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번호와 부가 기호들
http://to.goclassic.co.kr/diary/2289

 

LP 레코드의 레이블 주변의 빈 공간에 있는 표기들이 있는데 영어로는 "Run-off markings"라고 부른다.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한글 표기가 없는 관계로 '런-오프 표기'로 적으려고 한다. 런-오프 표기는 음악을 재생하는 그루브와 마찬가지로 레코드 생산과정의 프레스 단계에서 사용되는 누름틀인 스탬퍼에 기록되는 것이다.

런-오프 표기는 활자로 각인된 것이 주를 이루지만 손글씨로 기록된 것들도 있다. 각인된 표기는 생산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어 애호가들이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기도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손글씨의 표기도 유의해서 살펴보면 각인된 런-오프 표기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런-오프 표기의 내용을 구분하게 되면 레코드의 제작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알아둘만한 가치가 있다.


런-오프 표기는 음반의 매트릭스 번호와 부가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다.
관련 문서는 링크로 대신한다.
http://playlists.christmachine.com/cutting-vinyl/dead-wax-deadwax-list-full-length-continued-from-main-day-page/

매트릭스 번호란 음원의 고유번호를 뜻한다. 스튜디오나 공연장에서 녹음된 음원을 음반으로 출시하기 위해 편집과 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마스터 음원으로 확정하게 되면 관리를 위한 고유번호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것을 매트릭스 번호(matrix number)라고 부른다.

 

위의 런-오프 표기 이 레이블의 음반이니 비교해서 보도록 하자. 
먼저 런-오프 표기 6514 071 1Y1 ⓟ1981 670 1 117 03이다.
레이블 표기와 비교해 보면 맨 앞의 9자리 6514 071 1Y는 매트릭스 넘버라는 것을 알 수 있다.(음반 카탈로그 번호는 416 666-1이지만 이것은 발매된 음반에 부여되는 번호이고 매트릭스 넘버는 관리되는 모든 음원에 부여된다.) 

매트릭스 넘버 다음에 등장하는 숫자 1은 제1면이라는 뜻이다. 레코드의 뒷면의 런오프표기를 보면 앞의 9자리가 동일하고 10번째 숫자만 2로 바뀌어 있다. 가지고 있는 필립스 레코드의 앞뒤를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바로 다음에 등장하는 ⓟ1981은 레코드의 제작연도(좀 더 정확히는 커팅이 이루어진 연도)를 의미한다. 
1980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서트헤바우 공연장에서 녹음된 이 음반에 수록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하인리히 시프의 첼로, 콜린 데이비스 경의 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되었고 LP 1장으로 발매되었다.

LP :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하인리히 시프(cello), 콜린 데이비스(cond.),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바우 오케스트라 Philips(made in Holland)


이후 CD로 발매할 때에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함께 수록했다.

제작연도 다음에 등장하는 3자리 숫자 670은 어느 나라에서 커팅 되었는지 알려준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670=네덜란드(필립스에서는 Holland라고 표기한다)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터이다.

필립스는 LP 영국, 독일, 프랑스에도 법인을 두고 음반을 생산했고 미국에서는 머큐리와 제휴했다가 후일 인수하여 필립스 아메리카 법인도 운영했다. 어쨌든 각 나라별 코드는 네덜란드=670 독일=320, 프랑스=380 영국=420, 이탈리아=520 등이다. 극동지역의 코드가 022로 되어있으나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성음 제작의 필립스 레코드의 국가 코드 각인은 670이다. 즉 필립스의 모회사인 폴리그램을 통해 네덜란드 본사의 스템퍼를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라이선스 레코드를 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같은 필립스 음원의 라이선스 레코드라고 하더라도 이웃나라인 일본과 한국의 음반의 사운드가 다르게 되었다. 한국의 라이선스는 오리지널 스탬퍼를 사용하여 네덜란드 제작의 레코드 사운드와 큰 차이가 없으나 일본은 자체 커팅한 스템퍼로 레코드를 제작하였으므로 오리지널 사운드와 다른 일본적인 사운드의 레코드가 만들어졌다.

이런 제작 관행은 CD 시대에도 나타나게 된다. 특히 일본은 필립스와 소니의 합작기술로 탄생한 콤팩트디스크의 원천기술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더욱더 자국화한 음반을 제작했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LP 시절과 마찬가지로 CD의 오리지널 스탬퍼를 수입했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제작회사는 디지털의 고급 기술까지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디지털의 복제물은 원본과 같다(?)는 무모한 상식을 라이선스 CD 제작에 적용했다. 즉 유럽에서 보내온 CD를 복제하여 프레스용 스탬퍼를 만들었고 CD에서 복제된 스탬퍼로 수많은 CD를 매우 용감하게(?) 찍어내어 판매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경우 유럽의 인건비가 적용된 스탬퍼와 그 스탬퍼를 한국까지 보내는 데 필요한 운송비를 절감하게 된다는 경제적인 장점은 있다. 하지만 디지털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인 지터로 인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음질의 변화를 모른 채 생산된 당시 라이선스 음반의 사운드 품질은 온전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이를 간파할 수 있는 예민한 귀를 가진 애호가들은 라이선스 불매에 나설 정도여서(필자도 불매운동에 나섰던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클래식 CD 시장이 수입음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작성 '18/11/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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