기군의 배치도 달랐지만(제1바이올린-첼로-비올라-제2바이올린 순, 따라서 임가진 수석이 관객들 보기에 오른쪽 맨 앞에 위치) 현의 울림이 상당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울시향 합창 공연 중에서는 현악기군이 비교적 소편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은데 정확한지 모르겠네요.

 

4악장에서 솔로 성악가들이 노래 부르기 직전에 즉 연주후 5~6분 경과후 입장한 것도 특이했습니다. 지휘자의 의도이긴 했겠지만, 직전에 들어와 준비가 제대로 될까 우려될 정도였는데 그런 느낌 때문인지 베이스 파트가 도입부에서 전체적인 연주 분위기에 비해 다소 오버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프라노 캐슬린킴,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의 경우 이미 오랫 동안 시향과 손발을 맞춰온 경험 때문인지 조화와 안정감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네 명의 독창자들이 전면으로 나오지 않고, 오케스트라 뒷쪽 그러니까 악단과 합창단 사이에 위치한 것도 특이했습니다.

 

작년에도 서울시향의 합창(정명훈 지휘)을 들었습니다만, 당시 서울시향 분위기가 좀 뒤숭숭했고 정명훈의 합창은 여러차례 들어본 탓인지는 몰라도 굳이 비교하자면 이번 연주가 좀 더 여유롭고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곡 전체 연주시간도 70분이 좀 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센바흐는 과거 정명훈 지휘자도 그랬듯이, 합창 4악장 끝부분을 다시 연주하는 것으로 앵콜곡을 대신했습니다. 관객들은 노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에 오랜 시간의 박수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칼뵘과 빈필의 연주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1940년생인 에센바흐, 어제 오늘 연주가 끝나면 언제나 다시 그가 지휘하는 '합창교향곡'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성 '16/12/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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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역시 듣는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군요. 저는 처음부터 무지 산만하게 들었습니다. 먼가 모르게 부조화된 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한 금관악기의 거슬리는 실수들이 너무 많이 들려 사실 실망을 많이 한 연주였습니다.

16/12/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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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저도 윗 분과 같은 생각이네요.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은 때 부터 금관 실수가 있었고, 참 산만했습니다. 부조화도 느껴졌구요. 과연 에센바흐와 리허설을 몇번을 했나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1월 첫 공연 때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그 느낌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뭐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끝까지 박수를 보내긴 했습니다만, 아쉬움이 큰 공연이긴했습니다.
13년부터 연말에 계속 서울시향 합창을 들어온 느낌으로는 15년 정명훈과 시향의 합창이 가장 좋았습니다. 음반도 꽤 잘 된 편인데, 15년 공연은 음반보다 잘 한 수준이었구요. 제가 느끼기에는 정명훈이 카라얀과 베를린필하모닉공연을 따라하는 느낌이랄까요? 복사한 것 같은 느낌이었네요.
어제 에센바흐의 지휘는 실수 부분을 빼면, 악기 배치로 인해 좀 더 풍성한 현악 느낌이었고, 반면에 고음부가 좀 저하된달까? 아무래도 2바이올린이 무대정면을 향하지는 않아서... 그리고, 현악은 1바이올린이 16명이 아니라 15명이었던 점만 달랐던 것 같네요.

16/12/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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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보통 저는 공적인 리뷰가 아닌 한 연주의 기술적인 실수들은 중요하게 보지는 않고
그보다는 연주에서 강조한 면이나 특이한 시각 같은 지휘자가 말하고자 하는 데에 주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제의 서울시향 합창 연주는 1악장 도입부부터 금관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1악장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고 이어지고
2악장에서도 지휘자가 추구하는 바와 악단의 연주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감이 느껴져서
한 해의 마지막 연주회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향의 합창 연주를 매년 들어왔고
에셴바흐의 1월 브루크너와 7월 말러를 만족스럽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셴바흐의 베토벤에 대한 순음악적인 접근법이
정명훈의 아시아인이 생각하는 베토벤상과 얼마나 다른가만을 내내 생각하게 했습니다.

에셴바흐의 비팅이 수월하게 따라가기에는 다소 모호하고 세부적이지만
그보다는 과연 몇 번이나 리허설을 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더 들었을 정도로
해마다 해석이 큰 폭으로 달라지지만 관점 자체는 확실했던 정명훈의 합창과는 달리
서울시향과 애호가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합창이라는 곡을
그냥 브루크너나 말러보다는 쉬운 기본 레파토리 정도로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공연은 한결 나아졌을까 궁금하네요.

16/12/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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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

제가 페북에도 썻고 그날 같이 지인한테 말하길, 각 파트들이 각자 연습하다가 오늘 처음 함께 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윗분도 같은 느낌이셨나 보네요

16/12/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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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느낌을 느끼신 것 같네요.
hanue 님의 "각 파트들이 각자 연습하다가 오늘 처음 함께 한 느낌"..너무 동감인 표현입니다.
오늘 있을 KBS향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16/12/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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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

어제 천안 공연은 아주 좋게 들었습니다.
작년 천안 공연도 괜찮아서 그만하면 굳이 서울예당에 안 가도 되겠다 싶어서 올해도 천안 공연으로 예매했는데, 고맙게도 작년보다 더 좋더군요.
호른이 살짝 실수하고, 제가 좋아하는 총주를 뚫고 나오는 피콜로 소리 같은 건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런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천안 공연이 서울 공연 전의 리허설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천안예당의 울림통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남성 합창 소리가 클 땐 찢어지는 스피커 소리 같은 게 좀 나긴 했는데, 서울예당에선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서울시립, 고양시립, 부천시립의 연합합창단, 대단했습니다.
솔로 중에선 바리톤 손혜수 씨도 좋았지만, 특히 테너 이명현 씨가 무지 좋더군요.
작년 공연 때의 Nikolai Schkoff도 괜찮았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돋보였습니다.
합창 공연에서 이렇게 단단하고 시원한 테너 솔로 소리는 처음이었습니다.
소프라노 강혜정 씨도 좀 튀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소리가 참 예쁘고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3악장이었습니다.
3악장의 선율 속에 계속 머물고 싶어질 만큼요.
요엘 레비 님과 KBS교향악단이 내년에도 천안에 와주시면 좋겠네요.

16/12/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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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

어제 kbs향 예당 공연 다녀왔습니다.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듣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되고 긴장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리의 질이나 개개인의 역량을 제가 평가할 능력은 안되나
합이 맞는 연주라고 할까요. 전체가 조화되어 충분히 기분 좋은 소리라고 느꼈고
특히 1악장 중후반부에서는 약간의 흥분을 느낄정도였습니다.
엊그제 서울시향에서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수있었습니다.

내년 KBS향 공연이 매우 기대되네요.
그리고 서울 시향 올해 간혹 이번처럼 기대에 못미친 연주가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올한해 있던 불안하고 힘든상황 빨리 추스리고 본연의 자리에서 전진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합니다.

16/12/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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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저도 어제 KBS교향악단의 합창 연주를 들었습니다. 다만 서울시향과 달랐던 점은 위치가 합창석이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연주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1) 소리가 너무 웅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고막이 상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어요. 연주가들의 고충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기악과 성악이 조화롭게 들리지 않고 다른 스피터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리다보니 연주의 미적 요소가 많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 주위 관객들의 관람 태도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움직임이 많아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시향 연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꽤 보이네요. 그렇게 들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앞쪽에서 들어서인지 몰라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시향 연주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합창교향곡 만큼은 가능하면 앞쪽 정면 자리에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합창석보다는 조화로운 소리를 듣는다는 측면에서 3층이 더 나아보입니다. 네...

16/12/3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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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윗분들 촌평을 보아하니, 공연에 가지않은게 다행인듯싶군요.ㅎㅎ

17/01/0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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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뭐 그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청자에 따라 일부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합창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대체로 관악기 부족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 호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연을 들어보면 합창에서 호른 부분이 그렇게 완벽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합창교향곡은 거의 볼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약간 느릿한 템포로 4악장을 준비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아무튼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고 봅니다.

17/01/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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