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 예프게니 코롤료프/듀오 코롤로프 IBK챔버홀 공연
http://to.goclassic.co.kr/concert/3075

무척 오랜만의 연주회였습니다.

 

집 근처에서 하는 연주회도 거의 못 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회는 꼭 보고싶었습니다. 사실 코롤료프가 한국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좀 황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예 기대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코롤료프가 얼마나 대단한 피아니스트인지 고클에서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핸슬러와 타셋 레비을을 통해 발매한 음반들은 모두 경탄스러운 연주들이었죠. 그 코롤료프의 바흐를 한국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건 그야말로 행운이라고밖엔 할 말이 없었습니다. 

 

1부 프로그램은 바흐였습니다. 

 

3성 신포니아 BWV787 - 801

푸가의 기법 BWV1080중 4곡

 

호리호리한 체격에 자상한 학자풍의 인상을 가진 코롤료프가 무대에 등장했고, 건반에 손을 대려는 순간 관객석 왼쪽 위에서 뭔가를 떨어뜨리는 듯 한 약간의 소음이 발생했고, 피아니스트는 잠시 더 기다린 후 다시 건반에 손을 댔습니다. 

 

저는 피아니스트의 곡 해석능력보다 음색이 더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자에게 가장 먼저 던져주는 메세지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메세지이기도 하거든요. 코롤료프는 타셋 음반에서 이미 증명했듯 단정하고 황금빛 광채나는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황에서 그 소리가 얼마나 잘 전달될지 정말 궁금했구요. 신포니아의 첫 소리가 울려펴지면서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홀의 사운드는 잔향이 좀 많이 잡혀서 소리가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음표들의 윤곽은 큰 무리없이 들렸었고 음반처럼 완벽하게 단정한 소리는 (물론) 아니었지만 음반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황금빛 음색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란..

 

극도로 섬세한 연주를 하는 스타일인만큼 관객석 컨디션의 영향이 있을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날 1부에선 두 번의 관객석 트러블이 있었고 그 때문인지 코롤료프의 집중력이 아슬아슬하게 흐트러지는 부분이 두세군데 있었습니다. 그 외엔 그야말로 완벽한 시간이었습니다. 

 

 

 

2부는 듀오 코롤료프의 연주. 슈베르트의 D.812을 연주했습니다. 슈베르트의 작품답게 1악장이 꽤 장황한 곡입니다만, 두 분의 앙상블과 악보넘기기 분업이 그것을 충분히 잊게 할만큼 흥미진진한 모습이었습니다. 2악장 이후부터는 곡 자체도 재미있었고, 페달링을 코롤료프가 전담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앙코르 첫 곡은 쿠르탁 편곡의 칸타타 BWV106이었는데, 저는 듀오 코롤료프의 이 음반을 들으면서 게오르기에바가 연주하는 고음역의 오르간음색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낸것인지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피아노 전공한 지인과 투피아노로 함께 연주해보기도 했는데, 피아노로 이 소리 내는건 불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결론도 내렸었는데요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와서 너무나 기뻤구요. 결론은 그냥 특별한 조작 없이 터치만으로 그 소리를 만들어냈다는것이었습니다.  황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감탄스러웠습니다. 

 

두 번째 앙코르는 역시 듀오 코롤료프 쿠르탁 편곡음반에 수록된 BWV525. 앞의 곡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두 분의 자연스런 호흡이 돋보이는 연주였고 관객들도 너무나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주회 끝나고 사인회는 개인적으로 스킵하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두 분이지만 사인회 하는 모습 지척에서 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구요. 긍적적인 정서로 가득한 황금빛 사운드를 두 시간 내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정말 충실한 시간이었습니다. 

 

 

 

연주회를 자주 못다니는 형편이긴 하지만, 자주 다니는 상황이었다 해도 어제 연주회는 아마 올해의 베스트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작성 '17/11/30 1:02
le***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링크 글 (Trackback) 받는 주소: 로그인 필요
hh***:

출장만 아니었다면 미리 예매해 연주회에 갔을텐데, 너무너무 아쉽네요. 잘 읽었습니다.

17/11/30 08:00
덧글에 댓글 달기    
0/1200byte
한 줄 덧글 달기
 
 4
 

내가 본 공연은 내가 평한다, 공연 후기는 이곳에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조회추천
2365sk*** '17/12/024454
2364le*** '17/11/303484
2363sk*** '17/11/254122
2362oi*** '17/11/2388910
2361bo*** '17/11/20273 
2360co*** '17/11/136031
2359yo*** '17/10/309842
2358sk*** '17/10/227695
2357sk*** '17/10/0210382
2356mo*** '17/09/305573
2355sk*** '17/09/256184
2354  '17/09/151026 
2353fo*** '17/09/0419627
2352re*** '17/07/3013263
2351fr*** '17/07/07138110
2350sk*** '17/06/1115863
2349yo*** '17/06/0716483
2348sk*** '17/06/0624862
2347cl*** '17/06/039274
2346sk*** '17/05/0111831
2345oi*** '17/04/1721356
2344sa*** '17/04/0622274
2343sk*** '17/03/1214954
2342co*** '17/02/1918962
2341yo*** '17/01/2727091
새 글 쓰기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마지막  
총 게시물: 2751 (1/111)  뒤로  앞으로  목록보기
Copyright © 1999-2017 고클래식 All rights reserved.
For more information, please contact us by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