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뮌헨 오페라 축제 링 사이클 관람기
http://to.goclassic.co.kr/concert/3087

감상문을 쓸 실력은 안되지만 용기를 내어 한번 써 봤습니다.

 

이번에 뮌헨 오페라 축제에서 키릴 페트렌코 지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연주의 반지 사이클을 보고 왔습니다.
반지는 많은 음반과 영상물을 듣고 봐왔지만 실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티켓박스가 오픈되자마자 오퍼를 넣었는데 넣고나서는 은근히 탈락하길 바랬습니다.
휴가를 길게 가기도 쉽지 않지만 가더라도 아까운 휴가 기간을 뮌헨에서 열흘 정도를 보내야 된다는 것이 꺼림직하더군요.
근데 어느날 새벽 잠자던 중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려 깼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돈이 쏙 빠져나갔더군요.
인터넷으로 취소도 되지 않으니 어쩔 수없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파르지팔이 더 듣고 싶었는데 그것까지 들으면 휴가가 거의 보름...

생업에 지장이 생겨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티켓이 날라왔더군요.
우선 좌석부터 확인했습니다.
4번의 공연이 다 같은 좌석이더군요.
무대를 바라보고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앞에서 6번째줄... 대박!
뮌헨으로 출발할 때까지는 이 티켓을 우리집 가보로 정하고 서랍 깊숙한 곳에 잘 숨겨두었습니다.
출발 할 때 제발 티켓을 두고 가는 일은 없길 빌면서...
공연장에서 보니 제 옆과 뒤는 계속 같은 분들이었는데 앞의 몇 좌석은 4번 공연 모두 사람이 바뀌더군요.
아마 표를 나눠 돌아가면서 온듯...


빨간 동그라미가 저희 좌석입니다.

 


Andreas Kriegenburg의 연출이었는데 이전에 이 연출로 공연이 된걸로 알고있습니다.
상당히 신선하고 획기적인 연출있었습니다.
'라인의 황금' 시작 부위에 100명이 넘는 무용수들이 몸에 파란 페인트를 얼룩덜룩 칠해 춤을 추면서 물결을

나타낼 때부터 좋은 연출이 될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신들의 황혼'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첫날, 라인의 황금 공연장에 입장하니 막이 열려있고 무용수들이 희희닥거리고 있더군요.

 

 

라인의 장면 (라인의 처녀, 알베리히 그리고 파란 페인트를 칠한 무용수로 표현한 물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가 처음은 아닌데 이렇게 무대장치가 자유자재로 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위에서 내려오고 아래에서 올라오고 좌우에서 나오고... 나올 때마다 다 다른 무대가 되니 이게 가능한가 싶더군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연출 몇가지를 소개하면 
라인의 황금에서 니벨하임 장면.
니벨룽족들이 황금을 캐는 장면과 황금을 캐다가 죽는 니벨룽은 사진의 구멍에 빠뜨리고 그 구멍에서 불길이 올라옵니다.


 


알베리히가 타른헬름으로 변화할 때 무용수들이 관객에게 강한 조명을 비춰 알베리히가 안보이게 하는 것은 참 기발했습니다.


 

 

지그프리트가 노퉁을 벼를 때 빤짝이는 색종이(비닐)을 날리게 하여 불꽃이 튀는 장면을 연출한 것.


 


반지 영상물을 볼 때 항상 궁금한 것은 용과 반지는 어떻게 나올까 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반지는 그냥 반지더군요.
아무 장식없는 흔히 끼는 동그란 금반지... 이런 반지를 쓰는 공연은 처음 봤습니다.
뒷 좌석에서는 보이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압권은 용으로 분한 파프너 였습니다.

 

 

조금 아쉬운 연출이 있었는데

첫째, '발퀴레' 3막 시작하기 전 막이 열리고 페트렌코의 손이 올라가기 전, 
즉 발퀴레의 기행 연주가 시작되기 전 발퀴레의 말들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무반주로 머리를 흔들면서

발을 구르는 춤을 추더군요.
(탭 댄스는 아닌데 좀 비슷한 춤)
이 춤의 시간이 7-8분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니 좀 그렇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키드키득 웃는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제 바로 앞옆자리의 신사분이
"부~~"하고 야유를 하고 덩달아 다른 곳에서도 야유 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이에 반해 "부라보!" 하면서 좋다는 표시를 하고...
막이 시작되기 전에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춤이 꽤 오래 지속되다 보니 바그네리안이나 
전통적인 골수 바그너 팬들에겐 마음에 안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들의 황혼에서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가 하겐의 창에 대고 맹세를 하는 장면에서 실실 웃으면서

노래를 불러 극적인 면과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또 신(God)에 해당하는 모든 인물들을 노란 머리로 염색을 했더군요.
제 생각으로 신들은 게르만 민족이어야된다는 건 아닐까... 제가 너무 앞서 갔나요?

 

파졸트와 파프너 그리고 신들(전부 금발)

 

 

 

성악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인 앵거가 파프너와 훈딩을 동시에 맡은 것 외에는 4번의 공연에서 역에 따른 가수진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보탄 역의 볼프강 코흐는 2년전 같은 극장에서 마이스터징어의 한스 작스 역으로 나오는 것을 봤었습니다.
그 당시 부드럽고 여리고 다정다감한 한스 작스의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서도 역시 카리스마 있는 보탄보다는
프리카 앞에서는 힘없는 남편, 브륀힐데와 지그프리트에게는 다정한 아빠, 다정한 할아버지의 느낌을 주는 보탄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탄 역으로는 좀 약하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퀴레 3막 브륀힐데와의 2중창 (작별장면)에서는 흡족한 목소리를 들려주더만
갑자기 목소리가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끝까지 해낼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마루리는 잘 지었습니다.

볼프강 코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르케 왕을 부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알베리히 역을 맡은 존 룬드그렌은 처음 들어보는 가수였는데 대단한 가창을 보였습니다.
라인의 황금에서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가수였습니다.
새로운 훌륭한 알베리히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프리카 역을 맡은 구바노바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발퀴레 2막의 부부싸움 장면에서  보탄이 조금 약하다 보니 '엄메 기죽어, 엄메 기살어' 하는 느낌이

더 실감 나더군요.


로게의 노어베르트 에른스트는 무난한 편이었고 미메는 가창 못지않게 연기도 아주 중요한데 
Wolfgang Alblinger-Sperrhacke(어떻게 읽는 지?)의 가창과 연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거인의 역을 맡은 아인 앵거와 알렉산더 침발류크는 라인의 황금에서 알베리히와 더불은 최고였다고 생각됩니다.


지그문트역의 요나스 카우프만은 특유의 소가 "음메~"하는 듯한 발성이 약간 거슬리긴했지만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지클린드 역의 아냐 캄페는 바렌보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파르지팔에서 쿤드리를 불렀던 가수입니다.
지그문트와 지클린데의 사랑의 장면인 발퀴레 1막이 전 4부작을 통틀어 가장 환호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 특히 뮌헨에서는 카우프만이 나오면 항상 껌뻑 죽는 것 같습니다만...


지그프리트 역의 슈테판 빈케는 요즘 바그너 테너로 활약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바이로이트에서 지그프리트를 불렀으며 올해도 폰 스톨칭, 탄호이저, 트리스탄을 부를 예정이며
내년에 메트에서 지그프리트를 부를 예정입니다.
또 후내년 서울에서 신들의 황혼에서 지그프리트역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헬덴 테너로서는 목소리가 조금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브륀힐데 역의 니나 슈템메는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50대 중반인데도 아직 쨍쨍한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신들의 황혼 3막 "장작을 쌓아라(Starke Scheite schichtet mir dort)"에서부터

"쉬세요, 쉬세요, 신이시여"를 거쳐 장작에 불을 붙이는 장면까지 중간중간 소름이 돋을 가창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몇년간은 더 최고의 바그너 소프라노로 활약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역은 하겐이었습니다.
반지 4부작을 통틀어 가장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 하겐인데 너무 연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파프너와 훈딩을 맡았던 아인 앵거가 하겐 역도 맡았으며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강병운 선생님이 하겐을 얼마나 잘 불렀는지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페트레코 지휘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연주는 군더더기 없이 잘 정돈된 듯한 깔끔한 연주였습니다.
약간 여린 듯한 인상이 있었으나 터질 때는 대단히 폭발적이어서 
바그너 사운드가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요즘 반지의 연주 트렌드가 이런지 아니면 가수진의 구성 탓인지
좀 서정적인 반지가 아니였는가 합니다.


공연 마지막 날 커튼 콜

 

 

공연이 끝난 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잡설

 

첫날 라인의 황금을 보러 가기 위해 숙소 앞에서 트램을 탔는데
오페라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확실히 알아보겠더군요.
한여름에 남자는 양복에 넥타이, 여자는 멋진 드레스...
근데 제 앞에 마주 보고 앉은 노신사분은 슬리퍼에 낡아빠진 면티를 입고 계셨는데
저의 부부를 보고 오페라를 보러 가냐고 유창한 영어로 묻더군요.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간다면서 근데 자기와 우리의 복장이 너무 다르다고 껄껄웃더군요.
프랑스에서 오셨다고 하던데 뭔가 음악에 대한 포스가 확 느껴진다고 할까요.


외국의 공연장에 가면 일본사람들은 항상 많더군요. 
최소한 2-3%는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단체로 오신 열 몇분이 계셨고 그 외에는 못본 것 같습니다.
특히 그 공연이 바그너 공연이면 일본인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은 따로따로 온 것 같은데 인터미션 때 보면 서로 잘 알고 있는 듯 잘 어울립니다.
아마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가 아닐 듯합니다.
제 옆자리도 중년의 일본 여자분이 앉았었는데 바이로이트만 7번 갔다고 합니다.
바이로트 표를 어떻게 구하냐고 물어보니 무슨 멤버라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던데 무슨 멤버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분 발퀴레 3막에서 보탄과 브륀힐데의 작별 장면에서 울더군요.
그리고 꼭 기모노 입고 오는 일본분들이 있습니다.
일전에 집사람과 우리도 다음에는 한복을 입고 가자고 했었는데 실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럭지가 되시고 인물 좋은 분들은 다음에 외국에 공연을 가실 때 한번 시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발퀴레의 투구를 쓰고 오신 분들입니다.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이니 초상권 문제는 없을 듯


 


발퀴레를 보고 오페라 극장 앞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요기와 맥주를 한잔 마시고
늦은 시간에 트램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옆에 연세가 80-90은 되어 보이시는
노 부부가 지팡이를 집고 앉아계셨는데 저희 부부에게 말을 걸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상당한 애호가신 것 같은데 특히 카일베르트가 바이에른 국립극장의 음악감독이셨다고 자랑을 하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더군요.


지그프리트의 인터미션 때는 한 노부인과 한 테이블에서 차를 마셨는데
공연을 몇번이나 봤냐고 묻더군요.
처음이라고 하니깐 들어본 음반은 어떤 게 있냐고 다시 묻길래
갑자스런 질문에 언뜩 생각나는 음반을 몇가지를 대었더니 그 음반들에 대한 평을 다 하시더군요.
정말 대단한 애호가들 많습디다.

 

마지막 날 신들의 황혼 공연에서는 바보 짓을 했습니다.
라인의 황금 7시, 발퀴레와 지그프리트는 5시, 신들은 황혼은 4시 공연인데
저희 부부는 신들의 황혼도 5시 공연인 줄 알았습니다.
4시 20분경 트램을 탔는데 오페라를 보러 가는 분들이 한분도 안계신 겁니다.
국립극장에 도착해서도 앞이 조용한겁니다.
아차 싶어 티켓을 확인하니 4시 시작인 겁니다.
극장 안내원에게 늦었다고 이야기 하니 1막이 끝날 때까지 '카프리지오 잘'에서 live stream으로 보고
1막이 끝나고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를 해 주더군요.
근데 저희같은 바보짓을 한 분들이 한두분이 아니라는 것...
서막은 아예 놓쳐버렸고 1막부터 스크린으로 보았습니다.
근데 가장 중요한 지그프리트의 라인 강 여행은 못보고 기비흉의 장면부터 봤습니다.


제가 놓친 지그프리트의 라인 강 여행


 


언제가는 꼭 한번은 보고 말겠다는 링 사이클을 이번에 보게되었습니다.
버킷 리스트 하나 해결했네요.


 

작성 '18/08/08 10:55
en***수정 삭제 트랙백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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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

파르지팔까지 보고 온 1인입니다. 파르지팔이 최고였어요. ^^
대신 발퀴레는 표를 못 구해서 못 봤습니다.
하겐 역 한스 페터 쾨니히는 세계 정상급이었던(…) 바그네리안 베이스바리톤입니다. 이번에 보니까 세월 앞에 장사 없구나 싶더군요.

제가 쓴 감상은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https://steemit.com/kr/@wagnerian/3zfzfz

18/08/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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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부럽습니다^^ 저는 바그너는 한글자막이 나오는 영상물로도 끝까지 보기가 어렵더군요

18/08/08 11:58
덧글에 댓글 달기    
te***:

정말 대단한 공연 보고 오셨네요. 조금 전 뉴욕타임즈에 현재 바그너 음악의 정수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바이로이트가 아니라 뮌헨으로 가야한다는 내용과 함께 키릴 페트렌코를 극찬하고 있네요. 앞으로 펼쳐질 페트렌코-베를린필의 파트너쉽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https://www.nytimes.com/2018/08/07/arts/music/kirill-petrenko-wagner-munich-bayreuth.html

18/08/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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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블루레이로 발매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18/08/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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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추천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8/08/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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