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만 듣고나면 살 맛이 난다(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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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125)

                       베토벤-피아노 협주곡 5번 op.73



나는 요 근래 며칠 동안 “사람이 이 세상에 한번 태어났으면, 단 하루를 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양심대로 살다가야 하는 게 진정한 인간적인 삶“이 아니겠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내 스스로  머리카락까지 쥐어뜯어가면서 이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약 1주일 전,  부산서면에 있는 0 메디칼센타에서 건강검진을 끝내고, 병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회사 쪽으로 가기위해서는 교통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서면 롯데백화점 앞 큰 도로변을 우회전해서 들어서야 했는데, 끝임 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 때문에 우회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멈칫멈칫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얄밉게도 우회전하려는 쪽 코너에 택시까지  한 대  턱  정차해 있는 바람에  큰길로 들어서기가 너무나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었다.


나는 건강진단을 하느라 허비한 시간도 있고 해서, 빨리 회사로 되돌아가야 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앞선 나머지, 끝임 없이 이어져 달려오는 차량도 피하면서 코너에 정차해 있는 택시도 피해야 하는 2중 부담을 안은 채, 그만 회전 반경을 넓게 잡지 못하고 우회전하는 바람에 내차의 오른쪽 문짝부분이 주차해 있던 택시의 왼쪽 뒤 범퍼를 살짝 건드리는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택시의 왼쪽 뒤 범퍼를 받았던  내차의 오른쪽 문짝부분이나,  내차에 받친 택시의 뒤 범퍼를  모두  손으로 쓱쓱 문질러 보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별다른 표시나 흔적조차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접촉사고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상대측이 택시인지라 나는 내 부주의에 대해서 먼저 사과를 한 다음,  택시 기사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너 주면서 뒤 범퍼 수리를 한 연후 연락을 주면, 보험으로 처리하든, 현금으로 처리하든 손쉬운 방법으로  처리를 해드리겠노라 말씀을 드렸더니, 택시 운전사도 그렇게 해달라고 해서, 나는 그길로 택시 운전사와 헤어져 회사로 돌아 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난 다음날 오후, ㅈ경찰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피해자인 운전기사가  경찰서에다 교통사고 피해신고를 해 왔기 때문에 번거롭겠지만, 가해자인 나 또한 경찰서로 출두를 해서 사고경위에 대해  함께 조사를 받아야하니까 내일 밤  9시 정각까지  경찰서로 출두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온 경찰관에게

피해자인 택시운전사가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사고 신고를 해 왔느냐고 물어보았더니,  x병원으로부터 2주 진단서를 발부받아 신고를 해 왔다는 것이었다.

“아니 경찰관님, 사고가 난 그날은 날씨가 유난히도 더워서,  택시운전사는 택시를 길가에다 세워놓고 택시에서 내려  도로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2주 진단서라니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고가 나던 날  택시 기사는 택시에서 내려 도로변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택시가 부딪치는 것을 보고 쪼르르 달려와서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뒤 늦게 사고를 당했다고 병원으로부터 2주 진단서 까지 발부받아 경찰서에다 피해 신고를 해 왔다니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또 있단 말인가.  

거짓말도 유분수지, 택시기사가 도로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하늘도 알고, 또 땅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2주 진단서라니, 아니 백주대낮에 이런 날강도 같은 얌체 짓을 어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라와 눈앞이 캄캄해 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흥분해 버렸던 것이다.

당시의 기분 같아서는 택시기사를 찾아 맨발을 벗고서라도 달려가 멱살을 잡아 쥐고 흔들면서 왜 그런 황당한 거짓말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경찰서의 출두요구대로 그 다음날, 밤 9시경 경찰서를 찾아갔는데, 피해자인 택시운전사도 미리 와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택시운전사를 보는 순간 혈압(?)이 오를 대로 올라, 다짜고짜로 큰 소리로 따져 묻기 시작하였다.


아니 택시 기사 영반,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단 하루를 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양심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서 말을 해야지, 당신은 택시를  탄 채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 않고, 택시에서 내려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얼 어떻게 다쳤다고 2주 진단서까지  발부 받아 경찰서에다 피해신고를 했단 말입니까.?


“나에게도 부모님이 계시고 자식 또한 있습니다만, 보아하니 당신에게도 부모님이 계시고 자식 또한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자식까지 키우며 살고 있는  선량한  한 가정의 가장의 입에서  어찌 그런 황당한 거짓말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튀어 나올 수가 있으며, 어찌 그런 거짓된 얼굴로 부모님을 대하고 자식들을  대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당신은 2주 동안 가짜 나이롱 환자노릇까지 해가면서  보험회사로부터  일당조로 제법 톡톡하게 돈을 타 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 타낸 깨끗하지 못한 돈(?) 몇 푼이  앞날이 창창한 당신의 남은 인생에 무슨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과는 더 길게 이야기 해봐야 이야기 하는 내 입만 아플 뿐이겠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말 한마디  만은 꼭 해 두어야 하겠소.

  

“  앞으로는 단 하루를 산다 해도 인간답게, 정말 양심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시오.”


경찰조서를 모두 끝내고, 어두운 서면 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는데,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와 그의 제자인 데이비스 캐슬러가 함께 저술한 <인생수업 :도서출판 이레, 류시화 옮김)에 나오는 한 구절이 불현듯이 머리에 떠올랐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가라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행하라”


“하루를 살아도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나는 마지막 구절인 “하루를 살아도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는 구절위에다 마음속으로 진한 언더라인을 그었다.


매일 매일을 가슴 뛰는 삶을 산다고 해도 우리의 생이란, 그리 넉넉한 세월이 아닐 진대, 가슴 뛰는 삶은 고사하고, 양심불량의 택시운전사의 일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마음의 상처까지 받고 괴로워하고 있다니, 도대체 나라고 하는 인간도 별 볼일(?) 없는 그런 인간이 아닌가?


나는 지나온 내 생을 잠시 반추해 보았다.

나 또한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알고 있었던지, 또 몰랐던지 간에 내 자신이 스스로 양심을 속인 행동들을 얼마나 많이 하였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머리끝이 곤두서면서 식은땀까지 흐르는 것이었다.


밤늦게 집에 도착한 나는 베토벤 형님부터 찾았다.

베토벤 형님요, 오늘 양심 불량의 택시운전사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아무리 잊어버리려 애를 써도 쉬 잊어버려 질것 같지가 않고,  대신 복장이 터질듯이 아프기만 합니다.

무슨 음악이라도 좋으니 제발 내 마음을 진정 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음악 한곡 선곡해 주십시오.

오늘 밤에는 열일을 제처 두고서라도 베토벤 형님 당신의 음악을 들어봐야 살 것 같습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연속 3일 동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에만 매달려 지냈다.

베토벤은 이곡을 어떤 연유로, 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작곡 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단 하루를 살아도 떳떳하고 당당한 그런 삶을 살아가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 받곤 한다.


세상에 이렇게 떳떳하고 당당한 음악이 어디 또 있을까

어디에 내어 놓아도 전혀 꿀릴 것 없는, 기세등등한 정의의 힘과 양심의 외침이

내재되어 있는 이 음악 앞에서 나는 언제나 옷깃을 여밀 곤 하는 것이다.


미당 서정주는 새로운 세기의 시 일수록 “전선을 흐르는 전류처럼 사람을 감전시키는 어떤 힘이 내재되어 있는 그런 시를 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현대인의 가슴속을 뚫고 들어가 감동을 주려면 ‘도수’가 센 ‘미적밀도’를 확보한 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 속에 전류처럼 흐르면서 사람을 감전시킬 수 있는 도수가 센 ‘미적밀도’의 확보를 주문한 미당의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에는 악장 전체를 통해서 전류처럼 흐르면서 사람을 감전시켜 놓는 어떤 막강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미당이 말 한 것처럼 아무리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이 음악을 듣고 나면  음악 속에 내재되어있는  도수가 센 ‘미적밀도’의 힘 때문에  굳어있는 가슴도 어느덧 부드럽게 풀려져 무한한  행복감에 젖어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불의를 행해 내려치는 양심의 죽비소리>같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 3일 동안 쉼 없이 들으면서 지금까지 혹 잘못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내 지난 세월을 반성하고, 또  반성해 보는 그런 자성(自省)의 시간을 가져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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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음반

1.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에드윈 피셔의 불꽃 튀기는 경연(競演)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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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휘자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가 이끄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빌헬름 박하우스 연주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수작(秀作)중 수작이다

(D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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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87. 주식회사 SKC에서 이탈리아 LAUDIS 레코드 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발매한 지휘자 한스크나퍼츠부쉬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빌헬름 박하우스 협연은 머리카락까지 곤두서게 만드는 명연 중 명연인데,  오랜 세월이 지나버린 라이센스 판이라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겠지만, 이탈리아의 LAUDIS 음반회사를 통한다면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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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7/05/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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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07/05/0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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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이 세상엔 정말 양심불량인 사람이 많습니다. 화푸시고 즐음하십시오.

07/05/0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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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그런데 그런경우엔 뒤집어 쓸수밖에 없는겁니까??
으으~~꼭 그런 몇몇 되먹지 못한 인간말종들때문에 선량한 택시기사들까지도 욕먹는다니깐....

07/05/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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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우와~, 그 택시기사 정말 황당한 분이군요. 뻔뻔함의 극치를 달립니다. 아무리 돈이 궁하기로서니.. 이건 명백한 위증,무고죄 입니다. 그런속물들은 언젠가 혼좀 나야될텐데. 제가 다 흥분이 되니 본인은 오죽 불쾌하겠읍니까. 원인도 그기사가 제공해 놓고선. 한마디로 겁이 없는사람이군요. 정말 조심해야겠군요.
이럴때, 진정제는 역시 음악아니겠읍니까. 음악이 이래서 좋읍니다.

07/05/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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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제 아내와 똑같은 일을 겪으셨네요.
불과 일주일전에 제 아내도 집근처에서 택시가 앞을 가로막고있어 옆으로 비켜간다는게 그만 살짝 택시범퍼를 긁었는데 제가 나가보니 그냥 바줘도 될 상황을 대물접수는 물론 대인접수(아프다고)까지 보험사에 해 달라고해서 경악했던적이 있었습니다.자동차사고관련피해보상규정을 제대로 다듬지않으면 이와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것이고 이피해는 고스란히 보험사 아니 보험가입자 개개인에 돌아올 것이니만큼 보험사와 입법기관에서 하루빨리 선진국의 예를 참고하셔서 이런 가짜환자를 걸러낼 제도정비에 착수하여야할것 같습니다.

07/05/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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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아~, 마침 박하우스/빈 필/이세르슈테트(데카,성음 라이센스)반이 있군요. 사실 이 음반은 LP/CD 과도기 때 동네 헌책방에서 거의 줍다시피한 음반인데 이거 의외의 명반이군요.ㅎㅎ

07/05/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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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골수 클래식팬다운 글입니다. 박하우스/이셀슈테트판은 클래식입문초기부터 들어온 명연으로 저도 더 감명을 주는 연주는 못 들어본것 같습니다. 근데 근년 황제를 들으면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1악장이 너무 오케스트라로 치우쳐있다는 것입니다. 쩝...

07/05/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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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

아...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07/05/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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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참으로 한심한! 그놈(사람)의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할까? 자문자답 결과는 이렇다. "아무 생각이 없다!"

07/05/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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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

유일신 즉, 물신이 판치는 세상인지라, 물신한테 된통 당했다 생각하시고...뮤즈랑 즐거운 시간 보내시압^^

08/08/3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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