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음악 소개
베르크: "룰루"

베르크의 오페라
  Berg
Alban Berg
(1885 - 1935)
현대음악중에서도 특히 오페라는 애호가들과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기 쉽지만 알고보면 다른 기악곡들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숨겨진 매력이 많다. 쇤베르크, 베베른과 함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이은) 신빈 (Wien) 악파로 일컬어지는 베르크는 스승인 쇤베르크나 동료인 베베른과 구별되게 "보체크"와 지금소개하는 "룰루"라는 두 편의 위대한 오페라를 남겼다. 이 점은 쇤베르크를 모더니즘시대의 하이든, 베베른을 베토벤으로 베르크는 모차르트의 재래쯤으로 비교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게한다. 체코출신의 유명한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그의 수필집 (국내번역서명 "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에서 역시 체코출신의 작곡가 야나책의 오페라 "죽은 자들의 집으로부터"를 베르크의 "보체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현대 오페라로 꼽았는데 야나책의 위대함보다는 베르크의 천재성을 확인해주는 듯했다.

베르크의 마지막 오페라가 된 "룰루"는 음악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그의 전작보다는 못하지만 현대음악에서만이 가능한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다면적인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 아름답지만 사악한 뱀과 같은 여인 룰루를 다룸으로해서 휴머니즘적인 메세지가 강했던 "보첵"에 비해 제재면에서 충격적이기까지한 진보성을 띄고 있다. 이러한 진보성이 "룰루"를 포함한 많은 현대 오페라들의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고전적인 오페라와 같이 그리 단편적이지 못하며 사람들의 심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인간의 사고는 특별히 노력하는 상태를 제외하면 변덕적이며 충동적이며 또한 비논리적인 것이다. 이런 점을 묘사하는 데 베르디나 푸치니의 선율이 쓰일 수는 없는 것이며 우리는 그 하나의 해법을 반음계적인 12음렬 기법을 쓴 베르크의 "룰루"에서 찾을 수 있다.

작곡과 초연
우연히 20세때인 1905년 빈에서 은밀히 공연된 프랑크 베데킨트 (Frank Wedekind, 1864 -1918)의 극 "판도라의 상자"의 공연에 베르크는 참가하게 된다. 타락한 여자 룰루의 비극적 운명과 등장인물들의 부정적 성격특성들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로부터 그의 두 번째 오페라 "룰루"가 탄생하기까지는 23년이란 긴 세월이 걸리게된다. 인간의 근원적 존재는 오직 성욕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기성의 도덕 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던 베데킨트는 "룰루"를 두개의 독립적인 극으로 만들었는데 처음 극은 1989년 초연된 "대지의 정신"이었으며 두 번째가 이미 언급한 "판도라의 상자" (1904년 초연)이었다. "대지의 정신"에선 본능에 따라 사는 타락한 여인 룰루가 상대하는 남자들을 죽음으로 이끌어 그녀의 승리로 끝나지만 속편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반대로 그녀의 몰락이 묘사된다.

베르크가 베데킨트의 작품에 깊은 공감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오페라로 만들려 했다는 점은 비록 모더니즘 (이 경우는 소위 '표현주의'에 해당한다) 추구하는 진보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작곡자 본인도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사뭇 기이한 생각이 들지 모른다.이 점은 훗날에 와서야 밝혀진 베르크의 만년의 애인 한나 폭스-로베틴의 존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하고 추측되어진다. 유부남인 베르크 스스로가 유부녀를 사랑함으로 인해 받았던 내면적 고뇌와 번민은 대신 오페라 "룰루"를 쓰게되는 정열로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베르크는 독일어로 된 베데킨트의 두 극을 조화시켜 자신이 3막 7장으로 개편하여 "룰루"의 대본으로 삼는다. "대지의 정신" 4막 중 처음 3막은 "룰루"의 1막이 되고 "대지의 정신"의 마지막 막과 "판도라의 상자"의 첫 막은 긴 간주곡을 사이에 두고 2막의 1장과 2장으로 구성되어진다. "판도라의 상자"의 나머지 2막은 자연스래 "룰루"의 3막이 되는데 안타깝게도 3막은 베르크가 1935년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서 오케스트레이션이 불안정한 상태인 채 미완성으로 남게된다. 그래서 1934년에 완성된 "룰루 조곡"중 제 3막의 발췌에 해당하는 제 4곡 '변주곡'과 제 5곡 '아다지오'를 제 2막뒤에 연주함으로써 제 3막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룰루 조곡"의 제 1곡 '론도', 제 2곡 '오스티나토', 제 3곡 '룰루의 노래'는 오페라 "룰루"의 2막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의 초연은 작곡가 사후인 1937년 6월 2일, 취리히 시립 극장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유태인이었던 베르크는 나찌에 의해 그의 작품들이 '타락한 예술 (entartete Kunst)'로 낙인 찍힌 이래 룰루는 1983년까지 빈 악파라는 칭호가 무색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는 공연되지 못하기도 했다.

미완성인 3막은 미망인의 의지에 따라 제 3자에 의한 보필이 금지되었는데 비밀리에 우니베르잘 출판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리드리히 체르하에게 보필을 부탁했고 결국 완성된 3막의 오페라는 1979년 2월 24일,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피에르 불레즈의 지휘로 초연되고 그때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 공연되는 "룰루"마다 매진을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2음렬기법과 구성
 
악보 1: 기초 음렬


악보 2: 화음형


악보 3: 룰루의 음렬

복잡한 줄거리를 선명히 부각시키기 위해 베르크는 쉰베르크가 창시한 12음렬기법을 써서 만든 라이트 모티브를 주요 등장 인물마다 부여한다. 예를 들어 l2음의 기초 음렬 (악보 1)을 준비해 놓고, 이를 3음씩 묶으면 화음형 (악보 2)이 얻어진다. 다시 각각 화음의 상성 (3-5-8-10), 중성 (1-4-7-11), 하성 (2-6-9-12)끼리 4개단위로 주욱 늘어놓은 것이 바로 룰루의 음렬 (악보 3)이 되며, 기초 음렬을 6음씩 건너 뛰어서 1, 8, 3, 10, 5, 12, 7, 2, 9, 4, 11, 6으로 배열하면 알바의 음렬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산수를 도입하면, 1, 1+7=8, 8+7-12=3, 3+7=10, 10+7-12=5,... 이런 식이다). 또한 쉔 박사의 음렬은 기초 음렬의 음을 1음, 2음, 3음, 2음, 1음 간격으로 배열해서 1, 3, 6,10, 2, 5, 7, 9, 12, 4, 8, 11로 만들어진다.

구성면에서도 레치타티보나 듀엣티노, 아리에타와 같은 고전적인 성악양식과 소나타, 론도등의 기악양식을 모두 써서 각 부분마다 명확히 구분되어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칫 난해한 음악속에 길을 잃기 쉬운 청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극내용에 따른 음악의 변화를 체계화 시켜 고전적인 형식미까지 더하고 있다.

감상 포인트
자 이제는 이 오페라가 왜 들을 만한가, 무엇을 즐길 수 있나를 말해볼 차례다. 이미 언급한 룰루라는 악녀의 얘기는 스토리만으로도 카리스마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지만 베르크가 만들어낸 천재적인 관현악반주와 노래야말로 오페라의 진정한 생명력의 원천일 것이다.

오페라는 막이 오르기 전에 서곡 없이 조련사가 등장, 주요 등장인물들을 동물에 비유한다. 여기에서 이미 뒤에 사용되는 갖가지 음렬이 이야기에 맞춰 제시되기 시작한다. 피에로 복장의 룰루는 모든 파멸의 원인인 뱀으로 소개된다. 이 첫 시작부터 관현악 반주는 흡사 말러의 교향곡과 같은 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절제라는 낱말이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팀파니의 연타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규모에도 또렷히 부각되서 울려 퍼지게 배려되어 있고 다양한 음색의 금관악기는 그 화려한 음색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이런 교향곡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은 이미 오페라가 초연되기전에 5악장짜리 룰루조곡으로 먼저 완성이 됐고 이름도 "룰루로부터의 교향곡적 조곡"으로 부쳐진 것만 봐도 베르크가 원했던 것은 교향곡적 오케스트레이션과 그 위에 덮혀진 성악가들의 유감없는 화려한 노래였던 것이다.

제 1막 1장, 룰루를 사모하는 화가와 룰루가 단 둘이 있는 것을 알고 화가난 룰루의 남편 의사고문은 문을 부수고 뛰어들어온다. 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심장 발작으로 그대로 죽고마는데 [멜로드라마]로 이름 부쳐진 이 부분에서 타악기에 의해 반복되는 리듬은 이러한 급박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1막 2장에서 화가와 결혼해서 사는 룰루의 집에 거지가 된 자칭 룰루의 아버지, 쉬콜크가 나타난다. 그와 룰루와의 대화는 특이하게도 목관 9중주로된 반주를 가지고 있는 점도 재있다, 그래서 베르크는 [목관 9중주를 위한 실내악]이라고 이 부분을 이름 부쳤다. 쉬콜크가 간 이후 쉔 박사가 등장하는데 그 역시 룰루와 이상한 연애에 빠져서 결혼을 못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에 해당한다. 둘 사이의 이상한 관계를 눈치 챈 화가에게 그녀의 모든 과거 얘기를 들게 된다. 여기서부터 2장의 끝까지는 [모노리트미카],

 
악보 4: [모노리드미카]의 리듬
즉 하나의 리듬 (악보 4)으로 되어 있다. 쉔 박사에게서 들은 아내의 과거에 충격을 받은 순진한 화가는 자기 방에 틀어 박힌다. 불길한 예감에 마침 찾아온 쉔 박사의 아들 알바와 쉔 박사, 그리고 룰루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지만 화가는 이미 자살한 뒤다. 이 급박한 두 번째 죽음에선 위의 리듬이 타악기로된 연주되서 극적인 고조를 더한다. 실제 감상시에는 여기서의 타악기의 음색을 듣는 맛도 1막의 빠트릴 수 없는 재미다. 이후 헤르덴 (영웅적) 테너 알바와 높은 고음의 소프라노 룰루의 듀엣 사이사이에 들리는 헤르덴 바리톤 쉔 박사가 화가의 죽음을 경찰에 신고하는 전화 목소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사실적이다.

1막의 3장의 시작은 극장의 분장실에서 알바와 무용수가 된 룰루의 대화장면이다. 여기서 무대에서 연주되는 재즈 밴드의 랙타임이 들리는가 하면 곧 영국풍의 왈츠도 들려서 12음렬기법으로 만들어진 다른 음악에 약간의 양념구실을 한다. 룰루가 무대에 나가지만 객석에 앉은 쉔 박사와 그의 약혼녀를 보고 기절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의상담당, 극장 지배인, 쉔 박사, 룰루를 사모하는 왕자가 합세해서 6중창이 불려진다. 여기서 앙상블의 맨 위를 차지하는 콜로라투라로서의 룰루의 노래는 히스테리컬한 가사에 어울리게 쭉쭉 뻗는 고음으로 귀를 즐겁게 해준다.

쉔 박사와 룰루가 둘만 남게되면 1막의 클라이막스가 시작된다. 여기서는 2장의 [소나타 전개부]에 해당한다. 룰루의 요점은 "당신은 나를 당신 약혼녀 앞에서 춤추게 했으니 속이 시원하겠군요"이고 쉔 박사의 처음 태도는 "일주일 내로 결혼하게 될 거야. 얼마동안은 만나고 싶지 않군"이지만 룰루가 왕자의 구혼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질투를 느낀 쉔 박사는 "나와 떨어져서 당신 자신을 위해 눈물을

Berg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던 쇤베르크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와 함께 선 베르크
 
흘리기에는 당신 자신이 너무 허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을텐데요"라는 룰루의 노래에 이어지는 [소나타 재현부]에서는 귀신에게라도 흘린 듯이 약혼자에게 절교의 편지를 쓴다. 이 3장의 후반부에서 변덕스럽고 약점투성이의 등장인물들의 성격묘사에 베르크의 음악은 너무나 절묘하게 어울리고, 이는 현대음악에서만이 가능한 것임을 실로 웅변으로 알려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제 2막 1장은 룰루와 결혼한 쉔 박사의 죽음이 그려진다. 룰루와 쉔 박사의 집에 룰루와 동성애 관계에 있는 게쉬비츠 백작의 딸이 찾아온다. 쉔 박사가 룰루와 함께 침실로 사라지면 룰루를 사모하는 어중이 떠중이 무리인 쉬골크, 서어커스단의 차력사 학생이 몰래 나타난다. 서로 한때 룰루와 결혼하려 했노라는 얘기에 어울리게 룰루와 이들의 노래는 [카논]으로 되어있다. 이때 불연듯 찾아온 알바, 일동은 모두 숨는다. 알바는 아버지의 아내 룰루에게 정열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이 부분은 후에 "룰루조곡"의 1악장인 [론도]가 된다. 이 광경을 모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쉔 박사의 경악스런 대사는 감미로운 알바의 고백위에 크리센도로 중간중간 덮여쓰여진다.

결국 화가난 쉔 박사는 이들 앞에 나타나고 [4절로 된 아리아]를 격하게 노래한다. 권총을 내밀며 롤루에게 자살할 것을 종용하는 쉔 박사에게 룰루는 "룰루조곡" 3악장으로 쓰이는 "룰루의 노래"로 천연덕스래 답한다. 전 오페라를 통해 룰루의 노래는 모두 높은 고음의 콜로라투라풍이 많지만 이 곡은 특히나 기교가 많이 요구되는 어려운 곡이다. 이에 더욱 화가 난 쉔 박사는 룰루를 쏘려하지만 숨어 있던 차력사가 나오는 통에 도리어 룰루가 쉔 박사에게 5발을 쏘게된다. 결국 숨을 거둔 쉔 박사, 그녀를 싸고 도는 학생, 자신을 경찰에 넘기지 말라고 알바에게 애원하는 룰루. 그러나 이내 경찰이 들어 닥치고 막은 내려진다.

위에서 장이 새로 시작할 때마다 간주곡이 들어 있지만 특히나 2막 2장이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간주곡은 "룰루조곡"의 2악장 [오스티나토]로 베데킨트의 두 오페라의 이음새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룰루가 투옥되고 백작 딸의 도움으로 탈옥을 준비하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으며 스토리 전개를 영화로 상영한다. 그래서 오페라에선 [영화음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2막 2장부터는 3명의 남자를 죽게한 룰루의 파멸이 그려진다. 알바, 백작 딸, 차력사는 룰루의 탈옥을 의논하고 있다. 쉬골크가 등장해서 콜레라가 감염된 걸로 위장해서 병원으로 나와있는 룰루와 바꿔 치기 하기 위해 룰루에게 헌신적인 백작 딸을 데리고 나간다. 그들이 기다리던 룰루가 드디어 쉬골크와 돌아오고 대신 백작 딸은 룰루로 변장해서 감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룰루와 알바는 단 둘이 남게 되고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룰루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알바의 [찬가]에 이어 "그러면 오늘 나와 같이 가주겠어요"라는 룰루의 말에 "나는 이미 당신의 것이요"라며 알바는 그의 머리를 룰루의 무릎에 파묻는다. 이에 룰루는 무의식적으로 "저것이 당신의 아버지가 피를 흘리고 죽어간 소파가 아닌가요?"라고 내뱉지만 알바는 "쉿, 조용히 쉿~"으로 댓구한다.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거대한 클라이막스를 만들고 팀파니의 미친듯한 연타로 막이 내린다. 이 2막의 끝은 오케스트레이션의 화려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만치 호쾌한 싸운드 때문에 더 이상 베르크가 작곡한 룰루의 3막은 "룰루조곡"의 2곡으로 밖에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잊어버리고 베르크의 위대함에 감탄사만를 연발하게 만든다.

미완성으로 끝난 3막의 줄거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3막 1장은 파리의 유홍가의 살롱을 배경으로 한다. 도피 생활을 보내는 룰루는 그녀의 과거를 알게된 후작으로부터 경찰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결국 쉬코르, 알바와 함께 파리를 탈출한다. 2막까지만 연주할 때 3막대신 쓰이는 "룰루조곡"의 4악장 [변주]가 묘사하는 부분은 3막의 2장으로 런던에서 매춘부로 전락한 룰루의 생활이다. 손풍금의 선율은 룰루가 손님을 받아 들이는 음침한 다락방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룰루조곡"의 5악장인 [아다지오]는 룰루가 단골손님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나타낸다. 뒷부분으로 가면 살해되는 룰루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상징하는 오케스트라의 커다란 포르테를 만나게 된다 뒤 이어 게쉬비츠 백작의 딸도 살해되는데 죽어가면서 그녀는 그녀의 동성연애자 룰루를 부르짖는다. 그래서 단독으로 자주 녹음되는 "룰루조곡"에서는 한 소프라노가 룰루의 노래와 5악장의 백작 딸의 노래도 부르게 된다.

이런 기괴한 내용의 오페라를 희열을 느낄만한 화려한 관현악반주와 귀를 간지럽히는 짜릿한 성악을 동반한 오페라로 즐기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임에 틀림 없다.

추천음반
1976 Stereo
Lulu
BERG
Anja Silja (Lu|u), Waner Berry (Dr. Schön) et al. Christoph von Dohnanyi (conductor)
Wiener Philharmonker
DECCA 3LP
 
시중에 구할 수 있는 "룰루"의 음반은 가장 흔한 것이 DG에서 나온 뵘의 2막짜리 음반과 불레즈의 3막짜리 전곡반이다. 특히나 뵘의 음반은 3장의 CD에 베르크의 또 다른 오페라 "보첵"까지 수록하고 있어서 아주 경제적이다. 또 불레즈는 3막짜리 수정판을 초연한 지휘자로서 체르하에 의해 보필된 3막까지 포함한 음반으로서는 최고의 음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 RCA에서는 1983년에 마젤/빈 국립 오페라의 연주로 녹음된 "룰루"실황음반을 싼 가격에 발매해서 룰루의 선택폭이 훨씬 넓어졌다. 이 음반역시 3막을 모두 연주한 경우다.

필자가 추천하고픈 연주는 2막과 3막을 대신하는 "룰루조곡"의 2곡으로 구성된 도흐나니/빈 필의 DECCA 음반이다. 이 음반을 초이스로 꼽은 것은 현대음악 연주단체로서 차지하는 빈 필의 존재가 고전파나 낭만파 음악에서의 그것보다 몇 곱절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빈 필 특유의 부드러운 현과 색깔이 뚜렷한 관악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찔할 만큼 매력적인 팀파니소리는 왜 아바도가 일련의 현대음악 녹음에 빈 필을 선호했는지 또 그 녹음들이 모두 너무도 훌륭한 성공작으로 남게 됐는지는 잊어버리더라도 교향곡적인 이 오페라의 웅장한 관현악을 즐기기에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게 만든다.

지휘자 도흐나니의 아내이기도 한 아냐 질랴의 강하게 내지르는 깨끗한 고음은 높은 고음의 소프라노 소리를 듣는 모든 재미를 다 갖추고 있다. 남자가수 중엔 쉔 박사역의 발터 베리가 돋보인다. 그의 목소리는 지적이면서도 룰루의 마력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약점을 가진 듯한 인물의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

도흐나니의 지휘는 관현악단의 아름다운 소리를 맘껏 울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어서 이 오페라에서 청자들이 흔히 기대할 파괴적인 오케스트라 싸운드를 만드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음반은 어떤 이유에선지 DECCA의 CD 카달로그에서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느긋하게 재발매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만 국내 라이센스 LP로 나온적이 있기 때문에 그 박스 LP를 보시거든 무조건 사시라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겠다.

- 김태형

글쓴 날짜: 199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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