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만 듣고나면 살맛이 난다(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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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51)
브람스-교향곡 1번


업무와 관련하여 거래처로부터 구입한 물품대금을 송금해 주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잠시 기다리는 동안, 뒤적이던 잡지 속에서 우연히 발레리나
강수진에 관한 기사와 두발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강수진의 발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강수진의 발은 도저히 사람의 발이라고 부를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뭉개지고 일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기사를 쓴 주간동아(319호 2002.1.24) 전원경 기자도 강수진의 발 사진에 대해 이렇게 써 놓고 있었다.
<발레리나 강수진(35세)의 발 사진을 본 사람은 누구나 충격을 받는다.
열개의 발가락마다 박혀있는 뭉툭한 굳은살, 단 하나도 성치 않은 발톱들,사람의 발이 아니라 나무둥치 같다. 이 끔직하게 망가진 발은 강수진이 살아온 인생을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보다 더 확실하게 말해 준다. 그녀의 인생은 발레 그 자체였다고>
기자의 말처럼 강수진의 발은 사람의 발이 아니라 나무둥치에 더 가까운 발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은행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그 잡지를 집에까지 가져왔고 강수진의 발 사진과 기사부분을 오려 출퇴근용 손가방 속에다 넣고 다니면서 생각이 날 때마다 한번씩 꺼내보곤 한다.
강수진의 발 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발까지 다 으깨지도록 죽자 사자
노력만 한다면 세상에 무서울 게 무엇이 있을 것이며,또 이루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1982. 1.25 강수진은 선화여중에 다니다 모나코 왕립발레 학교로 유학하여
1985년에는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1위에
입상한 후 그 다음해인 19세 때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자로
입단을 하게 된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400년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세계 무용계에서도
가장 젊고 개혁적인 발레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발레단이다.
세계 5대 발레단의 하나로 손꼽히는 슈투트가르트는 세계에서 가장 개런티
가 비싼 발레단이란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강수진은 이 발레단의 군무 무용수부터 시작해 7년 만에 주역 무용수 자리를 따냈고,95년부터는 시즌 오프닝 무대에 서는 프리마 발레리나 자리에
올랐다.
엄청난 연습벌레로 알려진 강수진은 아침이면 극장 연습실로 출근해 최소한 하루10시간 이상은 강훈련을 하기 때문에 발레단내에서도 토슈즈(toeshoes: 발레 할 때 신는 신발)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발레리나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전설적인 무용수 마르시아 하이데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인정받으며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발레리나 강수진.

나는 그녀의 으깨지고 일그러진 발 사진을 볼 때마다 강수진의 발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발 중 하나에 해당되리라는 확신을
강하게 받곤 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프로의
세계.....>
나는 강수진의 발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세월을 떠 올리며 한없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기조차 하였던 것이다.
오십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나는 아직까지 그 무엇에도 단 한번 목숨까지는 걸어 본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의 교향곡 1번을 들을 때 마다
이곡이야 말로 진정 브람스가 목숨까지 걸었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브람스가 교향곡 1번을 구상하기 약 30년 전 쯤 해서 베토벤은 이미 9 곡에 이르는 교향곡들을 모두 끝내 놓고 있었다.
브람스는 교향곡 작곡에 앞서 베토벤이 이미 완성해 놓은 9곡에 이르는
교향곡을 생각하고는 심한 두려움과 절망감에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브람스는 앞서간 베토벤이 쌓아 올려놓은 결코 넘을 수 없는 절벽과도 같은 교향곡 앞에 두려움과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교향곡 작곡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목숨까지 걸지 않았다면 어찌 교향곡 한 곡을 작곡하는데 20여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하였을 것인가.
유명한 지휘자요 문필가였던 한스 폰 뷜로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두고
베토벤의 제 10번 교향곡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지만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으로는 브람스는 베토벤을 능가하는 교향곡을 작곡해 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꿔 보지 못했을 것이고,어쨋거나 베토벤 교향곡 옆자리에나마 자기의 교향곡 한곡을 갖다만 놓아도 여한이 없겠다는 그러한 심정과 일념으로 교향곡 작곡에 임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도 브람스 교향곡 1번이야 말로 베토벤을 넘어선 교향곡
이 아니라 브람스가 그토록 베토벤 옆에만이라도 갖다놓고 싶어 했던
그런 교향곡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교향곡 한곡을 들고 베토벤 옆에 서기까지 브람스 같은 천재에게도 20여년의 긴 세월이 필요했으니 어찌 베토벤을 두고 <인간의 심연>이라 부르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는 베토벤 옆에 다가서기 위해 몸부림쳤을 브람스의
처절한 삶의 고뇌와 눈물, 베토벤의 재능에 대한 증오와 질투심, 그리고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20 여년 동안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 했을
인고의 세월 등 그 모든 것이 녹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곡을 두고 브람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라 부르고
싶은 것이다.

미당 서정주가 쓴 <자화상>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보인다.
<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을 읽어 가고.....>
그렇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들으면서도 브람스의 처절한 삶과 눈물을 읽어
내지 못한다면,
증오와 질투심, 베토벤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감,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 쳤을 길고 긴 인내의 세월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 가면서 내가 왜, 무엇 때문에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듣고 있단 말인가.
나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들을 때 마다 이런 생각들을 나 자신에게
질문처럼 쏟아 붓곤 하는 것이다.



작성 '03/12/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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