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금관의 위력...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to.goclassic.co.kr/concert/3056

네...

 

어제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2017년 교향악 축제에 유일한 외국 악단으로 참여했지요?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처음 접하는 악단이고, 지휘자인 얍 판 츠베덴 역시 처음 봤습니다. 브릴리언트 레이블을 통해 그의 브람스교향곡은 익히 접하기는 했지만...

 

연주곡은 모두 세 곡...중국 작곡가 작품인 '정수', 바르톡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그리고 브람스교향곡 1번

 

정수(Quintessence)는 매우 명상적인 곡이었습니다.

 

강약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면서 조용하고 불교적 색채가 강조되는 그런 곡이더군요. 타악기가 적절히 사용되면서 깊은 산속에 있는 고찰에서 미풍이 불어올 때, 그윽하게 울리는 풍경소리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악단이라서 그 나라 고유의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연주회의 문을 연 것 같은데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두꺼운 체구, 머리가 벗겨진 츠베덴에게서 선승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곡은 바르톡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사실 개인적으로 자주 듣는 곡은 아닙니다. 역시 생경한 곡일수록 실연을 통해 듣는 것이 매력이 있는 것 같더군요. 특히 2악장에서의 서정성이 두드러졌습니다. 협연자 닝 펑은 예당에서 비교적 자주 봐왔던 연주자인데 파워와 연주 테크닉은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의 활은 보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마력 같은 것이 있습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닝 펑이 힘이 넘치고 기교는 화려하나 세밀한 연주에서는 다소 약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걸 의식이라도 한듯 잔잔하고 서정성 넘치는 연주도 곁들었습니다. 두 개의 앙콜곡을 연주했는데, 한 곡은 바흐의 곡으로 마치 여성의 연주같이 가녀리고 섬세한 느낌이었습니다. 

 

후반부 브람스교향곡 1번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유럽악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서양인 단원이 많이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관악기와 팀파니 등 타악기는 물론이고 첼로 수석도 거구를 가진 서양인이었고 콘트라베이스도 8명 중 여성 3인을 제외한 5명이 서양 연주자였습니다. 홍콩이 국제적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중국 고유의 소리를 들려주는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츠베덴과 홍콩필의 브람스교향곡은 디테일보다는 큰 흐름을 중시하는 해석과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몰입도가 높은 부분은 2악장에서 오보에와 바이올린 솔로가 주고받는 부분이었고, 4악장 전반부에서의 호른 솔로 그리고 후반부에서 몰아치는 부분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콩 필의 금관은 막강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시향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서 적은 바와 같이 4악장 전반부에서 들려주는 호른 솔로(중국인 연주자로 보이는)가 특히 좋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팀파니니 부분이 다소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서울시향에서 연주하던 아드리앙 페뤼송이 그 자리에 앉았다면 좀 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앙콜곡은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홍콩 필 금관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한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향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일부 수석들이 이직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KBS 교향악단도 요엘 레비라는 좋은 지휘자를 영입해서 나름대로 안정기에 접어들고는 있지만 주요 연주에서 객원을 많이 쓰는 등 고유의 색깔 구축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괄목할만한 연주를 보여준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접하니 좀 부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얍 판 츠버덴은 상체가 특히 발달한, 작지만 단단한 체형을 가진 양반이더군요. 내년부터는 뉴욕 필 음악감독까지 맡는 것 같은데 앞으로 그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그가 바이올린 연주자 시절에 녹음했다는 비발디의 사계를 문득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작성 '17/04/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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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한 가지 첨언 드리면, 네덜란드 출신으로 요즘은 지휘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얍 반 즈베덴은 바이올린 연주자로도 유명했지만,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연소 악장으로 더 유명합니다. 그때 그가 18살이었으니까요.
그 뒤 지휘자로 차근차근 경험과 경력을 쌓으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동년배인 틸레만, 벨저-뫼스트 등이 현재는 즈베덴보다 유명하고 더 나은 악단을 맡고 있지만, 제 견해로는 즈베덴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커보입니다.

17/04/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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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하이팅크와 RCO의 80년대 크리스마스 마티네 콘서트에서 말러 연주한 영상에서도 츠베덴이 보이죠. 지금과는 많~~~~이 다르죠. 동일인인지 의심될정도로 ㅋㅋㅋ

17/04/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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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

압도적인 사운드였습니다. 교향악축제를 전부 가고있는데, 다른 한국악단들이 50-70점 수준이라면, 홍콩만 95정도를 찍어버리더군요. 다만, 한화 임직원들 자녀들로 보이는 공연장 매너 개판인 2층 관객들의 눈쌀이 찌뿌려지는 공연장 도그매너에 제대로된 음악감상을 못해서 아쉽습니다.

17/04/1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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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국내악단과는 다르게 느슨함없이 과감하게 질주하는 사운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운드가 밀고나가는 게 다이내믹해서 압도적인 느낌마저도 듭니다. 서양인 단원이
1/3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렇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운드는 작년에 들었던 도교필하모닉 등 일본악단들의 사운드와도 비슷한 데
그렇다고 선율이 아주 세련되고 명징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전체적인 구조를 잘 아우른 듣기 좋은 연주였다고 봅니다.
위층으로 갈수록 관람객의 수준이 더 좋았던 듯 싶은 데, 그럼에도 바르톡 1악장에서
대놓고 촬영을 하는 자, 2악장에서 까톡 신호음을 들려준 지랄맞지만 재미있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17/04/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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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10대 후반에 세계 최고수준 악단의 악장이라(물론 당시에는 지금보다 평가가 좀 낮았을지 모르지만)....정말 대단하네요. 하이팅크가 발탁한 것일까요? 뛰어난 연주실력과 리더쉽을 갖춘 인물이었던 모양입니다. 카라얀이 베를린필을 이끈 그 시기에 하이팅크는 RCO를 발전시켜온 셈인데, 아무튼 10대 후반이라면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한예종 입학을 걱정할 나이일텐데...역시 드물지만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천재급 인물들이 따로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17/04/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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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이번 교향악 축제를 관람한 분들이 꽤 많을텐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후기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감상평을 올려주시니 반갑네요.....^^
이번 교향악 축제도 이제 거의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는데
주말을 이용해 한번 더 감상하러 가야겠습니다.

17/04/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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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아보니 집에 이분이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전집이 있네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과 함께 한 녹음이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음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분이 지금 홍콩필에 계시는군요.

17/04/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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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홍콩필과 츠베덴... 뇌 속에 깊이 입력했습니다.

17/04/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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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여성의 연주는 무조건 가녀리고 섬세한 느낌입니까? 참 단순하시군요..

17/06/0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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